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성창호 판사 기소 및 업무배제는 판사 신분 보장한 헌법과 '무죄추정' 대원칙 어긴 것이라 주장
유시민, '알릴레오'서 성창호 판결 비판하며 "승진 등 조건으로 휘둘린다는 게 사법농단서 드러난 거 아닌가"

김명수 대법원장(좌)과,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1심에서 법정구속 판결을 내린 성창호 판사(우).
김명수 대법원장(좌)과,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1심에서 법정구속 판결을 내린 성창호 판사(우).

다수 헌법학자들이, 김명수 대법원에서 최근 불구속 기소된 판사 10명 중 6명을 재판업무에서 배제한 조치는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최종학력으로 경제학 석사를 가지고 있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최근 유튜브 영상 등에서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판결을 했거나 앞으로 하게 될 판사들에 대해 ‘이념적 지향이 휘둘릴 수 있다’ 는 등의 주장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헌법학자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17일 한 언론에 “(성창호 판사 등이) 기소됐다는 사실만을 문제 삼아 (대법원이) 징계 처분도 없이 법관을 재판에서 배제한 것은 헌법의 ‘법관 신분 보장’ 조항을 위반한 위헌적 조치”라 말했다. 대법원이 스스로 헌법의 대원칙을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현직 판사들이나 판사 출신 변호사들도 ’법원부터 무죄추정이라는 대원칙을 어겼다’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은 지난 8일 “검찰 기소 등에 따른 일차적 조치로 판사 6명(성창호 판사 포함)에 대해 오는 15일부터 8월 31일까지 사법 연구를 명했다”며 “형사재판을 받게 될 법관이 계속해서 재판업무를 맡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국민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각계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 이뤄졌다”고 한 바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이 조치는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무배당에 관한 예규’ 6조와 관련된 것이었지만, 기소 사실 만으로 법관에 불리한 처분을 내릴 근거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헌법 제106조 1항과 법원조직법 제46조에 규정된 ‘판사에게는 징계 처분 없이 정직·감봉·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허 교수를 비롯한 다수 헌법학자들은 “대법원이 내건 예규는 내부 지침에 불과해, 가장 상위 법률인 헌법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유 이사장은 김 지사에 대한 1심 판결을 불복 및 비난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을 대변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는 이날 ‘알릴레오’에서 1심 판결문에 대해 “자유심증주의가 이런 것을 말하나. ‘뭘로 보인다, 뭘로 보인다’가 수십번이 나오는 판결문이 어디 있나”라고 비판했다.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1심 법정구속 판결을 한 성창호 판사(좌)와 항소심을 맡은 형사2부 재판관인 김민기 판사(가운데)와 차문호 판사(우).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1심 법정구속 판결을 한 성창호 판사(좌)와 항소심을 맡은 형사2부 재판관인 김민기 판사(가운데)와 차문호 서울지법 부장판사(우). 검찰은 차문호 판사에 대해서도 '사법농단 연루자'라 명시한 바 있다.

유 이사장은 그러면서 최근 검찰 행보(성창호 판사 기소, 김 지사에 대한 항소심(2심) 재판장인 차문호 부장판사를 ‘사법농단 연루자’ 묘사)를 옹호하기도 했다. 그는 “김경수 지사를 법정구속하고 징역형을 선고한 판사가 지금 10여명의 기소된 법관 중 한 사람이어서 재판에서 배제됐다”며 “법관 자신의 이익 또는 자신의 편견, 또는 이념적 지향, 또는 전관예우라고 잘 하는 분 혹은 예전에 모시던 분이 변호인이 돼서 오면 그쪽으로 기울어진다든가, 또는 법원행정처에서 승진, 보직을 조건으로 유혹이 온다든가 이런 것에 휘둘린다는 게 이번 사법농단 사건에서 드러난 행태 아닌가”라고 했다.

그런데 김경수 1심 판결에 대한 유 이사장의 주장이 법률적 상식과는 배치된다는 말도 나온다. 이상철 전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는 지난달 22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이 연 ‘김경수 여론조작 판결 분석 대토론회’에서 “일부에서는 1심 재판부가 ‘-로 보인다’라는 표현을 81군데나 했다며 유죄의 증거나 범죄 증명에 대한 확신 없이 추측성 판결을 한 것으로 비판한다"며 “하지만 사후조작이 불가능한 로그 자료나 통신자료 등에 밝혀진 객관적인 사실과 이에 부합하는 경공모 회원 등 여러 관련자 진술 등에 나타난 정황사실 등으로, 결정적인 증거를 내놓지 못하는 이상 항소심에서도 정당한 1심의 유죄 결론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여러 정치 현안에 대해서 논평을 내놓으면서도 정치활동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유 이사장에 대한 비판도 나온 바 있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은 17일 보도자료에서 “(노무현재단 유튜브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을 걸어두고, 유력 여권이사를 총동원시켜 마음놓고 한국당을 비판하고 여권편향의 홍보방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방송과 발언이 정치활동이 아니면 무엇인가”라며 “유 이사장은 더 이상 숨어서 국민을 속이지 말고, 그렇게 하고 싶은 정치활동 당당히 나와서 하고 국민 심판을 받으라”고 요구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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