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北은 올 연말 핵 미사일 실험 재개할 것. 트럼프는 플랜B 준비해야"
로버트 매닝, “北은 핵 포기 원치 않으며, 이스라엘 파키스탄처럼 핵무기 정당성 인정받길 원해”

미국의 전직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문제 삼고 나서면서 미북 실무협상 재개가 사실상 어려워진 것으로 전망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북한이 미국과의 실무 회담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힐 전 차관보는 17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실무회담과 연계한 것은 대화 재개 의지가 없다는 신호라고 생각한다”면서 “북한의 위선은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 협상) 과정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앞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6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오는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현실화한다면 미북 실무 협상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을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양측이 2~3주 내 실무협상을 열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는데, 보름만에 협상 재개에 부정적 입장이 나온 것이다.

그는 “북한이 올해 말 핵미사일 실험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플랜 B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북한에 강요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중국과 더 많은 협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북한은 미국과의 회담을 비핵화 협상으로 보지 않으며 대신 ‘핵 제한’ 협상 정도로 인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은 핵 제한을 대가로 제재 완화를 원하고, 따라서 앞으로 전진할 만한 기초는 다져지지 않은 만큼 현 상황이 ‘비관론을 펼 이유가 충분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도 북한 외무성의 담화로 실무회담이 어려워지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 책임을 돌리면서 뒤로 물러나는 전형적인 북한의 전술이라는 것이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판문점에서 고위급 실무회담에 합의한 것으로 보여졌다”며 “그럼에도 현재 북한이 많은 잡음을 만들고 있는 것은 빠져나갈 구멍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은 핵 포기를 원치 않는 것으로 보이며 대신 이스라엘과 파키스탄처럼 정상적인 국가로서 핵무기의 정당성을 인정받으려 한다”며 “따라서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는 북한의 핵 동결과 일부 제재 완화를 교환하는 방식은 궁극적으로는 미국이 협상에서 지렛대를 잃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담화는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전략이라며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축소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이번 전략은 한국과 미국을 분리하겠다는 전략일 수 있다”며 “이는 한국이 미국을 압박해 군사훈련을 더 줄이도록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북한이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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