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회담 후 美北 정상 실무협상 개최 합의...2주만에 현격한 입창 차로 난항
美北, 비핵화에 관해 타협할 수 없는 대립적 위치 고수
美의원들, 전례 잊고 北과 협상 여지 남긴 트럼프 행정부 비판

북미 실무협상팀 카운터파트. 리용호-폼페이오, 김명길-비건./연합뉴스
미북 실무협상팀 카운터파트. 리용호-폼페이오, 김명길-비건./연합뉴스

지난달 30일 판문점 회담 직후 미북 정상은 2~3주 안에 실무회담이 개최될 거라 공언했지만, 3주가 지난 21일까지 실무회담은 여전히 안갯속에 있다. 이처럼 양국이 머리를 맞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비핵화에 대한 양국 간 입장 차가 현격하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대외적으로 북한에 유화적인 스탠스를 취하지만 실제로는 물러설 기색이 없고, 따라서 그런 미국의 태도에 북한이 동조하지 않는 소강상태가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판문점 회담 직후 美北 정상 실무협상 개최 합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전격 회담한 후 조만간 미북 실무협상을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또한 “(김 위원장과) 협상 대표를 지정해서 포괄적 합의를 하기로 합의했다"며 "우리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주도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팀을 구성해 2~3주 이내에 (북한과)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비교적 온건파로 분류되는 비건 대표를 실무협상 주력 멤버로 확정한 것은 당시 협상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이해됐다. 실제 비건 대표는 회담 후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기자들에게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를 완전히 동결할 경우 인도적 지원이나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제재완화 의사가 있음을 드러냈다. 덧붙여 북한이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 일부 타협할 의사가 있다는 것도 공개했다.

실무협상 현격한 입창 차로 난항에 부딪쳐

하지만 2주가 지난 시점까지 실무협상에 근접할 만한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오히려 미북 간 대화가 와해의 과정에 빠져 있다는 게 15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발언을 통해 노출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이 처음에 없던 창의적 아이디어를 갖고 협상테이블로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FFVD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실무협상에 속도를 내는 건 오로지 북한의 전향적 변화에 달려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북한은 다음날 16일 한미 연합군사훈련 문제를 비난하고, 이를 미북 실무협상과 연계하면서 미국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보였다. 북한 외무성은 관영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논평에서 “‘19-2 동맹’ 연합위기관리연습(CPX)을 현실화하면 미-북 실무 협상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외무성 담화를 통해서도 ‘19-2 동맹’ 연합위기관리연습 CPX가 진행되는 것을 `미-북 정상의 판문점 회동 약속 파기'이자 `노골적인 대북 압박'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합동 군사연습 중지는 미국의 군 통수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조미(북-미) 수뇌회담에서 온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직접 공약하고 판문점 조미 수뇌 상봉 때도 거듭 확약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美北, 비핵화에 관해 타협할 수 없는 대립적 위치 고수

시한이 지난 현재 양국은 대화 동력을 잃고 소강상태에 빠져 있다. 지난 하노이 회담에서 드러났듯 미북 간 입장은 타협할 수 없는 대립적 위치에 있음이 재확인된 것이다. 미국은 대외적으로 유화적 스탠스를 취하며 북한의 요구를 일부 수용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비핵화라는 결정적인 사안에선 물러설 기색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몸을 웅크리면서 미국이 자진해서 타협점을 낮출 때까지 기다리는 모양새다.

한 전직 외교부 장관은 중앙일보에 “꾸준히 사전에 서로 접촉하면서 기본적으로 손에 잡히는 결과가 나와야 북-미 실무회담도 열리고 하는 것이다. 협상 자체가 열리지 못하는 것은 아직 합일점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 당국자는 “미국은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 이야기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건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美 의원들, 전례 잊고 北과 협상 여지 남긴 트럼프 행정부 비판

현재 미국 의원들 사이에선 북한이 약속을 어기고 시간을 끄는 건 김씨 일가가 대를 이어 하는 전략적 행태라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또한, 전례를 무시하고 협상 여지를 남긴 것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의 오판(誤判)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 위원장인 코리 가드너 의원은 “최대 압박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메시지가 행정부에 분명히 전달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고 약속을 지키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최대 압박이지 제재 완화나 상황을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은 “하노이 정상회담 전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핵, 미사일 시험 동결을 문서로 만들 것을 촉구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실패하고 (북한에) 놀아났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제 김정은은 시험 재개 위협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김정은에 협상 지렛대를 주고 비핵화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양국은 자체 만남을 성사하지 못한 채 내달 개최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만나게 됐다. ARF에 참석하게 될 폼페이오 장관과 리용호 외무상은 판문점 회담에 배석해 카운터파트로 대면한 만큼 실무협상에 대한 의견을 나눌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된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