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국회’ 재연하며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제도개정안
본격적인 심사는커녕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여야 4당 공조 균열... 원인은 의원정수를 둘러싼 각 당의 이해관계
지역구 28석 줄여야...통폐합되는 지역구 의원들 불만 불 보듯 뻔해
이해득실 따라 본회의 표결 시 부결될 가능성 커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된 유성엽 의원(왼쪽)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된 유성엽 의원(왼쪽)

 

선거제도개정안 등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며 형성되었던 4당(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공조가 흔들리고 있다. 

여야 4당은 자유한국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동물국회’를 재연하며 앞서 4월30일 선거제도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신속처리안건으로서 최장 330일 후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여야는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안의 내용을 합의를 통해 본회의 전에 변경할 수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심사는커녕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여야 4당 공조는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각 당이 다른 결말을 생각하고 탄생시킨 여야 4당의 협력 시스템이 ‘태생적 한계’를 가져 패스트트랙이 본회의에서 통과되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야 4당이 추진하고 있는 선거제도 개정안이 제21대 총선에 적용되려면 늦어도 내년 3월24일 이전에 합의안이 도출돼 본회의에 상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여야 4당은 최근 이견을 보여 선거제도 개정안이 부결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여야 4당의 공조 시스템에 금이 생긴 원인은 의원정수를 둘러싼 각 당의 이해관계. 당초 여야 4당은 패스트트랙 합의안에서 의원정수를 300인으로 묶되 지역구 의석 28석을 줄여 225석으로 하고, 비례대표를 28석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가 취임하면서 갑자기 의원정수를 확대하자고 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곧바로 이에 동조했고,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지역구 축소에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일찍 터져 나온 것"이라면서 의원정수 확대 의사를 표시했다. 

현재까지 어느 지역구가 통폐합될지 몰라 논란이 수면 아래에 있지만 지역구 감소가 확정되고 이에 따른 구체적 논의가 시작되면 통폐합되는 지역구 의원들의 불만이 터질 수 있다. 선거제도를 바꿀 경우 인구가 적은 비수도권과 비광역권 의석수가 줄어든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그러므로 당론을 따르지 않고 의원 개개인이 자신의 지역구 통폐합 등의 이해득실에 따라 본회의에서 표를 던지면 선거제 개정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선거제도 개정안을 태운 ‘패스트트랙 열차’가 아무리 속도를 내도 최소 6개월이 걸리는 만큼, 그 사이 정계 지형이 달라질 수 있는 변수도 남아 있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선거제도개정안 등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직후 페이스북 글에서 "패스트트랙은 법안 내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법안처리 절차를 결정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패스트트랙에 찬성한 의원이 그 (법안) 내용에 반드시 동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샴페인을 터트리기엔 이르다고 경계했다.

이 의원은 "최소 6개월 이상, 최장 330일이 걸리는데 그때도 합의 처리한 4당이 그대로 존속해 있을까? 본회의 부의 무렵에는 정치 지형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며 "'소속 정당이 달라질 수도 있는' 의원들이 과거 소속 당에서 한 결정을 번복하는 데 무슨 큰 부담을 가지겠느냐"고 주장했다. 

차광명 기자 ckm1812@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