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낙점 인사 탈락하자 신미숙에 질책 받고 경위서 제출

신미숙(좌), 김은경 [연합뉴스 제공]
신미숙(좌), 김은경 [연합뉴스 제공]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해 7월 청와대가 낙점한 전직 언론사 간부 박모씨가 환경공단 임원 공모 서류전형에서 탈락하자 환경부가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질책을 받고 청와대에 제출한 경위서를 21일 확보한 것을 동아일보가 22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해당 경위서에는 “이런 사태가 재발할 경우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문구가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씨는 탈락한 후 환경부 산하기관과 GS건설 등이 공동출자한 민간회사 대표로 임명됐다.

신문에 따르면 환경공단은 박씨가 탈락한 지 3일 만에 서류 합격자를 전원 탈락시키고 재공모를 거쳐 상임감사에 문재인 대선캠프 출신 유성찬씨를, 이사장에 노무현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장준영씨를 임명했다.

검찰은 박씨를 제외하곤 청와대가 산하기관 임원으로 추천한 인사들이 전원 합격한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문은 대부분의 합격자들은 채용 과정에서 환경부와 산하기관으로부터 면접정보를 미리 받는 등 특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신 비서관은 이달 들어 받은 두 차례 검찰 조사에서 “박씨 탈락에 대한 경위를 파악한 것은 맞으나 해당 문구가 담긴 경위서는 보고받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산하기관 채용 과정에서 “청와대 추천자에게 특혜가 제공된 사실도 몰랐다”며 관련 혐의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신문에 따르면 검찰 조사를 받은 환경부 전·현직 공무원들은 박씨가 탈락 뒤 경위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청와대로부터 수차례 문구 수정을 요청 받았다고 했다.

첫 경위서에선 “일부 실수가 있었다. 잘 챙기겠다”는 수준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청와대의 계속된 수정 요구에 환경부는 “재발 시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겠다”와 같은 문구가 담긴 경위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신 비서관에게 관련 경위서가 보고된 정황과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검찰은 당시 안병옥 환경부 차관이 공무원들로부터 “박씨 탈락에 청와대가 단단히 화났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고 신 비서관에게 전화로 해명을 시도했던 정황도 파악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안 전 차관이 신 비서관이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자 청와대를 방문해 신 비서관에게 박씨 탈락을 직접 해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전 차관은 이 일 이후 한 달 뒤 경질됐다.

검찰은 또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이 해외출장 중에 관련 경위서가 청와대에 보고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장관은 박씨 탈락 한달 뒤 인사 업무를 담당했던 황모 국장과 김모 과정을 좌천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검찰은 두 사람의 좌천 과정에서 김 전 장관에게 직권남용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현재까지 김 전 장관을 4차례, 신 비서관을 2차례 조사한 검찰은 이르면 주중 두 사람에 대한 신병처리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검찰은 김 전 장관과 신 비서관에게 동시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검찰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김 전 장관과 신 비서관에 대한 신병처리, 조 수석에 대한 소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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