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차등적용'·근로시간 단축 '중복할증 배제' 제안
"올림픽으로 북핵 가려지지 않아, 전술핵 재배치로 핵폐기"
"개헌 핵심, 권력구조 개편…선거연령·취학연령 함께 하향"
"복지는 지출아닌 투자, 효율적" 큰정부論, 당론위배 자충수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일 당 차원에서 '남미식 좌파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문제를 제기해 온 문재인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해 "화려한 레토릭으로만 포장됐다"며 "감당하기에 현실은 너무도 치열하고 디테일은 여전히 부족하기만 하다"고 비판했다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권의 포퓰리즘은 나라를 멍들게 하고 이 정권의 아마추어리즘은 국민들 마음을 멍들게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히고, "정책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당위에 매몰돼 현실을 외면하고, 실패를 자초하는 어리석음은 피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에 ▲'비정규직 제로'정책 부작용 ▲최저임금 대폭 일괄 인상과 일자리 감소 ▲제천·밀양 화재 등 잇단 참사와 무(無)대책 ▲부동산 규제에 역행하는 가격 폭등 ▲북핵 포기 요구 없는 대북 대화 ▲친중·반미 기조와 외교적 소외 ▲전임 정권에 대한 보복정치 ▲지자체까지 동원한 관제개헌 등 문제 제기를 쏟아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ㅅㄹ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는 "국민안전, 민생복지, 경제와 외교, 국가안보, 다 내팽개쳐도 오로지 정치보복에만 열을 올리고 선거에만 매진하겠다는 것이 이 정권"이라며 "지난 한 해 폭풍우처럼 격동하던 역사의 한 고비를 흘러 넘었지만 세상은 또 다시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국민들은 다시 묻기 시작했다. '과연 이것이 나라다운 나라'가 맞습니까"라고 포문을 열었다.

특히 정권발 '적폐청산' 구호와 관련 "올해 법무부 업무보고(1월25일)에서 '적폐청산 수사'만큼은 철저히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청와대에서 (여당 원내지도부가) 대통령과 둘러앉아 밥을 먹으면서 '대구시장 후보를 잘 내서 한국당을 문닫게 만들자'는 게 이 정권"이라고 쏘아붙였다.

김 원내대표는 최저임금 인상 관련 전날(1월31일) 서울 강남 아파트단지 경비원 대량 해고 사례를 거론한 뒤 "한 시간 일한 대가로 최저임금 7530원을 받게 됐다고 잠시나마 좋아했지만 노동자들은 오히려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노동자 263만7000명 가운데 67.8%가 1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고용된 상황에서, 최저임금 문제를 이들과 600만 자영업자의 제로섬 게임으로 만들어버린 정부의 정책적 미숙함과 무책임"을 질타했다. 

정부가 약 3조원 국고를 동원해 임금 인상분 일부를 지원하겠다며 대안으로 제시한 일명 '일자리 안정기금'에 대해서는 "신청률 0.7%에 불과한, 있으나 마나"라고 혹평하며 "지금이라도 업종별,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상여금과 숙식비를 포함해달라는 중소상공인들 청원에도 귀 기울이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런 내용을 반영하기 위해 한국당이 최저임금법 개정에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 "'1주'를 '7일'로 명시하고,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1주 최대 52시간 이내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논의가 휴일근로 가산임금 '중복할증' 문제에 발목이 잡혀 벌써 6년째 제자리"라며 "사업장 규모별로 시행시기를 3단계로 나누고 휴일근로 중복할증은 불허하는 합의안을 도출한 바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내 이견으로 논의가 다시 원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요한 건 재벌, 대기업, 대규모 사업장이 아니라 493만 노동자가 493만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종사자일수록 제대로 쉬지도 못 하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라며 "전국 8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1000만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빨간날'의 공휴일을 되돌려주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당위를 내세웠다.

