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구출 위해 중국에 언제까지 애걸해야 하나?"...침묵은 '사대적 굴종' 의미
연간 5천 명 탈북민 강제북송 추정...인권 사각지대, 여성 인권유린은 상상초월
中, 북한정권 붕괴 막기 위해 탈북민 강제북송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

오늘도 중국 공안은 탈북민들을 체포하여 강제북송시키고 있다. 어머니와 어린 딸이 북송위기에 처한 가족들이 외교부, 통일부, 청와대, 국회를 찾아다니며 구출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탈북민들이 북한으로 송환되면 강제수용소에서 살아서 나오기 힘들다. 재중(在中) 탈북민들을 구하려고 중국 당국에 은혜를 베풀라고 언제까지 애걸해야 하나?

생명을 걸고 한국으로 들어오는 탈북민 숫자는 연간 1천 명 정도다. 5천 명 정도의 탈북민이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북한으로 강제송환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강제송환의 공포 속에서 재중 탈북민들은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숨어 지내야 한다. 인간의 삶이 아니다. 특히 여성들의 심각한 피해는 상상할 수도 없다.

중국이 강제북송을 계속하는 이유는 북한 정권의 붕괴 위험 때문이다. 중국 안보상 완충지대가 없어져, 미국의 영향력이 두만강·압록강 턱밑까지 오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대량 탈북사태에 적극 대응해야 할 시기에 좌파 정치인들은 북한 정권의 심기를 걱정했다. 1996년 예산 국회에서 그들은 탈북민을 위한 하나원 건설에 반대하였다. 북한 정권이 화낼 것이기 때문이란다. 동포들의 참혹한 인권보다는 북한 정권의 눈치를 먼저 살피는 좌파인사들의 의식은 변하지 않았다. 김문수 의원이 2005년 처음 발의한 북한인권법 제정을 12년이나 온갖 구실로 방해하더니, 이제는 법상 기구인 북한인권재단 발족을 막고 있다. 그들의 속마음은 탈북민을 ‘배신자’라고 보는 것이다.

외교 일선에서도 탈북민의 강제송환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추궁하는데 소극적이다. 중국 정부가 가입한 난민조약 제33조, 고문방지협약 제3조의 ‘강제송환금지(Non-Refoulement)’ 의무 위반이라고 추궁하기보다는 영토고권(高權)을 행사하는 중국 당국이 ‘은혜를 베풀어 달라’고 호소한다.

이러한 ‘조용한 외교’는 비겁한 ‘무(無)외교’에 다름 아니다. 소수의 탈북민을 구하는데 안도하면서, 더 많은 탈북민을 북한의 강제수용소로 보내는 데 눈감는 것이다. 강제북송문제 해결을 지연시키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중국이 거리낌 없이 국제규범을 위반하도록 조장하는 셈이다. 강대국이 규범(rule)을 지키지 않고 제 마음대로 하면, 주변국은 정말 피곤해진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유엔의 북한인권 결의안에 기권하여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된 정책을 바로 잡았다. 2008년 8월 25-26일 이명박-후진타오 정상회담 후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34개 사업에 합의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덧붙여서 “이명박 대통령이 후진타오 주석에게 탈북민 강제송환 중단을 공식 요청했다.”고 발표하였다. 중국 측의 답변은 물론 없었다. 그에 앞서 2002년 8월 2일 당시 박관용 국회의장은 탕자쉬안 국무위원이 예방한 자리에서 탈북민 강제송환을 중단하라고 요청하였다. 탕자쉬안은 답변하지 못하고 급히 자리를 떠났다. 그 후 중국은 ‘국내법, 국제법, 그리고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탈북민문제를 처리한다는 방침을 반복하고 있다.

2012년 2월 14일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민 강제북송에 항의하는 데모를 시작하여 100일 가까이 계속하였다. 그 가운데 박선영 당시 국회의원이 12일간 단식데모를 단행하여 국내외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하였다. 중국의 국제법 위반도 부각되었다. 그런 영향으로 2013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설치되었고, 1년간 조사결과를 2014년 2월 16일 유엔총회에 제출하였다. 북한 정권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인권침해’는 ‘인도에 반한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에 해당하고 그 책임자들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여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보고서는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였다.

지금 미·중 간에는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세기적 패권전쟁으로 돌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룰을 무시하면서 국가중심의 경제패권을 추구하는데 제동을 걸었다. 2017년 12월에 발표한 ‘국가안보 전략’에서 미국은 중국을 적대세력 내지 전면적 경쟁의 상대로 지목했다. 인도·태평양 방위전략에서는 대만을 나라(country)로 표현함으로써 ‘하나의 중국’ 정책의 수정을 암시하였다. 이번 6월 홍콩에서는 인구의 1/4에 해당하는 200만 명이 ‘자유’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신장지역과 티베트의 분리 독립운동도 영향받을 것이다.

우리 정부와 시민단체는 탈북민의 강제송환금지를 당당하게 권리로서 요구해야 한다. 중국의 국제법 위반에 대한 각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서 능동적 대응으로 전환해야 한다. 국제 연대도 강화해야 한다. 중국이 난민송환금지 의무를 위반함을 국제사회에 고발해야 한다. 침묵은 사대적 굴종을 의미한다. 톈안먼 사태 30주년에 즈음하여 한국 지식인들이 최초로 중국대사관 앞 집회를 통해 진상규명 등을 소리친 것은 새로운 시작이다.

트럼프 정부에게도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를 미·중 교섭에 의제화 하도록 요청해야 한다. 납치 일본인 문제를 아베 총리가 트럼프에게 설득하듯이, 한국도 트럼프에게 탈북민 문제를 중국과의 회담에 의제화 하도록 요청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가 심각한 국제법 위반을 거론하여 중국의 패권추구를 저지하는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

중국이 즉각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압박을 계속하여 탈북민들의 자유의 날을 하루라도 앞당기도록 해야 한다. 중국이 북한을 비호해서 받는 국익손실이 북한 정권을 지탱해서 얻는 이익보다 클 때, 한반도 정책에 대한 근본적 결단을 내릴 것이다. 그것은 한반도 통일, ‘인권이 보장되는 통일’로 이어질 것이다.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21세기 국가발전연구원장, 前 통일원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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