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훈련 중단하고 단독훈련으로 전환한 을지태극연습 첫 훈련 홍보물에 北 위협 명시조차 안 해
국방부, 앞서도 제2연평해전 전사자 두고 '순직' 표현...北의 서해 도발은 '우발적 충돌'이라고 표기
文정부, 지속적으로 도발 가해자 北 안 써...처음 내놓은 국방백서서는 아예 '北=敵' 표현 삭제

전철역에 나붙은 을지태극연습 홍보 포스터. (사진 = 김종형 기자)
전철역에 나붙은 을지태극연습 홍보 포스터. (사진 = 김종형 기자)

문재인 정부가 올해 처음 한국군 단독훈련으로 시행하는 ‘을지태극연습’ 홍보물에서 북한의 위협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전철역과 관공서 등에는, 오는 27일부터 30일까지 2019 을지태극연습을 실시한다는 포스터가 나붙었다. 행정안전부가 만들어 배포한 이 포스터에는 27일부터 28일까지 제1부인 국가위기대응연습, 제2부인 전시대비연습을 실시한다는 일정이 적혀 있다. 그런데 홍보물에는 ‘북한’이라는 두 글자를 찾아볼 수 없다. 행정안전부가 처음 홍보물을 배포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일로, 북한 미사일 도발이 시작된 뒤였다. 그런데 포스터와 함께 만들어진 홍보영상・온라인 배너 등에도 북한의 위협은 명시되지 않았다.

을지태극연습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7월 “최근 조성된 여러 안보정세 및 한미연합훈련 유예 방침에 따라 올해(2018년) 계획된 정부 을지연습을 잠정 유예하기로 결정했다”며 “한국군 단독연습인 태극연습과 연계한 민·관·군이 함께하는 새로운 형태의 ‘을지태극연습’ 모델을 개발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며 계획된 것이다. 이와함께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 소위 ‘평화・대화국면’에 접어들었다면서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훈련은 중단키로 했다.

을지태극연습 시행에 앞서 지난해까지 유지돼왔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은 1968년 북한 무장공비의 청와대 기습 사건인 1.21 사태를 계기로 시작된 을지연습과, 1994년부터 한미 합동전력 작전수행능력 배양을 위해 시작한 태극연습을 합한 것이다. 모두 북한의 안보 위협을 대비하는 훈련이었다. 두 훈련을 계승하는 성격으로 올해 처음 시행되는 을지태극연습의 홍보물에 북한이 명시되지 않은 게 석연찮은 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안보 관련 자료에서 전쟁 및 각종 도발 가해자로서의 북한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방부는 지난해 6월 제2연평해전 16주기에 북한과 맞서 싸우다 전사한 장병들을 ‘순직했다’고 표현했다. 지난해 9월 북한 김정은과 맺은 남북군사합의 해설에서는 북한이 지속적으로 범해온 서해 도발이 ‘우발적 충돌’이라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연평도 포격 8주기에는 포격을 자행한 북한을 언급조차 하지 않은 추모글을 게시해 논란을 야기했다. 이에 멈추지 않고, 문재인 정부는 지난 1월 출범 후 처음 내놓은 국방백서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적‘이라 표현한 부분을 8년 만에 공식 삭제했다.

자유우파 진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아직도 북한과의 ‘대화’에 목매고 있어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본다. 실제로 북한의 막무가내식 도발 이후에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은 대북 식량지원이나 개성공단 재개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민주당 다수인 기초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 등에서도 ‘대북협력’ 명목으로 사실상의 지원금을 전달하는 조례안이 속속 통과되고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21일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해당 홍보물은 지난 9일부터 배포된 것이 맞다”면서 “북한을 한정하지는 않았지만, (정부가) 테러 등 각종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해당 훈련을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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