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아낀만큼 수수료 버는 '전력거래소'에 유리한 산업부의 '제8차 전력수급계획'

KPX가 지난해 7월부터 이번달까지 총 10번의 전기 사용을 줄이라는 '수요감축요청' 지시를 내렸다.(연합뉴스 제공)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한국전력거래소(KPX)는 전기 사용량을 줄이라는 명령을 기업과 단체 등에 10번이나 내렸다. 7월(12·13), 12월(13·14·20), 1월(11·12·24·25·26) 총 10일간 KPX는 전기 소비를 통제했다. 하지만 KPX가 전력 수요 감축 지시를 내린 날 중에 전기가 부족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대한민국의 일일 전력 생산량인 99GW(기가와트)는 KPX가 전기 소비를 제한하던 시기에도 늘 유지됐다. 7월 양일간 사용 전력 평균은 80.5GW, 12월에 3일간 평균 84GW, 1월에 5일간 평균 86GW를 각각 기록했다.

KPX가 수요 감축 요청을 내리던 순간에도 항상 10% 이상의 잉여 전기가 있었던 것이다. KPX 관계자도 "지난 10번의 수요 감축 요청은 전력 부족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블랙아웃 등 전력대란을 막기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수요 감축 요청' 지시를 KPX가 마구 남용한 것이다. KPX가 '수요 감축 요청'을 남발한 것에 대해 관리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묵인하고 있다.

KPX는 전기를 아껴야 돈을 벌 수 있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잉여전력이 존재해야 거래가 일어나고 수수료가 발생한다. 수수료로 돈을 버는 KPX 입장에서는 명분만 있으면 '수요 감축 요청' 지시를 내리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KPX를 감시하고 통제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산업부는 오히려 KPX를 돕고 있는 모양새다. 산업부가 최근 발표한 제8차 전력수급계획은 KPX가 더 빈번하게 '수요 감축 요청' 지시를 내릴 수 있게 만들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부터 1월까지 집중된 8번의 KPX의 '수요 감축 요청' 지시는 산업부의 새로운 전력수급계획에 따른 것이다.

KPX는 산업부가 전력수급계획에서 전망한 일일 전력 수요 목표치를 기준으로 '수요 감축 요청' 지시를 내린다. 목표치를 넘어서면 '수요 감축 요청'을 무조건 내릴 수 있다. 제7차 전력수급계획에서는 일일 전력 수요 목표치가 88GW였는데 산업부가 이를 85GW로 3GW나 낮췄다.

산업부의 새로운 일일 전력 수요 목표치인 85GW에 1GW를 초과했다는 이유로 KPX는 1월에 5일간이나 수요 감축 요청을 내렸지만 기존 88GW를 기준으로 했다면 KPX는 단 한 번도 수요감축 요청 지시를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산업부는 전력 수요를 예측하는 지표 중 하나인 경제성장률(GDP)을 잘못 예측했다. 산업부는 2017년부터 2031년까지 우리가 연평균 2.4%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전력 수요를 전망했는데 지난해 우리의 GDP는 3.1%였다.

지난해 3%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연구지표가 대거 등장하던 시기까지 제8차 전력수급계획 최종안을 발표하지도 않았던 산업부는 잘못된 GDP를 끝내 고치지 않았다. 

KPX는 전기사업법에 근거해 세워진 법인이지만 국민들에게 전기 사용을 줄이라고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은 사실상 없다. 10번이나 국민들의 전기 수요를 통제한 근거 역시 법이 아닌  KPX의 자체 규정이었다.

전기사업법 어디에도 KPX가 전기 소비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수요 감축 요청'이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KPX가 전기 소비를 통제하는 근거가 산업부에서 2년마다 업데이트하는 전력수급계획에 있다. 지난해 12월29일에 새롭게 발표한 산업부의 제8차 계획에 따라 KPX도 자체 운영규칙을 수정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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