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간담회서 반대 입장 밝히며 “국민 기본권 보호에도 빈틈 생겨"
"수사권조정 빌미 검찰이 제공해...수사착수 기능 분권화 추진할 것"
"패스트트랙은 국회와 대화해야할 문제"...'법무부 패싱'가능성 내비쳐
"공수처 기소독점 갖는 것 국민 용납 어려워...그러나 논의 지속된 것도 원인 있어"

문무일 검찰총장 [연합뉴스 제공]
문무일 검찰총장 [연합뉴스 제공]

문무일 검찰총장은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날치기 지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민주적 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문 총장은 16일 오전 9시 30분 대검찰청 청사 15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국회에서 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된 법안들은 형사사법체계의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길 우려가 있다는 점을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수사는 진실을 밝히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의 기본권을 합법적으로 침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형사사법제도의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주적 원칙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회에서 진행되는 수사권조정 논의를 지켜보면서 검찰은 반성과 각성의 시간을 지내고 있고, 지금 논의에 검찰이 적지 않은 원인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며 “일부 중요사건에서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었고, 억울함을 호소한 국민들을 제대로 돕지 못한 점이 있었던 것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해 검찰 스스로의 자성의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 1일 해외 순방 중 '수사권 조정 법안이 민주적 원리에 위배된다'며 반대 입장을 검찰 출입기자단에 문자로 알리며 수사권 조정 법안의 문제를 적극 거론했다. 문 총장의 발언이 나오자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도 해당 법안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조응천, 금태섭 의원이 경찰권 비대화 우려는 나타내며 해당 법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문 총장은 검찰의 직접수사 총량을 대폭 축소하는 등 검찰 스스로의 개혁 의지도 밝혔다. 그는 "수사를 담당하는 어떠한 기관에도 통제받지 않는 권한이 확대돼서는 안 된다"며 "검찰부터 형사사법체계의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도록 조직과 기능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또 "수사착수 기능의 분권화를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마약수사, 식품의약 수사 등에 대한 분권화를 추진 중에 있고, 검찰 권능 중에서도 독점적인 것, 전권적인 것이 있는지 찾아서 바꾸고,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종결한 고소, 고 발사건에 대한 재정신청 제도를 전면적으로 확대해 검찰의 수사종결에도 실효적인 통제가 가능하도록 바꾸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실생활에 밀접한 형사부, 공판부로 검찰의 무게 중심을 이동하겠다. 검찰은 형사사법제도 개혁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겠다"면서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검찰은 국민의 뜻에 따라 변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총장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언급한 바 있는 수사권 조정안 사후 통제 방안에는 "소 잃을 것을 알고 외양간 고치는 것은 안 된다"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는 일단 경찰에게 수사 종결권을 주고, 이후 문제가 생기면 고쳐도 된다는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문 총장은 간담회 중간에 자리에 일어서 재킷을 흔들며 "검찰의 정치 중립은 흔들리는 옷을 보고 말하면 안 되고, 어디서 흔드는 지를 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박 장관의 말대로라면 검찰은 입을 닫아야 한다"고 했다. 앞서 박 장관이 전국 검사장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정확한 현실 상황과 사실관계, 제도를 토대로 논의를 해야 한다"고 한 데 대해 맞선 것이다.

문 총장은 박 장관을 향해 "아무말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박 장관이)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패스트트랙은 국회와 대화해야할 문제"...'법무부 패싱'가능성 내비쳐

문 총장은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회부된 이후 박 장관을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는 "이 문제(수사권 조정)는 국회에 간 법률안이다. 정부 법률안으로 돼있는 게 아니다"라며 "저희가 굳이 얘기해야 한다면 (법무부가 아니라) 국회와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향후 수사권 조정안 논의과정에서 ‘법무부 패싱’가능성을 내비쳤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 13일 전국 검사장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관련해 검찰 입장을 충실히 반영하도록 하겠다"면서도 최근 검사들이 조정안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낸 것을 두고 자제하라는 요구를 했다. 박 장관은 "개인적인 경험이나 특정 사건을 일반화시켜선 안 된다"며 "부분을 가지고 전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박 장관은 또 "정확한 현실과 사실관계, 제도를 토대로 논의해야지 정확하지 않은 정보나 팩트, 외국인 제도를 예로 들면서 주장하는 것은 진실을 호도할 수 있다"고도 했다.

박 장관은 지난 13일 이메일을 통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 확대 ▲사법경찰관에 대한 보완수사요구 실효성 강화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 제한장치 마련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에 대한 여론 수렴 등의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총장은 "방향이 아니라 틀이 다르다"며 "(법무부와 검찰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공수처 기소독점 갖는 것 국민 용납 어려워...그러나 논의 지속된 것도 원인 있어"

문 총장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현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수처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기소가 가능한 독립 기구로 규정돼 있다. 때문에 공수처가 제왕적 대통령의 독재를 보좌하는 괴물 기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문 총장은 이와 관련해 "수사 착수한 사람(공수처)이 기소 독점까지 갖고 있는 것은 국민이 용납하기 어렵지 않나. 저도 법률가이기에 (공수처안에 대해) 걱정할 수 있다"라면서도 "(공수처 설치)필요성 자체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께서 공감하고 있다. 공수처 논의가 20여년 지속된 원인이 있을텐데, 그 원인을 20년 기회동안 저희가 해소 못했다면 인정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한다"라고 말해 공수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았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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