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잘 되는 것 절대 용납하지 못하는 한국인의 노비 근성, 자학 변태사관은 보편적이고 정상적인 인간세계와는 작동방식이 완연히 다르다. 『박정희의 시대』의 저자 하야시 다케히코(林建彦)는 여간해서는 남을 칭찬하지 않는 한국인의 심성에 대해 “한국의 학계와 언론계는 박정희 시대 18년을 마이너스 관점에서 거론할지언정 한국을 통합된 ‘국민국가’로 이룩해놓은 박정희의 최대 공적에 대해서는 유별나게 무시하고 침묵한다”고 질타했다.

“박근혜·이명박·전두환·노태우. 이들의 공통점은?”
이런 시험문제가 출제되었다고 치자. 정답은 대통령에서 물러난 후 감옥에 갔다는 점이다.
우리 현대사에서는 이보다 더 혹독한 운명에 처했던 대통령들도 있다. 박정희는 재임 중 중앙정보부장의 총탄에 맞아 절명했고, 노무현은 퇴임 후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했다. 어디 그 뿐인가?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시민혁명으로 하야, 장면은 쿠데타 발생하자 수녀원으로 도주 후 사임, 최규하는 전두환에게 토사구팽, 전두환·노태우는 퇴임 후 감옥행, 노무현 투신자살, 이명박 퇴임 후 수감, 박근혜 탄핵 수감…. 역대 대통령 중 노후를 무탈하게 지내다 영면한 사람은 김영삼·김대중뿐이다.
과연 문재인 대통령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그런 고민은 이제 부질없는 일이 되었다. 성난 민심은 배를 띄울 수도, 그 배를 뒤엎을 수도 있음을 ‘촛불 대통령’ 문재인은 적나라하게 실감했기 때문이다.
차기 대권 주자 물망에 오르는 사람은 그 누가 됐건 각오 단단히 하시기 바란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란 자리는 이미 감옥행 내지 흉탄 서거, 투신, 탄핵, 토사구팽이 예정되어 있는, 지옥으로 가는 급행열차라는 사실을. 대통령 임기 5년은 눈깜짝 하면 지나가 버리는 일장춘몽의 권세 아니던가.
난세가 연이어 닥치면서 정권교체는 이제 죽기 살기 게임이 되었다. 대통령이 십자가를 지고 피를 흘려야 정권이 바뀌는, 그야말로 지구상 최빈국에서나 가능할 법한, 상스러운 저질 중우(衆愚)민주주의가 미친 듯이 칼춤을 추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임을 전 국민이 온몸으로 성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상적인 헌정질서? 착각하지 마시라. ‘촛불정치’의 본질이 무엇인지는 이제 정치학 사전 들춰보지 않아도 국민들이 다 안다. 현 정권 담당자들의 설명에 의하면 ‘촛불혁명’이란 현 정권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횃불·촛불 양손에 들고 단두대 끌고 광화문으로 몰려나가 국회와 헌재·언론을 겁박하여 정권 탄핵시킨 후 새 정권 올려세우는 것이 정당하다는 선동 용어 아닌가.
오랜 만에 교보문고에 나가 현대사 코너를 돌아보는 순간, 한국은 저주받은 나라 아닌가 하여 정신이 혼미해졌다. 독설과 살기와 광기로 지성이 붕괴되어 전 사회가 미쳐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박정희 시대를 조명한 책들은 거의 99% 박정희는 독재자, 미치광이, 고문조작의 달인, 역사를 퇴보시킨 매국노, 친일분자로 매도하고 있다.

하야시 다케히코의 저서 "박정희 시대: 한국 위로부터의 혁명 18년". 이 책에서 하야시 다케히코는 박정희 시대 18년이 '위로부터의 혁명'의 전형적인 성공사례로 평하고 있다.
하야시 다케히코의 저서 "박정희 시대: 한국 위로부터의 혁명 18년". 이 책에서 하야시 다케히코는 박정희 시대 18년이 '위로부터의 혁명'의 전형적인 성공사례로 평하고 있다.