비정규직 문제에 관해서는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사흘만에 인천공항에 찾아가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다. 참으로 의미 있었지만 그 준비 없는 깜짝쇼가 허울뿐인 빛좋은 개살구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정규직 전환이 이미 '남의 일'이 돼버린 5만명의 기간제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그대로'인 노동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고 결국 '무늬만 정규직'인 전환대상 노동자들의 상실감도 여전하기만 하다"며, "(집권 시절) 비정규직을 양산한 계기가 됐던 1998년 입법과 비정규직을 확산하는 계기가 된 2006년 입법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솔직한 입장표명과 자기고백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하에서 크고 작은 인재(人災)가 끊이지 않는 데 대해서는 ""포항 지진,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 제천 화재참사, 용인 타워크레인 전복사고, 포항제철소 질식사고, 그리고 밀양 대참사. 계속되는 사건사고에 정부는 무능 말고 보여준 것이 없다"며 "'안타깝다'고만 말하는 문재인 정권이 더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 1월23일 정부가 이른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발표한 지 불과 사흘 만에 이런 대형 참사(밀양)가 벌어졌다"며 "이미지 '쇼통(Show + 소통)'만 하지 마시고 국정운영에 진정성을 보이라"고, "제천 화재참사에서도 당국의 초동대처 미비와 우왕좌왕하는 현장대응 미숙으로 후진적 참사가 초래됐지만 아직까지 그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고 연달아 추궁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 정권에서 초래된 참사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며 "근본적으로 더 큰 참사는 이 어설픈 아마추어 정권이 빚어내고 있는 '정책참사'"라고 짚은 뒤 "'퍼주기 포퓰리즘'으로 시작돼 갈팡질팡 '결정장애'로 이어지고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도박장으로 만들어버린 가상화폐 시장, 유치원 학부모들 사교육비 걱정에 한숨짓게 했던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 북한 핵·미사일을 머리에 이고 있는 마당에 그래도 군 복무는 단축하겠다는 국방부. 도대체 이 정권의 설익은, 아니면 말고 식의 정책은 끝이 없다"며 "'대책을 만들지 않는 게 대책'인 지경으로는 가지 말기 바란다"고 비꼬았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노선을 중국 공산당의 시조인 모택동의 '제사해운동(除四害運動·네 가지 해로운 것을 없애자는 운동)'에 비유하며 '전문성 결여'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모택동이 들판의 참새를 보고 '저 새는 해로운 새다'라고 교시하자 1955년 중국공산당과 정부는 '모기·파리·쥐·참새'를 농업발전에 해로운 네 가지로 지정한다. 1958년 이른바 제사해운동은 전국으로 퍼져나갔고 중국 인민은 급기야 참새 2억마리를 학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그러자 참새가 잡아먹던 메뚜기·모기·파리떼는 급증했고 중국 역사상 최악의 대흉년이 발생했다. 아사자만 최대 4000만명을 기록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자며 김 원내대표는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부동산정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오르고 있다. 강남 집값 잡겠따면서 자사고, 특목고 폐지로 오히려 강남 집값에 기름을 들이붓고 있는 것"이라며 "언발에 오줌누기 식 단기처방이 남발되면서 부동산 시장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될 조짐마저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평창올림픽에 가려진 북핵'이라는 주제로 대북·안보 문제도 꼬집었다. "현송월과 평창올림픽에 가려 잠시 잊혀진 듯 하지만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북핵의 본질은 변함이 없다"며 "올림픽이 만들어낸 '가상평화'는 짧고 북핵은 엄연한 현실"이라고 짚었다.

그는 "올림픽 전야를 대대적인 군사퍼레이드로 장식하겠다는 김정은에게 더 이상 무슨 대화를 기대할 수 있겠나"라며 "더 이상 이 정권이 올림픽을 앞세워 북한이 자행하는 오만방자를 그대로 용납해선 안 된다. 국제사회와 국민들은 이 정부가 더 이상 북한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걸 원치 않는다"고 상기시켰다.

특히 "어떻게 하면 (북핵을) 폐기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진지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김정은과 대화를 통해 핵포기를 설득시킬 수 있다는 순진하고도 낭만적인 기대는 이제 단호하게 접어야 한다"며 "'용감한 국가가 망한 적은 없다. 비겁한 국가가 망할 뿐'이라는 역사의 경험을 잘 새겨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당 홍준표 대표가 강력하게 추진해 온 미 전술핵 재배치를 대안으로 제시, "남북간 핵균형을 통해 한반도 핵폐기 협상에 돌입하는 것만이 파국적인 무력분쟁 없이 핵문제를 종국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고 밝혔다.

외교 노선에 관해서는 "(미국이) 한미공조가 아닌 민족공조를 택한 동맹국인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한미FTA 개정과 세이프가드 같은 무역 압박으로 포괄동맹은 흔들리고 있고 한반도 안보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며 "이것들이 한미관계의 비극을 알리는 전주곡이 아니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또한 "대중(對中) 3불(不) 정책은 우리의 안보주권을 포기한 사대친중 외교의 시작이다. 안보주권을 포기하고 얻은 것이 무엇인가"라며 "선언문조차 채택하지 못한 빈손 정상회담, 전대미문의 기자단 폭행"을 거론했다. "사드(THAAD)문제를 이름도 모호한 '전략적 모호성'으로 접근하려 한 결과라는 점을 인식하고 반성하라"고 말했다.

이어 "외교관례를 무시한 아마추어 외교로 국제적 망신도 자초하고 있다. 중동외교의 중심 아랍에미리트연합(UAE)와의 외교적 불협화음은 이 정권이 깊이 되새겨야 할 외교적 경험이 됐다. 30년간 비공개로 보전돼야 할 외교문서를 2년 만에 공개했다면 지금이라도 한일 위안부 재협상에 적극 나서라"고 요구했다.

