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협상 견인할 획기적 조치 vs. 北핵보유국 인정 우려”

미국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이번 DMZ회동에 대해 엇갈리는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 대통령이 북한 땅에 첫발을 내디딘 최초의 사건이자 실무협상을 견인할 과감한 조치라는 긍정적 진단과 북한의 선전선동과 핵보유국 인정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부정적 진단이 동시에 나왔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제시한 미북 관계의 변화, 평화 조약,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다루기 위한 실무급 협상이 계속된다는 점에서 역사적이고 생산적”이라고 평가했다.

스티븐 노퍼 코리아소사이어티 선임연구원은 “미 현직 대통령으로서 북한 땅에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역사적”이라고 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 철학’을 묘사하는 정확한 표현은 ‘리얼리티쇼’”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리얼리티 TV의 성공 원칙에 기반을 뒀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VOA에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1항이 새로운 미북 관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번 만남이 여기에 매우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은 “양측이 보다 큰 신뢰와 상호 이해를 쌓고 보다 구체적인 협상 방법을 준비할 수 있다면 만남이라는 것은 언제다 좋은 것”이라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때로는 독창저깅ㄴ 사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앤드루 여 카톨릭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늘 놀라게 만들고 특이한 외교 접근법을 취한다”며 “불과 몇 주전까지만 해도 미북 관계 관련 환경이 교착상태에 있다는 것이 모두의 생각이었던 것을 고려할 때 이번 DMZ 방문은 놀라운 것이었다”고 했다.

윤 선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이번 회동이 “협상 재개에 새로운 동력과 가능성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이번 회동이 사전에 한국, 일본과 조율된 것이라며 이번 회동은 좋은 생각이었다고 했따. 외교 경로가 활발히 탐색되고 있고 이를 계속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신호를 준다는 이유를 들었다.

반면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VOA에 “두 정상이 만날 것으로 예상했으면서도 이를 목격하는 것을 초현실적이었다”며 “비핵화에 진전이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고안된 텔레비전용 장면이자 리얼리티 TV 드라마”라고 일축했다. 이어 “김정은과 그의 통치를 더욱 정당화하면서도 대가로 얻는 것이 없다는 점에서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미 국방장관실 한반도 선엄자문관을 지낸 백 잭슨 뉴질랜드 빅토리아대학 교수는 “이번 만남은 긴장 완화라는 큰 퍼즐의 한 조각이었다면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실제로는 리얼리티쇼 외교였다”고 평가절하 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번 회동이 자칫 김정은에게 고고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북한 선전선동부는 이를 활용할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미국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위험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동이 실무협상 재개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면서도 이를 통해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데는 대부분 회의적이었다.

헤리티지 재단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포기할 준비가 됐다는 증거는 여전히 없다”며 “북한은 최근에도 미국이 협상 조건을 낮추지 않으면 더 강력한 행동을 할 것이라는 위협을 되풀이했다”고 했다.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도 “실무협상이 재개돼도 비핵화에 대한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했다.

테리 연구원은 “이번 만남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신속히 하는 것이 모교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 실무급 협상 도중에 제재가 완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 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르지 않을 것이고 협상 도중 적어도 일부 제재가 완화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은 북한과 추가 정상회담을 통해 잠정적 합의를 할 수 것을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핵무기와 미사일을 그대로 보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김정은의 입맛에도 맞는 합의”라고 덧붙였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은 신뢰 구축 조치들을 취했지만 단 한 개의 핵무기나 핵무기 생산 시설도 포기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16개월 전인 2018년 3월 초 비핵화 제안 당시 때보다 핵무기 수를 30% 정도 늘렸을 것”이라고 했다.

존 페퍼 외교정책포커스 소장은 “실무협상이 비핵화를 향한 의미있는 진전을 이룰 것인지에 대해선 말하기 어렵다”며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성취된 것은 없고 싱가포르 선언은 대체로 그저 성명으로 남아있다”고 했다.

한편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실제 목표는 더 이상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긴장을 낮추고 그런 상태를 무기한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김정은에게 아부하고 그를 칭찬하며 핵과 미사일 실험이 없다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하면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라는 양보를 제공했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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