박정희의 진짜 원죄 리스트

박정희를 미친 듯이 매도하는 이유? 그가 독재를 해서가 아니다. 답은 뻔하다. 박정희의 진짜 원죄 리스트를 작성해 보자.
①김일성을 꼼짝 못하도록 남북의 국력을 역전시킨 죄(북한이 더 잘 살도록 되었어야 적화통일의 정당성이 인정될 것 아닌가).
②‘민주화’의 슬로건을 앞세워 남한 적화를 위해 활동하던 간첩과 북한식 통일을 위해 오매불망 헌신하던 세력들을 반공법과 국가보안법으로 일망타진한 죄.
③‘남조선 해방’을 꿈꾸는 북한 공산집단의 도발을 핵무기를 개발해서라도 막아낸 죄.
④개나 잡아먹고 풀뿌리나 캐 먹어야 정상인 주제에 중화학공업을 성공시켜 대한민국을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시킨 죄.
⑤비좁은 남한 땅에 갇혀 지지리 궁상이나 떨어야 할 팔자들을 전 세계로 내보내 대한민국의 산업전사로 키워낸 죄.
박정희 시대를 조망하는 이 나라 지식인들의 생산물을 종합하면 종족적 민족주의에 기반을 둔 자학·자폐·사디즘·마조히즘적 변태의 버라이어티 쇼다. 더더욱 기막힌 점은 문재인 정부가 만들고 있는 중고등학생용 역사교과서가 완전 좌익·민족·친북에 쩔은 자폐적 자학사관을 바탕으로 집필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과정평가원이 개발하여 2020년부터 중고교생이 배우게 될 역사교과서 시안은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비명을 질러야 할 정도의 극악무도한 내용이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부는 이미 지난해 7월,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교육부  고시 제 2018-12호[별책 7] 『사회과 교육과정』, 교육부, 2018.7.27, pp150-152)을 발표했다. 이 기준에 의거하여 중고교에서 사용될 역사교과서가 집필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우리 헌법의 기본 원리인 ‘자유민주주의’ 표현 중 ‘자유’가 빠질 것이 확실하게 담보되었다. 대한민국 정통성을 정면에서 부정하고, 대한민국은 깎아내리며 북한은 감싸는 내용으로 도배질 될 것이 뻔하다. 이것이 교육부와 교육과정평가원의 역사교과서 편찬 시안을 연구한 정경희 교수의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의 중고생용 역사교과서의 심각성을 하나 더 든다면 대한민국이 이룩한 경제 성장을 비참하게 깎아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집필 기준이 “경제 성장은 정부와 국민이 이룬 성취라는 일국적 시각에 가두지 말고 세계 경제 변동 과정에서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도 제시한다”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필자는 펜앤드마이크 칼럼에서 손호철 서강대 교수의 ‘박정희 지우기’를 비판한 바 있다. 손호철 교수는 자신의 저서 『촛불혁명과 2017년 체제』에서 ‘한강의 기적’은 박정희 덕분이 아니라 해방 공간에서 농민 투쟁으로 이루어진 농지개혁 덕분, 미국의 냉전·반공정책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허접하고 황당무계한 엉터리 논리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 버젓이 중고생용 역사 교과서에 실리게 된 것이다.
손호철 교수를 비롯하여 대한민국을 자학·자폐·마조히즘적 변태 사관으로 난도질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요지는 간단하다. 미국이 냉전·반공정책으로 한국에 맹렬히 퍼주기를 했기 때문에 이승만·박정희가 아니라 누가 집권했어도 그 정도 경제 성장은 너끈히 가능했음을 강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헛소리들은 말짱 거짓임이 다 드러났다. 1970년대 김대중이 내놓은 ‘대중경제론’은 폭망한 북한 식, 혹은 유고슬라비아 식 경제정책의 완벽한 닮은꼴이었다. 그 당시 박정희가 아니라 김대중이 집권하여 ‘대중경제론’ 드라이브를 걸었다면 이 나라는 지금 북한처럼 쪽박 차고 전 세계를 상대로 구걸 동냥으로 연명하는 신세가 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박정희가 스탈린·마오쩌둥·김일성과 동급의 독재자?
  
