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차명진 "세월호 그만 우려먹으라" 발언에 黃 "사죄" 앞장서…"윤리위서 응분의 조치"까지
홍문종 "與-어용단체들 당에 막말 쏟아내는 전쟁중에…식구들 보호해줘야 헌신도 한다"
'행동하는자유시민' 이병태 공동대표 "당대표가 당원 양심까지 지배하려는 건 非민주적"
우파여론 "그러고도 '자유'한국당?" "예스맨정당 회귀?"…"黨생존에 중도포용 필요" 반론
당내에선 "악순환 반복" "뾰족한 언사가 당 진정성 훼손" 지적, 당사자 직격 자제 분위기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 황교안 당대표, 차명진 전 의원(사진 출처=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5주기에 이르도록 '정치쟁점화'를 시도하는 일부 유족과 관련 단체를 겨눴던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과 차명진 전 의원의 "그만 우려먹으라" "마녀사냥" "진짜 징하게 해쳐먹는다" 등 소셜미디어 발언이 당 중앙윤리위원회(위원장 정기용) 징계 대상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18일 여의도 정가에 따르면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지난 16일 언론 일각과 여권에서 최초로 논란을 제기하자 '즉각 사죄'로 몸을 바짝 낮췄고, 17일 당 공식회의에서도 '당대표로서의 사죄'를 거듭하면서 논란이 이같은 수순을 밟았다. 논란 당사자들이 최초의 글을 지우고 잇따라 '공개 사과'했다는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정당의 핵심 구성원들이 의지할 수 있는 당대표의 모습은 드러나지 않았던 셈이다.

특히 황교안 대표는 17일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정진석 의원, 차명진 전 의원 발언 논란 관련 "윤리위원회에서 응분의 조치를 취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한 뒤, "다시 한 번 당대표로서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운데)를 비롯한 당 지도부 일원들이 4월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동안 다소 굳은 표정을 보였다.(사진=연합뉴스)

황 대표는 앞서 회의 모두발언에서는 "16일 우리 당 일각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부적절한 발언들이 나왔다. 유가족과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준 것은 물론이고, 표현 자체도 국민감정과 맞지 않는 것들이었다"면서 "설령 일부 국민들께서 이런 생각을 하신다고 해도 당에서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옳지 않은 행동"이라고 두 전현직 의원을 질책했다.

또한 "우리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뼈를 깎고 있는데 한마디 잘못된 말로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되겠다"고 했다. 이번 발언의 진위나 논리 성립여부를 떠나 윤리위 징계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말 조심'하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4월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홍문종 의원이 공개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자유한국당)

이를 두고 회의 자리에서부터 '당대표가 방패막이가 돼 주지 못한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옛 친박(親박근혜)계로 분류되는 4선 중진 홍문종 의원은 자신의 발언 순서에서 "요즘 당대표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고 계신다"고 운을 뗐다.

그는 "어제도 세월호에 관해서 이런저런 얘기가 있었고, 또 그전에도 5.18에 관해서 이런저런 얘기가 있었고, 여당과 어용시민단체들이 우리 당을 향해서 그야말로 막말을 쏟아내면서 '당대표와 당의 결단을 촉구한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이미 전쟁은 시작됐다"고 상황 인식을 드러냈다.

이어 "당대표께서 (논란 수습차)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 중요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 식구들을 보호해주셔야 한다"며 "잘못한 건 잘못한 거지만 '왜 잘못했는가, 또 실질적으로 진위가 무엇인가, 또 우리가 그런 일을 딛고 새롭게 힘을 합쳐서 우리가 이 어려움을 돌파해나갈 수 있는가' 하는 것들에 대해 당대표께서 적극적으로 우리가 힘낼 수 있도록 도와주셔야 한다. 방패막이가 돼주셔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문종 의원은 "검찰도 걸핏하면 (야당 정치인들을) 피의자로 데려가고, 경찰도 삐긋하면 포토라인에 줄세우고, 좌파언론이나 어용시민단체가 우리를 얼마나 괴롭히고 힘들게 할까 하는 것들이 앞으로 눈앞에 뻔히 보이는데"라며 "이 일에 관해 당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또 적극적으로 당을 위해서 헌신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셔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사진=이병태 행동하는자유시민 공동대표 페이스북 캡처

