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이해식 사과논평…"매국에 가까운 내용" 등 표현과 기자 성명·이력 거론 부분 삭제키로
"블룸버그 비난이 초점 아니었다" 강변…블룸버그 '보도 지지' 알고도 "기자 주관적 평가일뿐"
나경원 '김정은 수석대변인' 차용 비방해놓고 '검은머리 외신' 비하를 네티즌 용어 차용했다" 둘러대

더불어민주당이 미국 블룸버그통신 기사 기자를 거명하며 "미국 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이라고 공격해 국제적으로 '언론탄압 논란'을 자초한 뒤, 수일 지나서야 '미지근한' 사과문을 내놨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9월26일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 전후 행보를 '김정은 수석대변인'으로 빗댄 제목의 보도를 냈고, 이달 12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김정은 수석대변인'을 차용해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민주당은 나경원 원내대표의 교섭단체대표연설을 방해하고 비난 논평을 내다가, 13~14일 이해식 대변인 논평에서 해당 보도를 낸 기자를 거명하며 "검은머리 외신" 등 비하와 공격을 쏟아냈다.

이에 해외 언론사 100여곳이 가입한 서울외신기자클럽(SFCC)이 16일, 아시아 출신 미국 언론인 단체인 아시아아메리칸 기자협회(AAJA)가 19일 잇따라 민주당에 "이런 위협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기자들에게 보장돼야 하는 '언론의 자유'를 해치는 행위"라고 비판했고, 결국 19일 민주당은 이해식 대변인 명의로 입장을 정정한 것이다.

이 대변인은 "기사를 평하면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는 표현을 동원한 것이 적절했는가에 대해 반성의 여지가 있다"면서, "몇 가지 표현에 대해 논평에서 삭제하고 기자 성명과 개인 이력을 언급한 부분도 삭제함으로써 서울 외신기자클럽 등의 우려를 불식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한 "소양과 덕이 부족해 거친 표현으로 다소간 기자에게 불편을 끼쳤을 수 있고, 사람에 따라서는 심리적인 충격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인정한다"며 "따라서 이 점 인간적으로 깊이 유감을 표하며 넓은 이해를 구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변인은 이처럼 기자 거명비난을 철회한다고 해놓고도 "애초 그 논평들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 혹은 '사실상의 대변인'이라는 말을 최초 사용한 블룸버그 통신과 기자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었다"고 강변했다.

아울러 "기사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표현은 어느 취재원에 의해서도 언급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중의 통용되는 의견도 아니다"라며 "이는 기자의 주관적 평가일 뿐이며 심지어 논설도 아닌 팩트에 기반한 기사에 활용한 것도 문제"라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이 18일(미 현지시간) 대변인 명의로 미 VOA(보이스오브아메리카)에 회신한 이메일을 통해 "블룸버그는 보도 기사와 기자를 존중하며 지지합니다(We stand by our reporting and reporter)"라고 해당 보도가 자사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고 밝혀뒀음에도 강변한 셈이다.

이 대변인은 '검은머리 외신기자'라는 비하성 어휘사용에 대해선 "온라인에서 네티즌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차용한 것"이라고 둘러댔다. 그러면서 "외국 현지의 여론인 양 일부 국내 언론에서 인용되는 외신기사를 쓴 한국인 기자를 지칭하는 말이지 인종적인 편견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기자와 기자의 글을 비평하고 때로 비판하는 것은 정당의 정치활동의 자유에 속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했다. 당초 보도에 대한 '단순 비판'이 논란 대상이 아니었는데 이처럼 부연한 것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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