문재인 정부의 중고생용 역사교과서는 근대화 시절 권위주의적 통치를 구소련이나 중국, 북한 등 공산 전체주의 국가의 독자와 동급의 ‘독재’로 기술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있다. 심지어 이승만·박정희의 반공주의 독재와 북한의 사회주의 독재를 동급의 ‘독재정부’로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것은 자국민 2000만 명을 살해한 스탈린, 문화대혁명과 대약진운동을 통해 수천만 명의 중국인을 살해한 마오쩌둥, ‘고난의 행군’이란 이름으로 300여 만 명을 굶겨 죽인 김일성·김정일 같은 희대의 독재자를 모욕하는 행위다. 스탈린, 마오쩌둥, 김일성·김정일의 통 큰 인간 도살 스케일을 박정희의 ‘민주화 인사 탄압’과 비교해 보시라. 박정희의 독재는 독재 축에 끼지도 못하고 예선 탈락이다.
이 나라의 양심을 대표한다는 학자·지식인·언론인·문화인 등 속칭 먹물 좀 빨았다는 좌파 지식세계는 종족적 민족주의에 쩔은 자학 변태사관을 근거로 이 나라를 근대화시킨 국가 지도자들을 아귀(餓鬼)처럼 물고 뜯는다. 제 나라를 확고부동하게 세계 주류세력과 연계시켜 번영의 터전을 닦은 이승만, ‘한강의 기적’을 성공시켜 국민을 굶주림에서 해방시킨 박정희를 파렴치한 독재자로 깔아뭉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당신들이 박정희를 깔아뭉개 적폐로 부관참시하고 있는 사이, 해외에서는 박정희의 5·16을 ‘위로부터의 혁명’으로 추앙한다. 그 주인공은 산케이신문 서울특파원을 역임한 하야시 다케히코(林建彦)다.
사실 ‘위로부터의 혁명’이란 용어의 저작권자는 하야시 다케히코가 아니라 트림버거(Ellen Kay Trimberger)다. 트림버거가 『위로부터의 혁명(Revolution from above)』 이란 저서를 세상에 내놓으면서 이것이 하나의 관용구처럼 통용되기 시작했다.
트림버거가 ‘위로부터의 혁명’에 성공한 전형적인 사례로 꼽은 것이 일본의 메이지유신, 터키의 케말퍄사 쿠데타(1922), 이집트의 나세르 쿠데타(1952), 페루의 벨라스코 쿠데타(1968)였다. ‘위로부터의 혁명’을 공인받으려면 다음 다섯 가지 지표를 충족시켜야 한다.
①초법적인 정치권력의 접수와 경제·사회·정치적 변화의 주도는 구체제의 군부와 관료들에 의해 조직되고 유도된다.
②권력의 접수와 변화의 주도에 있어 대중의 참가는 거의 볼 수 없으며, 있더라도 미미하다.
③초법적인 권력의 접수와 변화의 주도는 거의 폭력, 파괴행위, 주민의 이주, 반(反)혁명과 같은 것을 수반하지 않는다.
④변화의 주도는 어디까지나 실제적이어서, 과격한 이데올로기에의 어필을 거의 수반하지 않는 방법으로 실행된다.
⑤정권 탈취가 목적인 쿠데타와는 달리 위로부터의 혁명을 주도하는 군부는 귀족 상류계급(구체제)과 경제적, 정치적 기반을 파괴한다. 이 파괴하는 과정은 위로부터의 혁명이나 아래로부터의 혁명이나 같다.
필자는 박정희는 1961년 5·16 때 한 번만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 한일 국교 수교를 위한 6·3 쿠데타(1964), 중화학공업 건설 및 방위산업 건설을 위한 10·17 쿠데타(1972) 등 세 차례에 걸쳐 다단계 쿠데타를 단행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세 차례에 걸친 다단계 쿠데타의 결과 한국은 혁명적 변혁을 체험하게 되었다.

