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발위, 클럽 '버닝썬' 입주 호텔 대표 위원으로 활동
4년간 22차례 회의 열고도 '회의록-식사 영수증' 하나 없어
당시 강남서장 "자기가 먹은 건 자기가 결제" 해명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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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버닝썬'이 입주했던 호텔 대표가 위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서울 강남경찰서의 경찰발전위원회(경발위)가 정례회의를 명목으로 경찰관들에게 식사를 접대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7일 연합뉴스가 취재한 강남서 경발위 운영 내용을 잘 아는 한 관계자 등에 따르면 경발위 회의는 지난해 4월 16일 오후 6시 30분 강남구 대치동의 한 음식점에서 경발위 위원장과 강남서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음식점 2층에서 열린 자리에는 30여명의 경발위원을 비롯해 강남서 경무계·생활질서계 직원 등 최소 경찰관 6∼7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녁 식사 비용은 위원회의 연회비로 결제한 것으로 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경발위 연회비는 위원들이 내는 사비로 충당한다.

이 관계자가 공개한 메시지를 보면 2017년 경발위 사무국장은 자신의 계좌번호로 위원들에게 연회비 150만 원을 입금하라고 통지했다. 경발위 위원들이 연회비를 내는 경우는 이전부터 매해 반복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지역 유력 인사들로 꼽히는 경발위 위원들의 연회비로 저녁 식사비용이 치러졌다면 당시 자리에 있던 경찰관들은 청탁금지법 위반 대상 등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 관계자는 "경발위가 경찰관들과 함께 음식점을 찾은 날은 세월호 참사 4주기였던 날이다. 슬픈 현실"이라며 "저녁 자리에서는 술도, 건배도 오갔다. 박카스 한병을 마신 공무원도 징계받는데 이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버닝썬 사태가 불거진 뒤 강남서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재정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5∼2018년 총 22차례에 걸쳐 경발위 정례회의가 열렸지만, 강남서는 회의록과 식사비용 영수증 사본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서 경발위는 지난해 버닝썬이 입주해 있던 르메르디앙 호텔의 최모 대표가 위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알려져 유착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르메르디앙 호텔은 전원산업이 운영한다. 이 회사는 버닝썬 법인 '버닝썬엔터테인먼트'의 지분 42%를 가진 클럽 대주주이자 실소유주다.

특히 버닝썬 공동 대표인 이모씨는 전원산업의 등기이사를 겸임하면서 매일 전원산업 이모 회장에게 버닝썬 일일 매출을 보고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식사 접대 의혹과 관련해 당시 강남서장을 지낸 서울경찰청 간부는 "(결제는) 실무자가 한다"며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만 "자기가 먹은 부분은 자기가 결제한다"며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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