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똑바로 박힌 기업인은 격려하지만 얼빠진 기업인은 질타할 수밖에 없다

 

권순활 논설주간
권순활 논설주간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64월 좌파 성향 단체인 참여연대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참여연대 보금자리 마련을 위한 후원의 밤행사를 열었다. 한국 대기업의 약점을 잡아 자주 공격했던 이 단체는 후원회를 앞두고 850개 상장기업과 기업인을 포함한 개인 3500여명에게 후원 약정서가 담긴 초청장을 보냈다. 7개월 전인 20059월 참여연대 창립기념일에 맞춰 개최한 후원회 때 300만 원이었던 후원금 상한액은 500만 원으로 높였다. 초청장을 받은 기업 가운데는 참여연대가 후원행사 이틀 뒤 발표하기로 한 편법 경영권 승계 실태조사대상 38개 주요 그룹이 대부분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참여연대 측은 제보를 받고 확인취재에 들어간 동아일보 기자에게 매년 창립기념일에 후원회를 열면서 비슷한 형태로 기업에도 자발적 후원을 요청해왔다면서도 경영권 승계조사 결과 발표와 후원행사를 연결 짓는 것은 무리한 비약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초청장을 받은 어느 기업 임원은 기업에 가장 민감한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에 대해 줄기차게 문제를 제기해 온 참여연대의 후원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대기업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양측의 주장 중에 어느 쪽이 실체적 진실에 가까울지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겠다.

한국의 좌파 단체들이 대기업을 자신들의 숙주(宿主)로 삼아 후원금을 챙긴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200510월 재단법인 환경재단은 서울 시내 최고급 호텔에서 후원행사를 열면서 어린이 환경기금명목으로 주요 기업에 후원금을 요청했다. 당시 환경재단은 좌파 환경운동 분야에서 영향력이 큰 환경재단 상임이사 명의의 공문도 보내 기업별로 500만 원, 300만 원 등 1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의 후원금액을 명기하기도 했다.

새로운 생존방식으로 자본가들에 대한 기생충 된 한국 좌파

김문수 전 경기지사, 김진태 박대출 의원, 박선영 조전혁 전 의원 등과 함께 문재인 좌파 정권에 대한 날카로운 직격탄을 종종 날려 주목받는 차명진 전 의원이 이달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기생충=좌파들의 새로운 생존방식>이란 제목의 글은 곱씹어볼 만하다. 그는 “21세기 들어서 세계 사회주의의 공멸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좌파들은 이념을 포기하지 않았다. 대신에 생존방식을 바꿨다고 썼다. 이어 현재 한국 좌파들이 가진 생각을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자본주의 체제와 맞서봐야 우리만 부서진다. 대신에 우리가 그들의 지위에 오르자. 물론 반대만 하던 우리에게 자본가들의 근면정신, 개척정신은 없다. 그렇다면 그들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자. 일중독에 빠진 물렁물렁해진 자본가들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어 그 속을 파먹자. 그래, 기생충이 되자!”

차명진은 좌파들의 기생충화 현상은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면서 그들은 각자의 숙주에 붙어서 피와 영양분을 열심히 빨아대고 있다. 기생충의 최고 정점에는 권력까지 장악한 좌파 정치집단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 나라 국민들은 정신 차리고 등 뒤를 돌아봐야 한다. 일터에서, 학교에서, 신문 지면에서, TV 모니터에서, 광고시장에서, 선거판에서, 내가 지금 내 피를 빨아먹는 자들의 숙주 노릇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라고 글을 맺었다.

우리 사회에는 우파는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좌파는 가난하다고 여기는 막연한 인식이 지금도 적지 않게 퍼져 있다. 과거에 그런 시절이 꽤 오랫동안 이어진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한국 사회 곳곳에서 권력과 영향력의 추가 왼쪽으로 현저히 기울어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특히 차명진의 지적처럼 좌파들이 자본가들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며 실익을 챙기는 기생충전략을 택하고 부()의 상징적 존재인 기업이 좌파의 돈줄이 되는 숙주 노릇을 반복하면서 권력에 이어 돈까지 두둑히 챙기는 좌파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배부른 좌파, 배고픈 우파현상은 시민사회단체 분야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문재인 정권에서 민변 민노총과 함께 막강한 힘을 자랑하면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속칭 SKY대를 압도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참여연대는 땅값이 비싼 서울 종로구의 도심에 번듯한 자체 건물을 갖고 있다. 상근직원 수도 적지 않다. 참여연대는 20065월 이 건물이 들어설 서울 종로구 통인동 150여 평의 부지를 246000만 원에 매입했다는 보도가 그해 7월 나온바 있다. 참여연대와 밀접한 인적, 이념적 네트워크를 지닌 아름다운재단 등 다른 좌파 단체들의 살림살이도 넉넉하다.