해외에서는 거국적으로 추앙하는 박정희 혁명

새마을운동, 경부고속도로 건설, 포항제철 건설은 박정희의 3대 사업으로 꼽힌다. ‘박정희의 3대 사업’이라 함은 다른 사람은 도저히 달성이 불가능했던, 오로지 박정희의 리더십으로 성공시킨 대사업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 세 가지 사업에는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세 가지 모두 지식인과 학자, 교수, 언론인, 정치인 등 속칭 먹물들의 거국적이며 총체적인 반대와 반발, 격렬한 국민 저항을 뚫고 이룩한 성공이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자학 변태사관에 쩔었다 해도 당신들도 양심이 있으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당신들은 이 세 가지 사업에 단 한 번이라도 찬성한 사실이 있는가?
박정희의 3대 사업에 대한 반대와 반발, 저항의 최선두에 후일 대통령이 된 김영삼·김대중이 서 있었다는 사실이 빼도박도 못할 증거와 함께 낱낱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익진영과 중고교 교과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었어도 한강의 기적은 가능했을 것”이라는 중대한 사기극을 푸닥거리처럼 벌이고 있다.
박정희가 주동이 되어 단행한 5·16 쿠데타는 앞서 설명한 ‘위로부터의 혁명’의 다섯 가지 지표를 명쾌하게 충족시키고 있음을 하야시 다케히코는 『박정희의 시대: 한국, 위로부터의 혁명 18년』이라는 저서에서 명쾌하게 밝히고 있다. 즉, 세계 최고의 '성공한 혁명'으로 5.16을 자리매김한 것이다. 나아가 그는 박정희의 국가 근대화 대업을 성취하는 과정은 메이지 시대의 지도자 오쿠보 도시미치(大久保利通)와 닮은꼴임을 증명하고 있다.
오쿠보 도시미치는 기도 다카요시(木戸孝允),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와 함께 유신 삼걸로 불리는 인물이다. 이와쿠라 사절단의 일원으로 전 세계를 돌아보고 귀국한 오쿠보는 정한론을 찍어 누르고 일본의 근대화를 향한 돌격을 선두에서 이끌었다.
그는 독일이 비스마르크 체제 하에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 독일 시스템을 일본의 근대화 모델로 받아들였다. 독일로부터 수입하여 성공시킨 관료 양성, 근대적 상비군 제도 도입, 기술학교 설립, 정부 주도 방식의 산업 육성, 즉 '관료 주도형 일본'이라는 국가 체제는 오쿠보의 작품이나 다름없다. 흥미로운 점은 바로 이 '관료주도형 국가 체제'가 일제 식민통치 시절 조선에 고스란히 이식되었다는 사실이다.
오쿠보는 국민들에게 박수갈채나 기대하는, 그저 표심이나 끌어 모으려는 한가한 포퓰리스트 정치인이 아니었다. 그는 무기력한 국민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 정치가의 가장 큰 책무라고 여긴 통 큰 사나이였다. 국민이 일어서기를 거부하거나, 목표를 향해 나가지 않으면 서슴없이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서라도 목표된 곳으로 이끌고 가는 것을 자신의 역사적 과업이라고 여긴 사람이다.
오랜 친구 사이고 다카모리가 규슈에서 반란을 일으키자 오쿠보는 6만 명의 근대식 군대를 이끌고 나가 단숨에 진압했다. 오쿠보는 49세 되던 1878년 5월 14일, 불평 사무라이 일당에게 암살당해 파란만장한 삶을 접는다. 그가 암살당하던 날 아침, 오쿠보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메이지유신의 과업을 완성하는 데는 30년이 예상된다. 제1기 창업기의 10년에 이어, 제2기 10년은 내치를 가다듬어 민간산업을 증식할 때다. 내가 비록 능력이 모자라도 힘껏 이 직책을 다할 것이다. 제3기의 수성은 뒤를 잇는 어진 사람이 이어받아 가다듬어 줄 것을 기대한다.”

