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검, 김태우 16개 폭로 중 5개 '비밀누설' 있었다고 봐
동부지검, 민간인 사찰 의혹 받은 조국-임종석 등은 무혐의 처분
김태우 측 "청와대와 대통령 비위 밝히는 것, 오히려 국가기능 제자리 돌려놓는 것 아닌가...법의 날 법치는 사망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과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문건' 의혹 등을 제기한 김태우 전 수사관이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서 고발인 자격으로 조사 받기 위해 출석하기 위해 검찰 청사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과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문건' 의혹 등을 제기한 김태우 전 수사관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서 고발인 자격으로 조사 받기 위해 검찰 청사로 출두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청와대로부터 ‘공무상 비밀누설’로 고발당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수사관은 문재인 청와대의 전방위적인 민간인・공직자 불법사찰과 친정부적 성향 인사의 비위 첩보 묵살 행위 등을 폭로했다.

수원지검 형사1부(김욱준 부장검사)는 25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김 전 수사관을 불구속 기소한다고 밝혔다. 수원지검은 청와대가 김 전 수사관을 두고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언론 등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공무상 알게 된 비밀을 언론 등에 폭로했다”고 고발한 사안을 수사해왔다.

검찰은 김 전 수사관의 폭로 내용을 총 16개 항목으로 보고, 이 중 우윤근 주 러시아 대사와 관련한 폭로 등 5개 항목에 공무상 비밀누설이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기소 결정을 내렸다. 구체적인 기소 항목은 우 대사에 대한 금품수수 의혹 등에 대한 비위 첩보, 청와대 특별감찰반 첩보보고서, 김상균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비위 관련 첩보, 공항철도 비리 관련 첩보, KT&G 동향보고 유출 감찰 자료 등에 대한 폭로다. 김 전 수사관 측은 “문재인 정권에 친화적인 인사들의 비위는 청와대 특감반에서 묵인해왔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검찰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작성과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 국장 비위 첩보 묵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했다. 해당 내용들이 이미 충분히 알려져 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불기소 처분 항목에 대해서는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전했다.

김 전 수사관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특감반에서 일하다 검찰로 복귀했지만 공무상 비밀 누설 등을 이유로 해임됐다. 그는 특감반 근무 당시 청와대 ‘윗선’에서 전방위적으로 공무원, 민간인에 대한 사찰을 지시했다고 주장해왔다. 청와대는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하며 지난해 12월 19일 김 전 수사관을 검찰에 고발했다. 수원지검은 김 전 수사관의 자택과 휴대폰을 압수수색하며, 정권 눈치를 보며 강압적인 수사를 했다는 평까지 받은 바 있다.

이날 김 전 수사관은 불구속 기소됐지만, 민간인 사찰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아 고발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은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주진우 부장검사)가 무혐의 처분했다.

이에 김 수사관 측은 ‘이제 청와대 비위 제보하려면 해임과 형사처벌을 감수해야. 법의 날 법치 사망‘이라는 입장을 냈다. 김 수사관의 변호인인 이동찬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청와대의 비위가 보호할 가치가 있는 비밀인가. 측근의 비리는 감싸고 반대파에 대해서는 비위를 폭로해서 국가기능이 훼손되었는가“라며 “청와대와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그들의 비위를 밝히는 것은 오히려 국가기능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 아닌가“라고 호소했다.

이어 “우리 법은 공익신고자 내지 부패행위신고자가 어떠한 불이익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하고 포상까지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제 청와대를 비롯한 권력기관, 권력자의 비위를 제보하려면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직장에서 잘리고 내 집에 수사관들이 들이닥치고 종국에는 형사처벌을 받는 것까지 감수해야 한다. 이제 어느 누가 공익제보를 하려고 나설 것인가. 4월 25일 법의 날, 법치는 사망했다“고도 덧붙였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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