자유우파 시민사회 및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황 대표가 '즉각 사죄'하고 나서는 모습을 책망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행동하는자유시민 공동대표인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16일 오후 페이스북에 황 대표의 '세월호 발언 논란 사죄' 보도를 공유하며 "다른 사람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대신 사과하는 식의 비(非)민주적인 일들을 그만했으면 한다"며 "국회의원이 당대표의 부하도 아니고 독립 헌법기관이자 버젓한 성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병태 교수는 "이런 황 대표의 발언이야말로 권위주의와 전체주의적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며 "당대표가 당원의 양심까지 지배하라고 누가 말했나"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내키지 않는 사죄를 강요하고 대신하는 사회"라고도 했다.

이밖에도 페이스북에선 "황 대표 총선 전략이 결국 낲작(납작) 엎드리고 가자인가?" "야성을 길러 달라"(김모씨), "한국당은 다시 '예스맨' 정당으로 복귀(회귀)할 듯하다"(이모씨), "차 전 의원이 유족을 언급한 것에 대해 '부적절했다' 한마디면 충분하지 뭔 윤리위를 소집하나"(김모씨) "대다수 국민들이 노란리본과 세월호를 징글징글하게 생각하는데 한국당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강모씨) "두 사람의 표현이 거친면이 있다고 치더라도 당대표가 사과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못할 말 한 것도 아니다"(고모씨), "(발언이 더 과격했던) 차명진은 그렇다 치고, 정진석은 왜 징계하냐. 그러고도 '자유'한국당이냐. 제발 사람의 원초적인 표현의 자유부터 인정하자"(이모씨) 등 반응을 보이는 네티즌들이 눈에 띄었다.

다만 언론 보도 중 두 전현직 의원의 발언을 '막말'로 다루는 사례가 대부분이며, 실제로 직접 글을 쓴 차 전 의원의 경우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사용됐다는 점에서 우파 내 황 대표 쪽을 이해하는 취지의 목소리 역시 있었다. "굳이 좌X들이 물어뜯을 뼈다귀를 던져줄 필요는 없지 않느냐"(조모씨), "두 전현직 의원 의견에 동의하지만 황 대표의 사죄도 중도층을 끌어안으려면 필요하지 않았나"(조모씨), "'어차피 표 안줄 사람은 신경쓰지 말자'는 마인드로 정치하면 집권은커녕 정당 생존도 불가능하다"(윤모씨) 등이었다.

4월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김재경 의원(왼쪽)과 신보라 청년최고위원(오른쪽)은 각각 당 일부 전현직 의원들의 세월호 유족 일부 등을 겨냥한 SNS 비난발언 관련 입장을 밝혔다.(사진=자유한국당)

한편 당내에서는 차 전 의원과 정 의원에 대해 당 차원의 조속한 조치를 요구하면서도, 강경 비판을 다소 자제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17일 최고위-중진 연석회의에서 김재경 의원은 "5.18, 세월호 대응에서 상처를 덧나게 하고 신뢰를 잃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는 우리와 생각이나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데 인색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이제 당의 입장을 보다 확실하게 해야 한다"면서도 "일이 터지고 난 뒤에 징계 등 수습에 몰두할 게 아니라 선제적 대처로 국민들 가슴 속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최고위원으로서 회의에 참석한 신보라 의원은 "한국당이 우리 국민이 겪어온 아픔의 역사와 과거에 대해서는 함께 공감하는 정당이라고 믿고 또 그러기를 바라는데, 이런 결과와 달리하는 '뾰족한' 언사가 우리 당이 일관되게 보여주는 원칙과 진정성을 훼손할 수 있음을 당의 일원이라면 누구나 부디 깊이 헤아렸으면 한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신보라 청년최고위원은 집권여당으로 화살을 돌려 "민주당이 어제 일부 발언을 두고 마치 우리 당의 '전체 입장'인 양 몰아가고 있다"며 "그렇다면 최근 민주당은 설훈 의원(민주당 최고위원) 등이 '20대가 (학령기인 보수정부 때) 잘못 배워서 보수적이다' 막말에 대해서는 뭉개기로 일관하고 있는데, 이런 발언도 민주당 전체 입장인 것이냐. 그건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일부 발언을 두고 우리 당을 호도하지 말길 바란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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