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정부 심판론’을 내세워 어떻게 총선에서 승리할까 고민
금배지 한 번 더 달려고 지역구 활동 열심히 하는 경우 많아
한국당, 중도진영을 겨냥한 '외연확장'을 당의 주요 전략으로 내세워
당의 정체성 확고히 해서 강한 보수 야당의 모습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야
“자유 보수 진영과 우파의 성격을 명확히 해서 국민들에게 각인되는 정책을 펼쳐야”

차광명 기자
차광명 펜앤드마이크 기자

제21대 총선이 10개월도 안 남았다. 정치권은 벌써 ‘총선 모드’다. 지난 몇 개월 동안 국회가 공전했을 때 국회 의원회관은 텅 비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야(與野)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에 머물렀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불투명한 총선 전망 속에 믿을 수 있는 건 지역 유권자의 표라는 계산이 깔린 전략이었다.

제21대 총선은 우파 진영에서 바라보면 ‘문재인 정부 심판론’과 ‘현 정권 실정(失政)’을 부각시켜야 승산이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소득주도성장’과 현실에 맞지 않는 급격한 최저임금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등 현 정권의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나라 경제가 하루하루 망가지고 있고,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는 도탄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경제와 함께 국정(國政)의 또다른 주요 축인 외교안보 정책 역시 총체적 난맥상으로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은 하루가 다르게 추락하고 있다. 

아픈 현실을 감안할 때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내세워야 할 프레임은 ‘정부 심판론’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제1야당인 한국당에는 ‘정부 심판론’을 내세워 어떻게 우파 진영을 규합하고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총선에서 승리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이와 관련해서 한국당 내에는 현재 두 개의 기류가 감지된다. 

하나는 감나무 밑에 누워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이다. ‘보신주의保身主義)다. 문재인 정권 3년 차의 경제 성적표는 누가 봐도 초라하고 위태롭다. 설상가상으로 우리의 우방이었던 일본은 ’적(敵) 아닌 적‘이 되어 경제 보복 조치를 시작했다.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고립 외교’로 경제, 안보 분야를 포함한 국정 전반에 걸쳐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으니 별다른 노력 없이 가만히 있어도 총선에서 승리한다는 논리다. 현 정권의 실정으로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니 사고만 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최순실 사태’ 이후 바닥을 치던 당 지지율이 최근 30%대를 유지하고 있어 당내 일각에서는 보신주의가 합리적인 선택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당 관계자는 “소속 의원들 중에 보수의 철학을 고민하고 보수가 지향하는 가치에 부합되게 의정활동을 하려는 의원이 과연 몇 명이나 될지 모르겠다”며 “사실 금배지 한 번 더 달려고 지역구 열심히 다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보신주의’와 더불어 한국당 내에는 당이 적극적으로 중도층을 겨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정치스펙트럼 중간에 있는 국민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당의 체질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보수 우파 진영의 지지만으로 역부족이어서 당이 내세우는 정책을 만들 때 바탕이 되는 정책기조의 무게추를 왼쪽으로 이동시키자는 생각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달 6일 자신의 취임 100일을 맞아 중도진영을 겨냥한 '외연확장'을 당의 주요 전략으로 내세웠다. 황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이제는 능력 있는 대안정당의 모습을 보여주자. 대안과 미래에 대한 준비를 시작하자고 생각했다"면서 당의 비젼을 제시했다. 황 대표의 발언은 중도층을 끌어안아야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당의 입장을 반영한다. 

한국당의 ‘좌클릭’은 총선을 앞두고 바른미래당 또는 적어도 바른정당계 일부 의원이라도 포섭하려면 유승민계 의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당론과 당색이 필요하다는 고육지책으로도 풀이된다. 유승민 의원을 포함한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한국당에 변화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선거 국면이 다가오면 한국당이 취하고 있는 노선이나 전략이 다시 변할 수 있고, 당내에서 감지되는 두 기류(보신주의와 좌클릭)도 변할 수 있다. 한국당이 최근 보수 진영에게 보여준 모습이 이를 말해준다. 

하지만 지금 한국당이 취해야 할 스탠스가 과연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나 왼쪽으로 핸들을 돌리는 것일까? 기자는 두 가지 모두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유우파 진영의 다수 논객들도 당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서 강한 보수우파 야당의 모습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당이 보수 정당, 또는 우파 정당으로서 당의 가치를 재정립하면 중도층의 유권자들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국당 영남지역 한 초선의원은 “(한국당은) 자유 보수 진영과 우파의 성격을 명확히 해서 국민들에게 각인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라고 말하고 “선명한 컬러를 보여주는, 선명한 우파 전략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정체성을 잃었다. 정체성을 잃은 정당은 선거에서 이길 수 없지만 설령 이긴다 해도 국가를 운영할 능력이 없다. 보수우파, 또는 자유우파의 가치를 바로 세우지 않고서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한국당이 하루빨리 자각하기 바란다. 나라가 위태롭다. 우파 진영마저 무너지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정말 없다.  

차광명 정치팀장 ckm181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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