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안경비대 소속 경비함, 일본 사세보항에 도착

미국이 본토 연안 경비를 책임지는 해안경비대(USCG)가 북한의 불법 해상 환적을 단속하기 위해 일본에 파견된 것으로 21일 밝혀졌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19일(현지시간) 미 해안경비대 소속 버솔프 경비함(WMSL-750)이 지난 3일 동중국해에서 북한의 해상 불법 환적 등을 감시하기 위해 일본 사세보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사세보항은 요코스카와 함께 서부 태평양 해역을 담당하고 있는 미 7함대 기지가 있는 곳이다.

버솔프함은 지난 1월 20일 모항인 미 캘리포니아 앨러미다 해군기지에서 출발했다. 미국 본토를 책임지는 해안경비대 소속 경비함이 태평양을 건너 한반도 주변에 배치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의 해상 불법 환적을 철저히 단속하고 경제적 봉쇄를 강화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의 해안 경비대는 기본적으로 한국의 해양경찰과 같은 역할을 하지만 육·해·공군·해병대와 함께 군사 조직으로도 분류된다.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이날 “유엔은 북한의 연료와 상품의 해상 불법 환적을 금지하고 있다”며 “버솔프의 순찰 활동은 북한의 해상 대북 제재 회피와 싸우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미국이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함정 파견은 “미국의 외교정책과 국가안보 목표를 직접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버솔프함의 임무로 “유엔 안보리가 결의안에 따라 금지한 원유, 석탄과 같은 상품의 환적”을 적시했다.

린다 페이건 해안경비대 태평양담당 부제독은 “해안경비대가 태평양의 카운터 파트너들과 일하게 돼 자랑스럽다”며 “우리는 함께 (해상 순찰) 역량과 안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버솔프함은 미 7함대의 지휘 하에 불법 환적 단속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해안경비대까지 동원해 북한에 대한 사실상 봉쇄 조치에 나선 것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조치에 나서도록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로 인해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된 석유 제품과 석탄 수출을 위해 해상에서의 불법 선박 간 환적에 목숨을 걸고 있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 위원회는 지난 12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불법 환적이 정교해지고 그 범위와 규모도 확대됐다”며 대북제재 강화를 주문했다.

특히 보고서는 “북한이 정제유와 석탄에 대한 불법 선박 간 환적을 크게 늘리면서 계속해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있다”며 지난해 1월부터 8월 18일까지 총 148차례 북한 항구에 기항한 북한 선박들의 이름을 적시했다. 미국 정부는 이들 선박들을 통해 최소 83만 배럴에서 최대 227만 배럴의 석유 제품을 북한으로 유입됐을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북한으로 유입될 수 있는 정제유가 연간 50만 배럴인 점을 감안할 때 최소치와 최대치 모두 유엔 대북제재 위반에 해당된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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