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현장서 기관총 노출' 정당화 시도한 靑…출입기자들도 상세히 모르던 '경호 엠바고' 미리 샜다
文 팬클럽 '젠틀재인' 카페에 칠성시장 방문 30분前 "문프 오신대요~"…언론 보도보다 8분 빨라
'대통령 경호 엠바고'를 일반인 사전공유…"기관총 노출, 무슨 상황 발생할지 몰라서" 靑 해명 힘잃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제4회 서해수호의날' 정부주관 추도식을 뒤로 하고 당일 정오(12:00) 대구 칠성종합시장 방문을 하기에 앞서, 언론 보도보다도 먼저 친문(親문재인) 인터넷 카페에서 대통령 동선을 사전유출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앞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칠성시장 방문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 직원이 기관단총을 일반시민 앞에 노출한 채 경호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SNS 여론을 달구고, 24일 정치권에서 공개질의도 나오자 "사진 속 인물은 경호처 직원이 맞다"고 시인한 바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사전에 아무런 검색도 할 수 없고 무슨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게 시장 방문이다. 고도의 경계와 대응태세가 요구된다"며 "외부에서 혹시 발생할지 모를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라고 정당화를 시도했다.

이처럼 청와대는 '고도의 경계 대응태세'를 명분으로 삼았으나, 실제로 문 대통령의 동선·일정은 '일반인' 자격인 친문 지지자들 사이에서 사전 유출될 만큼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었던 정황이 드러났다. 

사진=문재인 대통령 팬카페 '젠틀재인' 게시물 캡처
대구 지역지(誌)인 매일신문이 문재인 대통령의 3월22일 정오 대구 칠성종합시장 방문에 약 22분 앞서 처음으로 방문 사실을 보도한 것으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의하면 확인되고 있다. 

문 대통령 팬들이 모여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는 '젠틀재인' 다음 카페에는 지난 22일 "문프 오늘 대구 칠성시장 오신데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문 대통령을 '문프'로 지칭하며, 당일 예정된 칠성시장 방문을 회원들에게 미리 알리는 취지였다.

글이 게재된 시각은 오전 11시30분으로 확인됐다. 글 게시자는 오후 12시30분을 거론하며 "혹시나 가까운데 계신 분들 가보세요"라며 "점심은 칠성시장 XXX 곰탕집에서 드신다는 얘기가(있다)~~"라고 적었다.

문 대통령의 일정을 대체로 '사후 공개'하는 청와대 홈페이지의 대통령 공개일정 란에는 3월22일 금요일자로 "시간 12:00, 장소 칠성종합시장, 일정명 칠성종합시장 방문"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청와대 공식 홈페이지 일부 캡처

30분이라는 시간차와 점심식사 장소가 달랐다는 점이 있지만, 문 대통령의 칠성시장 방문 일정을 팬카페 회원이 미리 알고 일반인들과 공유한 격이 됐다.

특히 글이 게재된 오전 11시30분은 같은날 대구 지역지(誌)인 '매일신문'이 문 대통령의 칠성시장 방문을 최초 거론한 오전 11시38분 보도 배포 시점보다도 8분여 이른 시각이다.

문 대통령이 22일 당일 대구에서 어느 현장을 향할지는 소위 '경호 엠바고(보도유예조치)'라는 이유로 장소명 정도 언급이 있었을 뿐,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조차 시간대별 구체적으로 예고되지 않았다고 한다.

현장 기자들에게도 구체적으로 전달되지 않던 '경호 엠바고'가 사실상 일반인들이 운영하는 친문 팬카페에서 공공연히 '사전 공유'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정부·여당의 대통령 일정 보안에 '구멍'이 뚫려있던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생현장에서 벌어진, 일반적인 경호 활동수칙에도 어긋나는 기관단총 노출 경호를 두고 '고도의 경계와 대응태세가 요구됐기 때문'이라는 청와대의 해명이 한층 설득력을 잃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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