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이도 의장 "미래는 우리 것...국민과 군 하나가 돼" 봉기 촉구
마두로측 "20만 군인 중 30명만 과이도 지지...소규모 봉기 진압 중"
트럼프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민의 자유 지지...사태 면밀히 지켜보고 있어"
폼페이오 "마두로 쿠바로 망명준비 마쳤으나 러시아 만류로 안 떠나"

베네수엘라 국가수비대 장갑차와 대치중인 반정부 시위대 [AP=연합뉴스 제공]
베네수엘라 국가수비대 장갑차와 대치중인 반정부 시위대 [AP=연합뉴스 제공]

베네수엘라에서 급진좌파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퇴진운동을 주도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일부 군인들과 거리로 나서 군사 봉기와 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촉구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반정부 시위를 이끌어온 과이도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일찍 촬영된 3분짜리 동영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카를로타 공군기지 외곽에서 팔뚝에 푸른 띠를 찬 수십명의 중무장 군인들과 장갑차 몇 대에 둘러싸인 채 등장해 ‘자유 작전’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며 거리로 나온 군인들이 베네수엘라의 헌법을 수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이도 의장은 이후 트위터에 “미래는 우리 것”이라며 “국민과 군이 하나가 됐다”고 했다.

군사 봉기 시도는 5월 1일 개최될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하루 전날 발생했다. 과이도 의장은 마두로 정권 퇴진의 최종단계로 “베네수엘라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가두시위”를 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동영상에는 과이도 의장의 정치적 스승으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아 2014년 수감됐다가 2017년 7월부터 가택연금 중인 야권 지도자 레오폴도 로페스 전 카라카스 시장도 등장했다.

로페스는 "지금은 제복을 입거나 그렇지 않은 모든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시간"이라며 "모두가 평화롭게 거리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이도 의장의 명령에 따라 군인들이 자신을 풀어줬다고 밝혔다.

칠레 외교부는 로페스가 부인 릴리안 틴토리, 딸과 함께 베네수엘라 주재 자국 대사관 피신한 뒤 망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군부 지도부의 충성을 받고 있다며 자신의 건재함을 주장했다.

그는 "군부 지도자들과 이야기했다. 군부가 자신에게 완전한 충성을 보였다"며 마두로 정권을 축출하기 위한 군부의 지지를 확보했다는 과이도 의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담력! 나는 평화의 승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대의 대중 동원을 소집했다.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마두로 정부는 야권이 지원하는 '군 반역자'들에 의한 소규모 쿠데타 시도를 진압 중이라고 밝혔다.

호르헤 아레아사 외무장관은 과이도가 워싱턴의 명령에 따라 작전을 벌였다고 비난하며 “약 20만명의 군인 중에 30명이 과이도 편에 섰다. 거의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과이도 의장의 군사 봉기 촉구 이후 카라카스 시내에서는 친정부·반정부 집회가 개별적으로 열렸다. 수만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하는 진압경찰에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맞섰다. 이 과정에서 국가수비대 장갑차가 시위대를 향해 돌진하기도 했다.

AFP통신은 보건당국을 인용해 군인 1명 등 총상자 2명을 포함해 최소 69명이 다쳤다고 전하며, 부상의 대부분은 고무총탄 탓에 생겼다고 밝혔다.

무장 군인들을 배경으로 한 동영상에 등장한 후안 과이도 의장 [EPA=연합뉴스 제공]
무장 군인들을 배경으로 한 동영상에 등장한 후안 과이도 의장 [EPA=연합뉴스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민과 그들의 자유를 지지한다"라며 베네수엘라의 상황을 매우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마두로 정권과 지지 세력을 겨냥, "대통령이 말했듯이 마두로와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 특히 베네수엘라인이 아닌 사람들은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이날 오전 쿠바로 망명할 준비까지 다 마쳤으나 러시아가 이를 만류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는 활주로에 비행기까지 대기해둔 상태였다”며 “우리가 이해하는 바로는 그는 오늘 아침 떠날 준비가 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러시아 외교부는 성명을 내 베네수엘라 야권이 폭력에 의존하고 있다며 야권이 군사 봉기를 촉구한 것은 군부를 충돌로 끌어들이려는 뻔뻔한 시도라고 비난전을 전개했다.

외교부는 "베네수엘라의 급진적인 야권이 다시 한번 폭력적인 대립수단으로 회귀했다"면서 "그들은 정치적 차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대신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물론 군사적 충돌을 유발하고 공공질서를 침해하려고 기획한 과정을 밟았다"고 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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