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판문점 회담 직전 30일 비건에 “南 빼고 비핵화 협상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자”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당시 '중재자'가 양측 메시지 다르게 전달한 문제 고려한 듯
중국, 러시아 신경 쓰지 말자는 말까지...영변 외 핵시설 폐기할 의향도 내비쳐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VIP실에서 대화하는 미북 정상의 모습

북한이 미국에 “앞으로 핵 관련 논의에서 한국은 빠지는 게 좋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3차 판문점 미·북 정상회담 직전, “북한이 미국과 양자 담판으로 비핵화 협상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싶어 한다”는 북한의 입장을 여권 관계자들에게 전달했다. 비건 대표는 지난 30일 ‘판문점 회담’을 주선하고 양측 정상 간의 대화를 조율했다.

북한의 이같은 입장은 그동안 미·북 간 중재자로 나섰던 한국을 배제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협상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국과는 그 외에 경제 협력이나 인도적 지원 등을 논의하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우리 정부는 북한 핵 문제의 직접 당사자임에도, 미·북 대화의 중재자 역으로 물러선 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중재자 역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해선 많은 의문이 제기됐다. 2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은 예고된 참사였다는 비판도 있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대화가 뒤엉키는 등 적잖은 혼란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전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결국 가짜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둔 27일 “조미 대화의 당사자는 말 그대로 우리와 미국이며 조미 적대 관계의 발생근원으로 보아도 남조선 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문 정부가 미·북 관계를 조율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아무 영향력이 없음을 비난한 것이다. 여기에 세 차례의 미·북 회담을 통해 양측이 추구하는 사안이 명확해졌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미국은 2차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에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요구했다. 이에 북한은 11건의 유엔 제재 중 5건을 해제해 달라며 최소 조건을 내걸었다.

이날 북한은 비건 대표에게 “제재 완화 논의 과정에서 중국, 러시아를 너무 의식하거나 고려하지 말라”는 뜻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제재 완화를 중심으로 대화가 재개되면, 지금까지 북한에 동조했던 중국, 러시아를 멀리하고 균형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영변 폐기부터 시작하는 방법을 논의해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고 한다. 북한은 지금껏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 대북 제재 완화를 노렸다. 하지만 미국과 합의에 이를 수 있다면 핵시설 폐기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