여권과 장기간 다퉈 온 '보복정치'도 함께 거론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임 정권을 겨냥해 궤멸적 수준의 청산을 시도하면서 전방위적으로 노골적인 이 정권의 한풀이 보복정치는 가히 '문재인 사화(士禍)'를 만들어 내고 있다"며 "인민재판식 여론몰이로 공론장의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진영의 구미에 맞는 '문빠 포퓰리즘'으로 홍위병 정치를 시도하고 있다. 분노를 앞세워 적대를 부추기고 정권이 앞장서 반목과 증오를 선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안보와 산업화를 통해 나라의 중심을 지켜온 이 땅의 보수를 수구와 적폐로 몰아세우는 정권의 정치적 목표가 국정운영인지, 아니면 한풀이에 매진하겠다는 것인지 더 이상 집권자의 위치와 소임을 망각하지 말라"며 "나와 다르고, 내가 속하지 않았고, 진영의 경계를 넘어섰다는 이유로 이들을 '적폐'라는 허울에 가두고 국민들에게 더 이상 증오와 분노를 전파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문재인 정권을 만들어 낸 촛불민심에 화답하는 길이 독단과 전횡의 길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문재인 관제개헌을 넘어 국민개헌으로 나아가자"며 "이제는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제왕이 나와서도 안 되지만 국민 눈치만 살피는 포퓰리스트도 나와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로 나타난 현행의 대통령 중심제를 넘어 '포스트 87년 체제'를 담보할 권력구조의 틀 안에 어떠한 내용과 가치를 담아 제도로서 안착시켜야 하는 정치적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권력구조를 통해 민주정치 이념을 제도적으로 구현"하자며 대통령 권력 분산형 개헌을 주장하는 한편 "정치권력의 책임성 강화"와 함께 "선거연령 하향을 통한 참정권 확대"까지 거론했다. 선거연령 하향에 따른 '학교의 정치화' 우려에 대해서는 "(7세로의) 취학연령 하향으로 불식해가도록 할 것"이라고 대안을 밝혔다.

그는 헌법 개정 추진에 관해 "권력구조 개편과 더불어 선거구제 개편, 권력기관 개편을 함께 추진해 가도록 하겠다"고 포괄적 개헌 기조를 거듭 확인했다. 특히 "이번 개헌의 핵심은 어떠한 경우에도 '권력구조 개편'이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밝혀,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와는 거리를 두고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주장해온 민주당과 각을 세웠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일 오전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얼굴을 찡그리면서 열변을 토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일 오전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얼굴을 찡그리면서 열변을 토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김 원내대표는 당론 위배의 '자충수'가 될 소지가 있는 주장도 폈다. "복지는 지출이 아니라 투자"라며 "생산성 향상을 위해 사회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지향해야 할 것"이라고 사실상 '큰 정부' 노선을 밝힌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1인당 노동시간은 OECD 상위 50% 국가 대비 40% 긴 반면 노동생산성은 OECD 상위 50% 국가 대비 55% 낮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며 "상당한 노동투입량에도 불구하고 높은 사회적 갈등과 상대적으로 낮은 사회적 지출이 결국 생산성의 비효율로 귀결되고 있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명분을 세웠다.

특히 "불평등한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생산적이지도 않다"며 "불평등이 초래하는 사회적 양극화는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갈등이 깊어지면 경제적 생산의 효율성도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불평등 해소'를 연신 화두로 올렸다. 나아가 "'더 큰 성장'과 '더 많은 분배'는 같이 가는 개념"이라며 "복지지출의 증가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성장은 다시 사회통합을 촉진하는 필수요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성장은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고 복지지출과 사회보험 프로그램 재원으로 환원될 것이다. 불평등은 비효율적인지만 복지는 효율적"이라며 "성장과 분배가 공평한 세상, 사회적 불평등 완화에 한국당이 앞장서겠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이는 홍준표 대표가 제19대 대선후보 시절부터 무상·무차별(보편적) 복지를 "사회주의 배급제"에 비유, 복지예산 누수를 최소화 한다는 기조 아래 '선별적 복지' 정책을 강조한 것과 배치된다는 평가다. '부자에게 자유를, 서민에게 기회를'이라는 구호와 '희망 사다리'로 요약되는 선별적 복지론에 "복지지출의 증가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는 아귀가 맞지 않다.

김 원내대표의 주장은 '경제성장을 우선하고 복지지출 비중을 늘리자'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도 있지만, '복지지출을 늘리면 노동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으로 읽히기 쉽다. 특히 후자는 소득 불문 아동수당·무상보육·노인 기초연금 지급 확대 등을 추진하는 정부·여당의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에 찬성하는 것으로 널리 받아들여질 경우 당 정체성의 '좌클릭' 논란을 재차 야기할 수 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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