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에 비판적인 언론 기사·포털 댓글 또는 풍자물 유포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대(對)국민 고소고발전(戰)에 나선 집권여당이 포털 기사 댓글 게재 기능마저 폐지하려는 정황이 공공연하게 드러났다.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정부에 이런 방향의 검토를 주문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회 가짜뉴스대책단이 최근 211건 고소고발과 더불어 네이버·다음 포털 기사에 '매크로'(같은 동작을 반복 실시하는 프로그램) 방식 댓글이 달린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지난달 31일 경찰에 수사 의뢰까지 한 것의 연장선상으로 분석된다.

정권 스스로 핵심 기능을 허물어버린 국가정보원의 옛 댓글사건과 '패턴이 유사하다'며 여권에서 띄우는 매크로 댓글 의혹은 박근혜 전임 대통령 집권기였던 탄핵 논쟁 때도 등장한 적이 없다. 소위 '문파(文派)', '문꿀오소리'를 자칭하는 정권 극렬 지지 네티즌들이 여론장악이 불리할 때면 '단골 메뉴'처럼 입에 올리는 사안으로 알려져 있다.

트위터 등을 매개로 포털 검색어·기사 댓글 '천~만 단위' 집단 행동을 반복했고, 최근 청와대와의 접촉 정황마저 드러낸 이들의 행태는 눈감고 여당이 의혹 제기를 답습하면서 소위 '내로남불' 지적이 잇따랐다. 직접 포털 댓글 기능 차단까지 나선다면 심각한 언론·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비판이 가중될 전망이다.

지난 2월2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2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서 "포털을 장악하기 위해 획책하려는 세력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며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반복 제기하며 정부에 '철저한 조사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민주당 과방위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포털 댓글과 관련해 시끄럽고 소란스럽고 수준 낮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의혹을 제기한 뒤, 포털 기사 댓글 게재 기능에 대해 "구글에는 물론 없고, 야후에도 '좋아요·싫어요' 표시만 가능한 것 같다. 중국도 없다"며 "네이버와 다음만 있는 듯하다"고 콕 집어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공론화할 생각이니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놓으라"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요구했다. 구글과 야후의 사례와 함께, 중국공산당이 유튜브(Youtube)와 페이스북(Facebook) 국내 이용을 차단하고 있는 중국까지 거론하면서 네이버·다음이 이들의 선례를 따르도록 조치하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당 이상민 의원은 "네이버에서 매크로 방식에 따른 댓글조작 의혹이 상당히 크게 제기된 상황"이라며 "조작세력 관여" 의혹 제기로 가세했다.

특히 이 의원이 "인터넷은 오늘날 매우 중요한 소통수단으로 민주주의의 초석인 여론 형성에 중대한 침해로 그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대책을 촉구한다"고 하자,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방송통신위원회와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이 있다"고 답했다.

여당의 문제 제기를 정부가 공감대를 표한 것은 물론, 이미 해당 사안으로 내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KBS·MBC 야권 이사진과 전임 경영진 축출에 앞장선 '이효성 방통위'가 일찍이 개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포털 댓글 폐지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편 민주당은 앞서 추미애 대표가 지난달 17일 '문재앙 댓글 고소' 발언과 함께 "네이버도 공범"이라고 지목했으며, 이달 1일 박용진 의원이 '네이버 쇼핑' 등을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매수수료율 실태조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네이버를 잇따라 겨냥하고 있다. '네이버 부사장' 출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카카오 부사장' 출신 정혜승 뉴미디어 비서관이 청와대에 포진하고도 대(對)포털 압박을 지속하는 배경을 둘러싼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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