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희씨 "양현석가 나에게 '나는 진술서도 다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며 진술번복 압박
검찰은 경찰에게 사건 넘기라 해놓고 비아이는 수사하지도 않아... 검찰도 YG와 유착 의혹 제기돼
경찰청장 “YG의 외압과 경찰 유착 여부 등 모든 의혹 엄중하게 다스릴 것”...경찰은 비아이 뒤에 있는 YG와 유착했나?
양현석 전 YG 대표 14일 사퇴 표명... 그러나 성접대 의혹과 탈세 혐의로 여전히 조사 대상

양현석 YG 대표(왼쪽), 비아이 가수

경찰이 YG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원점 재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19일 언론 보도와 펜 앤드 마이크의 취재에 따르면 빠르면 이번주 내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비아이를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17일 서대문구 본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전담팀을 꾸려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서 철저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또한 “비아이의 마약 의혹은 물론 YG의 외압과 경찰 유착 여부 등 언론에서 제기되는 각종 의혹에 대해 엄중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태들은 한서희 씨가 방정현 변호사를 대리로 삼아 비아이의 마약 사건, 그리고 이를 덮으려는 YG와 경찰 간의 유착 의혹을 4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하면서 세간에 폭로됐다. 또한 한 씨는 방 변호사의 말을 빌려 13일에서 14일 KBS의 ‘뉴스9’, CBS의 ‘뉴스쇼’, MBC의 ‘뉴스데스크’ 등을 통해 본인이 3년 전 비아이의 마약 사건의 진술을 번복한 이유는 양현석 전 대표가 협박했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한 씨는 2016년 8월 22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당시 한 씨는 경찰 조사에서 비아이의 마약 투약 사실을 털어 놓았고, 1차·2차 조사를 받고 풀려난 후에는 양 전 YG대표를 만났다. 한 씨에 의하면 그날 양 전 대표가 “나는 우리 소속사 연예인들이 그런 문제로 경찰서 가는 게 싫다. 그러니 충분히 사례하고 변호사도 선임해 주겠다. 경찰서에 가서 모든 진술을 번복하라”고 말한 뒤 “나는 네가 진술을 번복했는지 안 했는지 다 확인할 수 있고 진술서도 다 볼 수 있는 사람이다”라면서 경찰과의 유착 관계를 암시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한 씨는 양 전 대표가 선임한 변호사를 대동해 8월 30일 3차 조사에서 모든 진술을 번복했는데 “변호사는 본인의 변호사가 아니라 YG의 입장에서 양 전 대표를 대변하는 것으로 느껴졌다”며 “진술을 하나하나 메모지에 적어서 이렇게 진술하라고 옆에서 계속 코치했다”고 말했다.

YG엔터테인먼트 건물

방 변호사는 경찰이 YG와 유착해 고의로 ‘부실 수사’를 벌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방 변호사는 “다섯 번째 조사에서 경찰은 한 씨더러 ‘1차·2차 조사 때는 비아이의 마약 혐의 사실을 인정했는데, 3차 조사에서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뭐냐’고 추궁했다. 당시 신문 내용은 절차 상 모두 조서에 기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다시 1차·2차 경찰조사의 조서를 확인하니 (한 씨가) 비아이를 언급한 진술 내용이 모두 누락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비아이가 경찰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점을 예로 들며 “YG가 거대 권력과 어떤 관계가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본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YG 측은 “한 씨는 본인의 죄를 경감 받으려 비아이의 이름을 언급한 것이고,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만난 것뿐”이라며 일각의 의혹을 일축했다. 또한 진술 번복을 협박하거나 변호사를 대신 선임해 준 일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 전 대표는 14일 공식 입장을 통해 “오늘부로 YG의 모든 직책과 모든 업무를 내려놓으려 한다”고 사직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의 언론 보도와 구설의 사실관계는 향후 조사 과정을 통해 모든 진실이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18일에는 MBN을 통해 검찰까지 YG와 유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8월 30일(경찰의 3차 조사 당시) YG 관련 수사를 하고 있다며 비아이 사건을 이첩하도록 경찰에 요구했다. 경찰은 다음날 비아이의 수사 보고서와 함께 비아이가 한 씨와 마약 구매에 관해 대화한 카카오톡 기록 14장을 첨부해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그러나 검찰은 한 씨를 한 차례 불러 조사했으며 비아이는 수사하지도 않았다.

경찰은 최근 한 씨에게 마약을 판매해 구속수감된 A 씨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 씨는 비아이의 마약 구매 의혹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부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경찰은 15일 홍콩 마카오에서 귀국한 뒤 16일 일본으로 재출국한 한 씨를 소환해 2016년 당시와 사실관계가 달라진 부분을 중점으로 재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한편 양 전 대표는 2014년 여성들을 동원해 동남아시아 재력가 2명에게 성접대를 한 의혹도 받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8일 성접대에 연루된 유흥업소 종사자 ‘정마담’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정마담은 성매매는 없었다며 의혹 전반을 부인했지만, 경찰에 의하면 정마담이 동원한 여성들의 신원을 확보하고 양 전 대표를 소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국세청은 양 전 대표 프로듀서와 양민석(동생) 대표 이사에 대한 탈세 혐의를 대상으로 특별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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