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잃은 이창영 씨가 입장문 발표..."가해자 위협적 행동, 경찰에 수차례 신고했지만 조치 취하지 않아"
안 씨, 18일 조사에서야 "홧김에 불질렀다" 진술...휘발유 미리 사는 등 계획적 범행 정황도
경찰 대응 이어 정신질환자 관리 문제삼는 목소리도 나와
진주 국회의원인 박대출 "열심히 살아가는 동생에 날벼락 떨어져...불행 막을 수 있도록 국회서 길 찾겠다"

17일 오후 경남 진주시 한일병원 장례식장에서 진주아파트 희생자의 한 유족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17일 오후 경남 진주시 한일병원 장례식장에서 진주아파트 희생자의 한 유족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경남 진주시 가좌동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40대 남성 안모 씨(42)가 저지른 방화와 흉기 난동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경찰과 지자체에서 미온적으로 대응해온 점을 규탄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5층에 살던 누나 이모 씨(57)를 잃은 유가족 대표 이창영 씨(52)는 사건 발생 당일 오후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한일병원 장례식장에서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씨는 “아파트 주민들이 오랫동안 가해자의 위협적인 행동에 대해서 경찰서, 파출소에 수차례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서나 파출소는 가해자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진주 아파트 방화·살해 혐의를 받는 안모(42)씨가 17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나오고 있다.
진주 아파트 방화·살해 혐의를 받는 안모(42)씨가 17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안 씨는 범행 20여분 후 경찰에 검거돼 조사받고 있다. 그는 경찰 검거 이후 “임금 체불 때문에 범행했다”고 진술했지만, 해당 진술은 경찰 수사와 고용노동부 확인 등으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안 씨는 2015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 아파트에 혼자 거주하고 있었으며, 1년 전부터 주민들에게 오물을 뿌리거나 폭행을 하는 등 난동을 부린 것으로도 알려졌다.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경찰과 지자체 등에 안 씨의 만행을 여러 차례 신고했지만 적절한 대응은 없었다. 안 씨는 18일 경찰 조사에서야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안 씨가 범행 당일 휘발유를 구입해 귀가하는 모습까지 확인하고, 계획적 범행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 씨는 “경찰서, 파출소의 조치가 없어 관할 동사무소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관리실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묵살당했다”며 “이번 사건은 주민의 수차례 신고에도 재난을 막을 수 있는 국가기관이 방치해 일어난 인재라고밖에 할 수 없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입장문을 발표하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당초 입장문을 발표하기로 했던 것은 안 씨로부터 12세 딸과 아내 차모 씨(41)를 잃은 금모 씨(44)였다. 하지만 금 씨가 슬픔을 주체하지 못해, 발표자가 이 씨로 변경됐다.

이 씨는 이어 “새벽에 아침 먹고 출근하려다 이런 난데없는 일이 벌어져 입장을 발표하는 것 자체가…발표할 수 없는 마음”이라며 “조카도 병원에서 생사를 넘나들고 있다. 조카뿐 아니라 상태가 안 좋은 위급환자가 많다는 점이 가장 가슴 아프다. 이번 사건이 좀 더 세상에 많이 알려져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도 덧붙였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정신질환자 관리에 허술한 보건법 개정안을 지적하기도 한다. 보건법 개정안은 2017년 5월 30일부터 시행됐는데, 기존 전문의 1명과 가족 2명 동의가 필요했던 정신질환자 강제입원에 전문의 2명의 동의가 필요하도록 바뀐 내용이다. 개정안 시행 당시 수용됐던 8만명의 정신장애인 중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4만명이 퇴원했지만, 정신질환자들을 관리할 공간이 부족해 여러 차례 문제가 지적돼온 바 있다.

한편, 해당 사건에 경남 진주시 갑 국회의원인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도 충격을 받았다는 내용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18일 페이스북 글에서 “(늘 제게 힘이 돼 주던 동생이자) 열심히 살아가는 금동이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새벽에 이웃에 불이 나자 부인과 11살짜리 둘째 딸을 깨워 먼저 내려 보내고, 다른 이웃집 문을 두드려 이웃들을 대피시키는 사이 가족이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이라며 “금동이 뿐만 아니라 느닷없이 닥친 불행에 울부짖는 가족들이 더 있다. 조현병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새삼 느끼며 심야 버스로 상경 중이다. 이런 불행을 막을 수 있도록 국회에서 반드시 길을 찾겠다”라고 적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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