“개성공단은 한국의 악덕업자들이 운영하는 21세기판 대농장”
"지금에 와서 갑자기 성공적인 비핵화의 촉매제 역할 할 것이라 믿을 근거 없다”

12일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과 개성 시내 일대의 모습.
12일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과 개성 시내 일대의 모습.

미국의 전문가 26명은 개성공단의 섣부른 재개는 부작용이 크며 명백한 대북제재 위반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북한이 높은 수위의 비핵화 조치를 단행할 경우 그에 대한 대가로는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성공단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인 2016년 2월 폐쇄됐다. 그러나 가동이 전면 중단된 지 3년 반이 다 돼 가면서 최근 마이클 모렐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대행을 비롯해 일각에서는 개성공단 재개를 북한의 핵 동결을 이끌어내기 위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22일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26명의 전문가들 가운데 15명이 개성공단 재개가 한반도 긴장 완화와 비핵화 대화 촉진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대답한 전문가는 4명에 그쳤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개성공단은 북한에 현금을 직접 쏟아 붓는 창구”라며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사용될 추가 자금을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개성공단 재개로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거나 비핵화가 촉진된다는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국가의 살림살이나 주민들의 삶에 전혀 혜택을 주지 못한 채 김정은의 '궁정경제'에 직접 자금을 조달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실패한 개성공단 경험은 북한정권에 많은 자금을 제공했지만 원래 의도했던 경제적, 정치적 개혁을 이끌지 못했고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축소시키지도 못한 만큼 지금에 와서 갑자기 성공적인 비핵화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을 근거는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스티븐 노퍼 코리아소사이어티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개방에 시동을 걸 여러 개의 공단이 필요한지도 모른다”며 “개성공단 재개는 바람직한 생각”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켄 고수 미 해군분석센터 적국 분석 프로그램 국장은 “개성공단 재개가 전적으로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비핵화 대화를 촉진시킬 것”이라고 확신했다.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재개를 북핵 동결에 대한 보상으로 고려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동결에 대한 대가로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이 11명,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답변이 14명이었다.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은 미국은 북한의 동결에 대해 제재의 지렛대를 포기해선 안 된다면서도 동결은 상황을 진행시키는 것이고 개선이라고 할 수 있는 만큼 무엇인가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개성공단 재개가 ‘무엇인가’에 해당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상반된 시각을 드러내면서도 공단 재개의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과 관련해선 “위반이 맞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

제재 위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답한 14명 중 1명을 제외한 전원이 ‘노골적인 위반’ ‘제재 정신에 위반’ ‘최대 압박 정책에 위배’ 등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개성공단을 대북 제재 적용 대상으로 인식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미국 대표로 활동했던 윌리엄 뉴콤 전 재무부 선임 경제자문관은 개성공단 재개는 유엔 제재에 분명히 위배되며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관련 조항을 수정할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법률 자문을 맡았던 제재 전문가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개성공단을 “한국의 악덕업자들이 운영하는 21세기판 대농장”으로 표현하면서 대북제재에 전적을 위배되다고 밝혔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