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 작심한듯 소위 '적폐청산' 수사 비판..."적폐청산 한다면서 '내로남불' 끊이지 않아"
文-黃, 2년 2개월만의 靑회동...회담장 입장 때 나란히 걷는 모습 눈길
文 "가장 시급한 일, 日의 수출제한 조치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냐는 것"
"경제가 엄중한데...추가경정예산 최대한 빠르게, 원만하게 처리해야"
黃 "정부, 별다른 대책 없이 말로 국민감정에 호소...말과 감정만으로 문제 해결 못해"
"8개월간 日문제 경고 있었음에도...무시하고, 대비하지 못한 것은 명백한 잘못"
"경제 현장에선 정부의 '소주성'에 많은 부작용 우려...경제정책 대전환 필요"
文대통령-與野 5당 대표, 회동 종료 후 공동 발표문 발표..."우리 경제 피해 최소화 노력"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를 초청한 '정당대표 초청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를 초청한 '정당대표 초청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여야(與野) 5당 대표들과의 회동에서 "지금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은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에 대해 당장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또 우리 주력 제조산업의 핵심 소재 부품들의 지나친 일본 의존을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지에 대해 함께 지혜를 모아 나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회동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말한 뒤 "더 크게는 한·일 간 갈등을 조기에 해소하고 양국 간 우호 협력관계를 회복해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까지 함께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 간 회동은 이번이 네 번째로, 작년 3월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특히 문 대통령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청와대 회동은 문 대통령 취임 첫 날인 2017년 5월 10일 이후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은 또 "지금 경제가 엄중한데 가장 시급한 것은 역시 추가경정예산을 최대한 빠르게 그리고 원만하게 처리하는 것"이라며 "추가경정예산이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그렇게 협력을 해 주시고 더 나아가 소재 부품 문제에 대한 어떤 대책, 그 예산도 국회에서 충분하게 반영시켜주시기를 당부 드린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정당대표 초청 대화'에서 여야 5당 대표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 대통령,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정당대표 초청 대화'에서 여야 5당 대표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 대통령,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작심한 듯 문재인 정권의 소위 '적폐청산' 수사의 편파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정부·여당은 적폐청산을 한다면서 '내로남불'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래서 협치가 잘 되겠는지 대통령이 잘 돌아보고, 야당과 진정한 협치가 되도록 힘써달라"고 했다.

일각에선 황 대표가 지난해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조진래 전 의원 등 검찰의 표적 수사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야권 인사들의 죽음에 분노를 표시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황 대표는 일본 문제에 대해선 일본을 비판하면서도 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조속히 만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일본이 양국관계를 파탄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경제보복 조치를 한 점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며 준엄하게 성토한다"며 "지금이라도 일본 정부가 잘못된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양국관계 정상화를 위해 함께 나서야 한다"면서도 "정부는 별다른 대책 없이 말로 국민감정에 호소하고 있다. 말과 감정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은 양국 정상 간에 해결하셔야 한다. 조속히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해 양국 정상이 마주 앉으셔야 한다"며 "어려우시더라도 톱다운 방식으로 하셔야 한다. 대일특사 등을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대표는 미국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사태를 원만히 풀기 위해 미국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미국이 우리 입장을 지지할 수 있게 대미 고위급 특사 파견 등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8개월간 일본 문제 경고가 있었음에도 무시하고 대비하지 못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외교라인 누구도 일본 경제보복을 예측 못 했는데 대통령께서 외교·안보라인을 엄중히 문책·경질하는 게 국민을 안심시키는 길"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며, 특히 이미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판명된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지를 요구했다. 그는 "경제 현장에서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많은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며 "경제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대통령께서는 야당과 다툴 때가 아니며, 위기에 맞서려면 협치가 중요하다"며 "우리 당은 위기 극복에 초당적으로 협력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다른 정당 대표들도 일본 문제에 대한 발언을 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황 대표와 입장이 비슷한 반면,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정부 입장과 궤를 같이 했다. 손학규 대표는 "반일 감정에 호소하거나 민족주의 대응으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 일본이 방향 전환할 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국회 본회의에서 경제보복 규탄 처리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고 추경안도 통과시켜야 한다"며 "여당이 양보해야 한다. 국방장관 해임안 등이 그렇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보복이 계속되면 결연한 의지로 맞서야 한다"며 "초당적으로 태도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말이 아니라 행동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마지막 순서로 발언하며 "5당이 합쳐서 국회도 대책 특위를 만들어 활동을 시작하고 (일본 수출규제 조치) 규탄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도 좋다. 초당적 대응이 중요하다. 기업도 노력하고 정부도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이해찬 대표는 문 대통령과 같이 추가경정예산안의 조속한 통과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는 회동 종료 후 "일본의 경제보복 대응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우리 경제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공동 발표문을 발표했다.

한편 이날 문 대통령은 그간 한국당을 "독재자의 후예"라 비판하는 등 사실상 제1야당으로 인정하지 않는 듯했던 스탠스와 달리 황 대표를 예우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이 여야 5당 대표들과 회담장인 인왕실로 입장할 때 문 대통령의 오른 편에 황 대표가 나란히 서서 걸었다. 회담장 원탁 테이블 좌석은 문 대통령 왼쪽에 황 대표가 앉았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다음은 청와대가 발표한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공동발표문 전문(全文).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하여 심도있게 논의하였으며 아래의 사항에 대하여 인식을 공유했다.

1.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자유무역 질서에 위배되는 부당한 경제보복이며, 한일 양국의 우호적, 상호 호혜적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라는데 정부와 여야는 인식을 같이한다. 일본 정부는 경제보복 조치를 즉시 철회하고,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의 추가적 조치는 한일관계 및 동북아 안보협력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외교적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2. 여야 당대표는 정부에 대해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차원의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촉구하였으며, 대통령은 이에 공감을 표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3. 정부와 여야는 일본의 경제보복 대응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우리 경제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며, 국가경제의 펀더멘털 및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 또한 범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위해 비상협력기구를 설치하여 운영하기로 한다.

4. 정부는 여야와 함께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소통과 통합을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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