오쿠보 도시미치와 박정희

이것이 그의 유언이 되었는데, 자신이 주도한 혁명의 과제인 국민국가 완성에는 최소 20년 세월이 필요하다는 현실인식이 주목된다. 20년이라는 그의 정치적 시간표는 야심찬 정적들에게는 독재, 권력 전횡으로 비쳤는지 일본에서는 오쿠보의 근대화 드라이브를 ‘유사전제(有司專制)’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
박정희 재임 18년은 "국민국가 완성에는 최소 20년 세월이 필요하다"는 오쿠보의 현실인식과 오버랩 된다. 덕분에 박정희는 유신독재라는 비난과 공격을 받으면서도 굳이 변명 따위는 사치라고 여겼다. 단 한 마디, 정 억울하면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고 독백했을 뿐이다. 그는 자신에게 저항하는 세력과 싸울 시간조차 아까웠을 것이다. 중화학공업과 자주국방의 완성을 위해 일 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메이지유신사 연구가인 모리 토시히코(毛利海彦) 교수는 『오쿠보 도시미치』라는 책에서 오쿠보 도시미치에 대해 이런 인물평을 내놓았다.
“그는 강직하고 술책을 모르는 정치가다. 숙려단행(熟慮斷行)으로 목표를 향해 무서운 집중력과 지구력을 보인다. 그의 권력의지는 강렬한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뒷받침되어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며, 앞장서서 난국에 맞서고 목적을 위해서는 죽음도 개의치 않는다. 생활은 청결하여 지위를 이용해서 사복을 채운다는 따위는 전혀 없었다.”
모리 교수가 언급한 오쿠보 도시미치에 대한 인물평을 박정희의 그것으로 바꾼다 해도 무리가 느껴지거나 이상할 것 하나 없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하지만 남 잘 되는 것 절대 용납하지 못하는 한국인의 노비 근성, 자학 변태사관은 보편적이고 정상적인 인간세상과는 작동방식이 완연히 다르다.
『박정희의 시대』의 저자 하야시 다케히코는 여간해서는 남을 칭찬하지 않는 한국인의 심성에 대해 “한국의 학계와 언론계는 박정희 시대 18년을 마이너스 관점에서 거론할지언정 한국을 통합된 ‘국민국가’로 이룩해놓은 박정희의 최대 공적에 대해서는 유별나게 무시하고 침묵한다”고 질타했다.
남을 칭찬하지 않는다는 것은, 남이 성취한 업적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저질스런 심보가 자리 잡고 있음을 뜻한다. 일본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를 이끌어온 나라들의 지성세계는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들의 일대기에서 가능하면 성공담, 배워야 할 사례, 교훈 등을 추출하여 확산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다. 이러한 긍정 마인드의 확산이 인류 역사 진보의 거대한 동력원이 되어 온 것이다.
반면에 이 나라의 지식 풍토는 애오라지 한국을 이끈 인물들의 일대기에서 실패담, 모욕을 가할 사례, 더럽고 추잡하고 비열한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추출하여 물고 뜯고 씹는 내용들을 확대재생산하느라 세월 가는 줄 모른다. 그러는 사이 국가적 에너지는 과거를 비난 매도하는 일에 총체적으로 소모되고 있다.
이러한 차이가 그저 민족성의 차이인가, 아니면 지성의 차이인가. 그것도 아니면 자학과 변태의 극치를 이룬 종족적 민족주의의 완벽한 승리인가. 이토록 황폐화 된 정신세계를 천지개벽하기 위한 지성·지식의 불벼락이 내려지지 않는 한 이 나라의 번영은, 그리고 미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김용삼 대기자 dragon0033@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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