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기사단'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매크로'다운받아 사용
19대 대선 댓글조작 집단, 드루킹 일당 외에도 존재할 가능성 커

김경수 경남지사 [연합뉴스 제공]
김경수 경남지사 [연합뉴스 제공]

지난 19대 대선 전후로 댓글 여론조작을 펼친 ‘드루킹’ 김동원씨(49) 일당이 만든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 개발에 관여한 인물로 알려진 ‘서유기’ 박모씨(33)가 법정에서 “달빛기사단 대화방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내려받았다”라고 증언한 것을 조선일보가 24일 보도했다.

달빛기사단은 문재인 대통령 핵심 지지층을 가리키는 별칭이다. ‘달빛’은 문 대통령의 성인 문(Moon)을 의미하고 ‘기사단’은 문을 위해 싸우는 집단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도 같은 이름을 쓴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차문호)는 23일 오후 2시 김경수 경남지사 항소심 5차 공판을 열었다.

신문에 따르면 이날 재판에는 경제적공직화모임(경공모) 회원인 박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경공모에서 매일 댓글 작업 기사 내역을 엑셀 파일로 정리해 김씨에게 전달하는 등으로 댓글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박씨를 신문하며 “수사 초기에 달빛기사단 대화방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이용했다고 진술하지 않았느냐? 그리고 실제로 매크로가 저장된 USB를 내기도 했다”라며 “그 매크로와 박씨가 11월 9일 전으로 봤다는 킹크랩 프로토타입(시제품)과 차이가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박씨는 “그렇다. 처음 제출했던 USB는 컴퓨터 화면에서 구동시켜 마우스를 자동으로 왔다갔다 하게 하는 방식”이라며 “’둘리’ 우모씨(33)가 만든 건 휴대전화에서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해 기사를 찾아들어가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우씨의 프로토타입은 실제로 킹크랩의 ‘잠수함’을 보여준 것이냐”고 묻자 “정확히는 모른다. 우씨가 더 잘 알 것”이라고 답변했다.

잠수함은 킹크랩 관리서버의 정보를 다운로드해 실제 댓글 순위 조작 작업을 수행하는 휴대전화 단말기다. 수사당국은 드루킹 일당이 잠수함을 이용해 생성된 아이디들로 자동 로그인한 후 댓글에 공감 및 비공감 클릭을 반복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조사했다.

재판부가 “USB는 본인이 직접 만든 것이냐 아니면 우씨가 만들어준 것이냐”고 묻자 박씨는 “달빛기사단 (대화)방에는 저만 들어가 있었다. 제가 그들이 찾은 걸 보고 다운받아 가지고 있던 것”이라며 “(제대로) 돌아가는 매크로인지 테스트도 몇 번 해봤던 것 같다. 그리고 달빛기사단에서 이런 매크로를 찾아서 테스트해보고 있는데, 우씨한테도 보라고 했던 것도 기억난다”고 답했다.

박씨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지난 19대 대선 당시 댓글을 조작한 것을 드루킹 일당만이 아닐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매크로는 드루킹 일당이 직접 개발한 게 아니라 달빛기사단으로부터 다운받았기 때문에 달빛기사단 혹은 연관 단체가 개별적으로 댓글 조작을 수행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씨는 킹크랩을 김 지사의 당시 보좌관이었던 한모씨에게도 직접 시연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2017년 1월쯤 김동원씨가 국회로 김 지사를 만나러 갔을 때 보좌관인 한씨를 소개한 사실을 아느냐”고 묻자 박씨는 “알고 있다”라고 했다.

검찰이 “2017년 2월쯤 한씨가 ‘산채(느릅나무 출판사, 드루킹 일당의 아지트)’를 방문했을 때 컴퓨터 화면이 2개 있었는데, 한 쪽에는 킹크랩 사이트를, 다른 한 쪽에는 네이버(기사)창을 띄워 놓고 운용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냐”라고 묻자 “맞다”라고 답했다.

박씨는 그러면서 “한씨가 방문하기로 한 날 아침 김동원씨가 내게 킹크랩 시연을 준비하라고 말했다”라고 증언했다.

검찰이 또 “박씨는 모니터 한쪽의 네이버 기사 화면에서 URL을 킹크랩에 입력하고 댓글과 추천 여부를 입력한 뒤 저장하는 등 운용하는 모습을 한씨에게 보여준 것이냐”라고 하자 박씨가 “그렇다”라고 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는 별도로 아내를 폭행한 혐의로 이혼 소송 중인 김동원씨가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정종관)는 24일 유사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김씨와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과 같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부인이 늦게 귀가했다는 이유로 다투다가 아령과 호신용 곤봉으로 위협과 폭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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