좌파 단체 주머니두둑히 채워준 대기업들의 죄가 크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돈을 버는 일에 제대로 종사해본 적이 없는 한국 좌파 단체들의 재정사정이 풍족해진 데는 기업, 특히 대기업들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하나의 실례를 들면 아름다운재단은 2000년 창립 후 11년 동안만도 928억 원의 기부금을 거둬들였다. 이 가운데 대기업 후원금만도 수백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참여연대와 아름다운재단의 재정적 급성장에는 좌파 성향 사회단체의 대부(代父)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인맥이 기업에서 끌어들인 자금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상당수 대기업은 단체에 대한 후원금 외에도 좌파 인사들을 개별적으로도 극진히 대접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주요 기업 중에는 이런 단체를 주도하는 인사들을 특별관리대상으로 지정해 고위 임원이 수시로 접대하거나 특혜에 가까운 이런저런 편의를 제공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른바 소액주주운동의 리더격인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현 주중 대사)이나 김상조 현 청와대 정책실장(전 공정거래위원장)도 국내 대기업들의 특별관리대상 VIP였다는 의혹이 적지 않게 나온다. 기업 경영에 어떤 전문적 식견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박원순이 2004년 3월부터 2009년 2월까지 5년간 포스코의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3억5700만원의 보수를 받은 것을 비롯해 각종 좌파 단체의 상당수 인사들이 여러 기업의 사외이사 등으로 영입됐다. 일부 기업은 좌파 단체 인사들에게 거액의 해외 연수비용을 지원하기도 했다. 다양한 창구를 통해 각 기업에서 좌파 진영에 유입된 자금 중 상당액은 그들 사이의 재분배 과정을 거쳐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 질서를 흔드는 강성 좌파세력의 군자금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젖과 꿀이 흐르는좌파 단체와 대조적으로 대한민국 체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우파 성향 단체 가운데 현재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곳은 거의 없다. 대표적인 우파 시민단체 중 하나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문재인 정권 출범 후 후원금이 격감하면서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한때 자유주의 원칙에 입각한 활발한 활동과 탄탄한 인적 구성으로 한국 우파의 새로운 싱크탱크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됐던 자유경제원은 현 정권 출범 후 기업들의 지원이 사실상 끊기면서 급격히 위축됐다. 조직이 크게 축소되면서 현진권 원장은 물론이고 요즘 보기 드문 우파의 젊은 전사(戰士)들인 여성 연구원 대다수도 자신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길거리에 내몰려 재취업 때까지 마음고생을 했다.

자유우파 성향 법조인인 황성욱 변호사는 우파 활동 하면 돈이 되고 좌파 활동하면 거지 된다는 공식이 만들어져야 정상인데 지금 한국은 이게 거꾸로 돼 있는 현실이라고 개탄한다. 좌파 단체 인사들에 대해서는 상전 모시듯 벌벌 떨면서 거액의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상당수 대기업과 이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경제단체인 전경련 등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조차 우파 단체에 대해서는 푼돈을 지원하면서 상전 행세하려 했다는 점도 꼭 짚고 넘어가자.

문재인 정권 들어서는 대기업들의 행태가 어떨까. 노무현 정권 때와 같은 구체적 정보가 공개된 것이 아직은 부족하긴 하지만 노 정권보다 훨씬 더 왼쪽으로 경도된 데다 대기업에 대한 권력 전반의 노골적 압박이 두드러진 이 정권에서 이런저런 방식으로 대기업과 좌파의 부적절한 공생 관계가 이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어느 곳에서는 과거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으로 기업들이 좌파의 숙주 노릇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 기업 강연료는 회당 1500만 원 균일가공언한 탁현민

최근 들어서는 좌파 인사들의 새로운 수입원으로 누가 봐도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의 외부 강연료와 행사료 등이 부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지낸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의 얼마 전 페이스북 글은 눈길을 끈다. 그가 이 글을 쓴 시점은 방송인 김제동 씨가 지방자치단체에서 한 회당 1000만원을 넘는 거액 강연료를 잇달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던 때였다.

탁현민은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 최근 자신의 강연 내역 자료를 요구했다면서 나의 강연료가 궁금한 것 같은데 여기저기 바쁜 분들 괴롭히지 말길 바란다면서 가능하면 사양하지만 꼭 필요하다고 하면 학교는 100만원, 지자체나 단체는 300만원, 기업은 1500만원 균일가다라고 썼다. 탁현민은 이 의원실에서 (강연을) 요청하신다면 그건 한번 고려해보겠다. 그쪽은 1550만원이라면서 공적 신분도 아닌 제 개인의 영리활동에 귀한 의정활동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 본업에 충실하기 바란다라고 비꼬았다.

