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일희 논설위원, 15일 방송에서 현 정부 주요 인사들의 反日감정 선동과 불필요한 국력 낭비 자제 당부
16일부터 미디어오늘과 김어준 등이 친일파와 똑같다는 식으로 여론몰이
청와대 고위관계자 "일본인 시각에서 보면 맞는 주장이지만 한국인 시각에서는 틀린 주장"이라 성토
원 논설위원, 결국 하차..."‘너 빨갱이구나’라고 프레임 씌우던 시절처럼 다르면 ‘넌 친일파다’라고 언론에 굴레 씌웠다"

출처: SBS CNBC '용감한 토크쇼 직설' 방송 캡처
출처: SBS CNBC '용감한 토크쇼 직설' 방송 캡처

원일희 SBS 논설위원이 19일 자신이 진행하던 SBS CNBC의 ‘용감한 토크쇼 직설’에서 돌연 하차했다. 원 위원은 이날 방송에서 끝인사를 하며 하차 배경에 대한 암시를 남겼다. 그는 자기 자신이 “친일파가 아니다”라고 밝혀야 했다. 좌파성향 언론 및 인사들로부터 ‘친일’이라 집요하게 공격받은 데 이어 청와대 인사도 압력을 가한 셈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원 위원은 지난 15일 방송에서 ‘[원일희의 직설] 반일 감정 자극이 해법은 아닙니다’라는 클로징멘트를 했다. 원 위원은 “1910년 국채보상운동과 1997년 IMF 금 모으기 운동을 기억하자, 이순신 장군은 단 12척의 배로 나라를 구했다, 의병을 일으킬 정도의 사안이다, 동학 농민운동 때 ‘죽창가’를 불렀다”와 같은 발언들이 위정자인 대통령과 민정수석, 그리고 여당의원들에게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원 위원은 “의병으로 해결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백 년 전 구한말을 복기하며 당시 해법 운운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지만 그때 그 방법으로 나라를 구하긴 했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오판에 또 오판, 지는 싸움에 끌려 들어가서 나라가 어떻게 됐습니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같은 원 위원의 발언들은 한국정부가 일본정부와 불필요하게 갈등을 고조시킴과 동시에 국내 반일감정을 선동하려는 의지를 연이어 드러낸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는 “필요한 싸움이라면 해야겠지만 질 싸움에 끌려들어가는 것은 재앙”이라고 우려를 나타내며 “아베, 저도 밉지만 반일감정 자극이 해법은 아니라는 생각 바뀌지 않습니다”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자 미디어오늘과 방송인 김어준 등이 원 위원의 이날 발언에 대해 맹비난을 하기 시작했다. 미디어오늘은 ‘원일희 SBS 논설위원 의병이 나라 구했냐 비하’라는 제목의 16일자 기사에서 원 위원을 향해 “당시 의병전쟁을 폄훼하는 발언으로 들린다”, “당시 친일파들이 즐겨 쓰던 논리다”, “패배주의 역사관으로 들린다” 등의 비난을 했다.

19일 김어준은 자신이 진행하는 tbs라디오 방송에서 아예 원 위원의 발언을 놓고 “이런 말을 한 친일파는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다”는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했다. 또 그는 원 위원에 대해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지레 두려울 수는 있다. 그래서 이길 전쟁만 해야 한다며 겁먹는 것까지는 이해가 간다”며 “그런데 그게 마치 무슨 대단한 지혜라도 되는 양 포장하는 건 하지 말자”라고 무시했다.

김어준은 자신이 한 발언이 상대방을 친일파라고 폄하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그런 사고의 역사적 결과는 이미 충분히 겪었다는 것이다. 능욕과 수탈의, 그리고 종속의 36년이었다”라는 극언 섞인 역사관을 쏟아냈다. 이들을 비롯한 일부 언론도 원 위원이 편향된 역사관을 드러냈다며 마구 비난했다.

지난 16일 미디어오늘은 청와대 고위관계자와 통화한 내용까지 상세히 공개하면서 원 위원을 정조준했다. 미디어오늘의 취재에 응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원 위원의 클로징멘트에 대해 “일본인 시각에서 보면 맞는 주장이지만 한국인 시각에서는 틀린 주장”이라거나 “이런 분들이 그 시대 태어났다면 절대 의병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라는 식의 발언을 여과없이 했다. 그리고 '양자택일'의 문제라는 듯 “방송의 논리대로라면 일본이 어떤 무리한 요구를 해오더라도 다 들어줘야 한다는 얘기”라는 불만도 나타냈다.

결국 몇 일도 채 지나지 않아 원 위원은 자신이 진행해오던 시사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됐다. 그는 방송 말미에 “오늘 제가 ‘직설’의 마이크를 내려놓습니다”라며 끝인사를 시작했다. 다음으로 자신이 하차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익명의 청와대 고위관계자 멘트까지 동원된 친일 공세는 집요했고, 어둠속 칼날과 손은 보이질 않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원 위원은 오늘날 한국사회와 언론환경에 대해 “다르면 ‘너 빨갱이구나’라고 프레임 씌우던 시절처럼 다르면 ‘넌 친일파다’, 언론에 씌운 굴레입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익을 위해 감정이 아니라 냉정한 이성을 되찾자’는 류의 발언을 같은 상황이 오더라도 다시 할 것이라고 했다.

한일(韓日)갈등이 끝을 모르고 극단으로 치닫는 현 상황에서 ‘친일’ 프레임을 앞세워 상대를 무너뜨리는 환경이 무르익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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