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한국이 휴전상태에 있다는 것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어"
"지금 한국은 히틀러가 유럽을 하나씩 집어삼킬 때 퍼져있던 유화적 사고와 평화무드가 지배"
"한국은 어느 패권국가가 자신의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는지 구분할 수 있는 분별력 가져야"

김영호 객원 칼럼니스트
김영호 객원 칼럼니스트

6·25전쟁 69주년을 맞는 현재 안보 상황은 전쟁상태로 들어갔다고 봐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 정전상태는 전쟁이 잠시 멈춘 휴전상태로서 준(準)전시상황을 의미한다. 한국 사회는 한국이 휴전상태에 있다는 것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다.

평화는 말로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힘과 군사력에 의해 지켜진다. 지금 한국에는 히틀러가 유럽을 하나씩 집어삼킬 때 퍼져있던 유화적 사고와 평화 무드가 지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잘못된 민족공조론에 세뇌되어 '우적관(友敵觀)'을 상실한지 오래이다. 국방백서는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라는 사실을 삭제해버렸다.

6·25전쟁 직전처럼 북-중-러 북방 3국의 연대가 강화되고 있다. 김정은은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4월 러시아를 방문했다. 지난 6월에는 시진핑과 푸틴이 만나 비핵화는 북한 체제 보장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6월 20일 시진핑은 북한을 방문하여 북한 체제 보장과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 북방 3국의 연대 강화와 달리 한-미-일 남방 3국의 안보 협력은 지리멸렬 상태이다.

한일관계는 문재인정부의 외교 포퓰리즘에 의해 파탄난지 오래이다. 미국이 나서서 한일관계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당분간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한미관계는 전작권전환과 한미연합사령부 한강 이남 이전, 성주기지 사드 정식 배치 지연, 화웨이 제재 협력 문제, 남중국해 협력 문제 등으로 인하여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6·25전쟁 직전과 달리 현재 북방 3국은 모두 핵 보유국이다. 북한은 유엔군의 후방 기지 일본과 괌을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 핵 미사일을 갖고 있다. 군사력의 균형이 깨지면 북방 3국은 전쟁의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1949년 내내 김일성은 스탈린에게 남침을 지원해 줄 것을 요구했다. 스탈린은 북한이 남한에 대해서 군사력의 우위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과 38선이 미국과 합의해서 그은 국제적 분할선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지원을 거부했다. 1949년 10월 중국 공산정권이 들어서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스탈린은 남침을 조르는 김일성에게 1950년 1월 30일 남침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거기에는 중국 마오쩌둥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 하나가 붙어 있었다. 마오쩌둥은 북한이 위기에 처하면 기꺼이 돕겠다는 약속을 했다. 1950년 2월 14일 스탈린은 자동개입조항이 들어가 있는 중소군사동맹조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북-중-소 북방공산 3국의 남침을 위한 공조체제가 구축되었다. 만주-북한-연해주를 잇는 남침을 위한 거대한 '전략지대'가 만들어졌다.

한미동맹이라는 억지력만이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이승만 대통령은 조병옥을 미국에 특사로 보내 한미동맹 체결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당시 미국은 동북아 지역에서 일본을 중시하고 한국의 군사전략적 가치를 낮게 보고 있었다. 소련제 최신 무기로 무장한 인민군 앞에서 서울은 3일만에 점령당하고 말았다.

미국은 처음부터 남침의 배후에는 스탈린이 있다고 확고히 믿고 있었다. 그 전쟁은 남북한 간의 전쟁일 뿐만 아니라 미소패권전쟁에서 한국 적화를 통해 미국에게 일격을 가하기 위해 스탈린이 김일성이라는 '졸(卒)'을 움직인 것이라고 믿었다. 미국은 군사전략의 천재 맥아더를 내세워 반격에 나서 지금의 휴전선에서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고 자유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었다.

레이몽 아롱의 주장처럼 평화는 '세력균형에 의한 평화', '패권에 의한 평화', '제국에 의한 평화'가 있다. 평화는 갈등이 없는 상태가 아닐 뿐만 아니라 평화적 방법으로 유지될 수 없다. 6·25전쟁은 대북한 억지력이 결여되어 있었을 때 일어났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정부는 한강 이북의 상징적 인계철선으로 남아있던 한미연합사령부 한강 이남 이전에 합의해주었다. 한강 이북에 계속 주둔을 요구해야 하는 것은 한국인데도 갈테면 가라는 식이다.

6·25전쟁 당시는 미소패권전쟁이 일어나고 있었다면 지금은 미중패권전쟁이 진행 중이다. 패권국가는 국제정치질서의 생산자이고 한국은 그 질서의 소비자이다. 한국은 어느 패권국가가 자신의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는지 구분할 수 있는 분별력을 가져야 한다. '패권에 의한 평화'는 패권국가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미국처럼 동맹국의 의사를 중시하는 '왕도적 패권'의 경우에는 한국의 한미동맹에 대한 확고한 인식과 신뢰가 중요하다. 6·25전쟁 69주년을 맞이하여 심화되는 안보 위기에 국민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김영호 객원 칼럼니스트(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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