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공소장서 靑인사 압박한 정황 나와
자기소개서에 ‘백두대간을 종주했다’, ‘시를 쓰는 등 백두대간의 중요성을 사회 전반에 인식시켰다’고 기술
환경부로부터 답안지 격인 공단 업무보고서 받고도 '서류 통과 어렵다' 판단받아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지지하는 문학-예술인 명단 이름올린 親文인사

권경업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연합뉴스 제공]
권경업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연합뉴스 제공]

서류심사에서 9등을 했음에도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에 임명된 권경업 이사장이 공단에 지원한 동기 및 경력란에 ‘백두대간을 종주했다’고 쓴 사실이 조선일보 보도를 통해 30일 알려졌다.

등산가이자 시인인 권 이사장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문학·예술인 명단에 이름을 올려 문화계의 대표적 ‘친문(親文) 인사’로 꼽힌다.

그런 그가 지원서에 업무 관련성이 전혀 없는 '백두대간을 종주했다'는 내용을 썼는데도 청와대와 환경부가 이사장에 채용되도록 국립공원공단에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이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최근 재판에 넘겨진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검찰 공소장에 담긴 내용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신 전 비서관은 2017년 8월 자신의 밑에서 일하는 행정관에게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에 권씨가 청와대 추천자로 결정됐다. 환경부가 지원해주라고 전해라”는 지시를 했다. 행정관은 김모 전 환경부 운영지원과장에게 이를 전달해고, 관련 내용은 장관에게 보고됐다.

김 전 장관도 권 당시 이사장 후보를 전폭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후 환경부는 권씨에게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으로 추천됐다”며 공단 업무 보고서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는 이를 바탕으로 자기소개서 등을 공단에 제출했다.

하지만 2018년 8월 말 권씨가 낸 서류를 받아 본 환경부 직원들은 ‘서류심사에서 통과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권씨가 자기소개서에 지원 동기와 경력 등에 대한 소개 없이 ‘백두대간을 종주했다’ ‘이와 관련된 시를 쓰는 등 백두대간의 중요성을 사회 전반에 인식시켰다’는 내용을 주로 썼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서류 통과가 어렵다”고 청와대에 보고했지만 청와대는 “다시 한 번 검토해보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권씨에게 “사단법인·정당에서 일한 경력도 가능하다”고 전해 권 씨는 ‘민주당 부산시당에 1년 6개월간 근무했다’는 내용을 환경부에 이메일로 보냈고, 환경부가 이를 받아 그의 자기소개서를 대신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그해 9월엔 권씨에게 면접 질문지도 줬고, 두 달 뒤 그는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에 임명됐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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