탁현민이 공개한 자신의 적정 강연료 수준을 보면서 특히 주목한 것은 기업 강연료‘1500만원 균일가라고 한 부분이다. 그가 2007년 출간한 남자마음설명서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라는 두 권의 책에는 내 성적 판타지는 임신한 선생님” “등과 가슴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것은 남자 입장에서 테러 당하는 기분”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여중생을 공유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첫 성관계 상대가 얼굴이 좀 아니어도 신경 안 썼지. 그 애는 단지 섹스의 대상이니까등의 내용이 들어있어 청와대 선임행정관 시절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는 또 공개석상에서 왼쪽 손 사이에 오른쪽 팔목을 끼워 넣는 저속한 동작을 연출하기도 했다.

청와대 선임행정관 재직시 소통보다는 쇼통에만 능했다는 평을 듣는 탁현민이 공연 기획자로서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정상적인 상식의 소유자라면 다른 사람에 소개하기도 부끄러운 전력(前歷)을 지닌 탁현민을 초청해 한 회당 1500만원의 강연료를 지급하는 기업이 있다면 정신이 나갔거나 아니면 현 정권의 젊은 실세에게 공공연하게 뇌물을 상납하는 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다. 탁현민은 균일가 강연료글이 논란이 되자 25MBC 라디오에 출연해 실제로 그렇게 받고 강연을 한 적은 없다. 일종의 상징과 비유라며 일단 한 발 뺐지만 기업 강연료와 관련된 자신의 몸값에 대한 생각은 아마 진심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기업, 특히 대기업들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를 축으로 하는 대한민국 체제의 최대 수혜집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들이 기적에 가까운 성공을 가능케 한 우리 체제와 대기업들을 허물거나 흠집을 내려는 세력에 이런저런 명목으로 거액의 뒷돈을 대온 것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기업 관계자들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변명할지 모르지만 대한민국 체제를 위협하는 자들이 기업에서 빼먹은 돈으로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는 반면 이 체제를 지키려는 사람들은 춥고 배고픈 가운데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하는 현실이라면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자유사회라는 체제가 생존해야 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

선진국들과 비교해보면 한국 기업과 기업인들이 얼마나 반성해야 하는지가 더 선명해진다. 미국의 대표적인 우파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과 케이토 연구소가 만들어진 것은 쿠어스맥주 창업자인 조지프 쿠어스와 코크 인더스트리 회장 찰스 코크의 재정적 지원에 결정적으로 힘입었다. 영국에서 자유주의 이념을 전파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경제문제연구소(IEA) 역시 기업인 출신인 앤서니 피셔의 사재(私財) 출연으로 설립됐다. 저명한 정치학자이자 신학자인 마이클 노박이 역설한 자유사회라는 체제가 생존해야 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 기업세계에 몸담은 사람들은 자유사회를 지탱하는 원칙들을 잘 알고 지키는 다수의 사람들을 교육하고 계몽하면서 유지할 책임을 강하게 느껴야 한다라는 조언을 몸으로 실천한 의식 있는 기업인들이었다. 한국에도 그동안 일부 기업인이 개인재산을 내놓아 재단 등을 만든 사례는 일부 있지만 제대로 된 자유우파 연구기관 설립에 기여한 것은 하나도 없고 굳이 따지자면 좌파에 가까운 사람들로 대부분 채워지기 일쑤다. 이런 식의 기업인 사재 출연이라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더 낫다.

나는 국부(國富) 창출과 국민소득 향상의 주역인 기업의 중요성을 누구 못지않게 깊이 인식하고 있다. 글로벌 무한경쟁의 시대에 한국 기업들을 옥죄는 불필요한 각종 규제를 대거 혁파해 그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경제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신념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변명과 상황논리를 들먹이더라도 대한민국 체제와 기업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한국인을 질곡과 고통으로 몰아넣을 저질 좌파 세력의 숙주 노릇을 기업들이 계속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몇 년 전 신문사에 몸담고 있을 때 문화사업이란 미명 아래 왜곡된 좌파 이념을 확산시키는 영화 제작에 대거 자금을 투입한 CJ와 이 그룹 이재현 회장, 이미경 부회장 남매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한 칼럼을 썼던 것도 이런 문제의식과 무관하지 않다. 자유 진실 시장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자유독립언론 펜앤드마이크의 논설주간으로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정신 똑바로 박힌 기업과 기업인은 힘이 닿는 한 격려하겠지만 대한민국을 갉아먹는 친북 강성좌파 세력에 굴종하면서 잘못된 군자금을 퍼주는 얼빠진 기업과 기업인에 대해서는 혹독한 질타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

권순활 논설주간 ks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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