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번 주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이 북핵 협상의 직접적인 촉매제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근본적이 이견 때문이다. 대신 전문가들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국내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두 나라가 대북 접근법의 차이를 좁히고 한 목소리를 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포드대학 연구원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미북 3차 정상회담을 개최하더라도 현재로서는 그 결과가 하노이 회담 때와 다를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친서를 주고받으며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비핵화의 정의 등 기본적인 이견이 그대로 남아있는데다 이를 좁히기 위한 실무협상도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미북 협상의 진전을 만들어 낼 가능성에 회의적”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한미 정상회담이 북한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힐 전 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사랑과 협상은 아무 관계가 없으며 친서 내용에서부터 협상의 문제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불확실해 앞일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제임스 쇼프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중국과의 무역 분쟁과 이란과의 갈등 문제 등에 둘러싸인 트럼프 대통령이 서울 방문을 계기로 큰 성과가 기대되지 않은 미북 정상회담을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안이 문재인 대통령의 국내 입지를 강화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북한과의 관여에서 별 성과를 얻지 못했고 지나치게 많은 조치만 취하고 대가를 전혀 얻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통해 여전히 미국과 어느 정도 조율하고 있고 북한과의 대화나 협상의 문도 열려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북한과의 경제 협력 확대와 대규모 대북 식량지원을 열망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관여를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엄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한국은 이런 문제에 대해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느끼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힐 전 차관보는 “현재 한미 양국이 북한에 갖는 신뢰도에 차이가 있다”며 “미국은 북한 비핵화 관련 제안에 매우 회의적인데 비해 한국의 문재인 정부는 덜 그렇다”고 했다. 이어 “두 정상이 만나 이런 차이를 극복하고 공동성명 등을 통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쇼프 연구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과 미북 정상 간 친서 교환 등 많은 변수 가운데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 북한과 중국 등에 일관적 메시지를 주는 자리가 돼야 한다”며 “북한과의 관여의 문이 다시 열릴 경우 한미 양국이 제재에 대해 어떤 형태의 융통성을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미리 생각을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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