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리가 옳았다" 경제발전 자찬...학살된 인민 인권 어디에?

'인민은 잊지 않는다'라는 붉은 문구가 쓰인 톈안먼 사건 사진 [연합뉴스 제공]
'인민은 잊지 않는다'라는 붉은 문구가 쓰인 톈안먼 사건 사진 [연합뉴스 제공]

중국의 톈안먼 시위 유혈 진압 사태 30주년을 맞아 미국과 대만 등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거센 비판을 가하며 반성을 촉구하는 가운데 중국은 “우리의 선택이 옳았다”라며 전방위적으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톈안먼 사건은 1989년 6월 4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며 연좌 시위를 벌이던 학생·노동자·시민들을 중국 인민해방군이 탱크와 장갑차로 해산시키며 무차별 발포로 많은 사상자를 낸 사건이다. 중국 측은 사건 은폐를 위해 사망자를 수백명 규모로 축소해 왔으나 해외 기관들에 따르면 수천에서 수만명이 이 사건으로 희생당했다. 

대만의 중국 담당 부서인 대륙위원회는 지난 3일 성명에서 “중국은 6월 4일(톈안먼)사건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고 민주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중국 당국이 역사적 과거에 대해 조속히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발표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이날 총통부에서 ‘해외 민주 인사’들을 접견하며 “6.4(톈안먼 사건)와 메이리다오 사건(1979년 대만의 민주화 시국 사건) 이후 대만은 민주와 자유의 길을 걸어갔다”며 “중국 역시 이러한 길로 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연합뉴스 제공]
차이잉원 대만 총통 [연합뉴스 제공]

차이 총통은 “중국은 비록 경제적인 발전을 이룩했지만 아쉽게도 인권과 자유는 매우 많이 축소됐다”며 “대만 역시 중국 대륙의 민주와 인권 발전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권 문제는) 보편적인 가치의 문제”라면서 “만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미국 정부도 톈안먼 사태와 관련해 “30년간 희망이 좌절됐다”며 비판 논조의 성명을 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공식 성명서에서 "우리는 1989년 6월 4일 중국 공산당 정부가 텐안먼 광장으로 탱크를 보내 인권과 자유, 부패 종식을 요구하는 평화로운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면서 끝난 중국인들의 영웅적 저항 운동을 추모한다"면서 "30년 전의 사건들은 아직도 우리와 세계 곳곳에서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양심을 뒤흔들고 있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 후 수십년간 미국은 중국이 국제 체제에 통합돼 보다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사회가 되길 바랐다"면서 "그 희망은 좌절됐다. 중국 일당 독재 체제는 반대를 용납하지 않았고 인권을 탄압해 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 정부에게 역사의 어두운 장에서 희생당한 이들에게 안식을 주기 위해 실종되거나 살해당한 사람들에 대한 완전한 공개적 실태 조사를 요구한다"면서 "이는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존중하려는 공산당의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연합뉴스 제공]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연합뉴스 제공]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같은 날 정례 브리핑에서 “1980년대 말 발생한 정치 풍파에 대해 중국 정부는 이미 분명한 결론을 내렸다”며 “신중국 성립 70년만에 이룬 엄청난 성취는 우리가 선택한 발전 경로가 전적으로 옳았음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중국의 주장은 경제적 발전의 성과만 강조한 것이어서 톈안먼 사건 당시 희생당한 인민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선 중국 정부가 인권에 대한 개념도 정립이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잘못에 대한 반성도 이뤄질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톈안먼 사건 30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정부 감시망을 피해 중국에서 해외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가상사설망(VPN)을 대대적으로 차단하며 반체제 움직임에 대한 경계의 모습을 보였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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