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월29일 오전 고양시 일산동구 동양인재개발원에서 열린 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자유한국당)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월29일 오전 고양시 일산동구 동양인재개발원에서 열린 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자유한국당)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6·13 지방선거를 다섯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 '원내 단속'에 골머리를 앓는 모양새다. 구(舊) 친박계 등 일각에서 제기해 온 '사당화(私黨化)' 프레임이 무색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홍준표 대표는 30일 페이스북에서 경북도지사 출마를 위한 의원직 사퇴를 고수하는 이철우 전 최고위원을 지목해 "불공정 경선이 된다"며 "당 방침을 따르지 않는다면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라"고 배수진을 쳤다.

각각 한국당 제19대 대선후보와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거대책본부장으로서 호흡을 맞췄던 홍 대표와 이 전 최고위원이 공개 반목한 것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최근 "내달 6일 국회에 사퇴서를 제출해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7일 본회의 표결을 요청할 것"이라며 "사퇴를 철회하는 일은 결코 없다"고 못박은 것으로 지역 언론 등을 통해 알려졌다.

홍 대표는 "후보가 되면 자동 사퇴"라며 "후보가 되기 전 사퇴하겠다는 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 등록을 하기 위해서라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같이 출마한 다른 국회의원들도 사퇴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보궐선거 러시가 온다"며 "그분들은 (사퇴를 안 하면) 마치 결연한 의지가 없는 것으로 비춰질뿐만 아니라 예비후보 등록도 못 하게 되기 때문에 '무기 대등'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불공정 경선이 된다"면서 "결연한 의지는 높이 사지만 당을 위해 자중하시라. 안 그래도 어려운 당"이라고 충고했다.

홍 대표는 전날(29일) 경기 고양시에서 진행된 한국당 의원 연찬회에서는 "지방선거는 의원 여러분의 선거가 아니라고 해서 방치하는 사례가 많으나, 선거에 패배하면 여러분들도 다음 총선에 이길 수 없다. 손발이 다 잘리는 것"이라고 상기시켰다.

"경남 어느 지역 국회의원이 지방선거를 등한시하는 바람에 자기가 맡고 있던 3개 군 우리 당 후보가 모두 떨어졌다. 그러고 난 다음 총선 공천 탈락했다. 지금도 명예 회복하려고 뛰어다니고 있지만 회복이 되지 않는다"는 사례를 든 뒤 "지방선거 패배는 바로 여러분 자신의 일"이라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지방선거에 적극적인 원내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 셈이다. 그는 또 앞서 자신과 반목한 친박계 일부를 겨냥해 "극히 일부에서는 '지방선거 패배하면 홍준표가 물러나고 우리가 당권을 쥔다'는 사람도 있다"며 "그런데 패배하면 홍준표 물러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여러분들이 다 망한다"고 경고했다.

홍 대표는 의원들에게 헌법 개정과 관련 "개인이 자기 의견을 언론에 백가쟁명식으로 나타내는 것은 극히 부적절하다"고 언질을 주기도 했다.

그는 우선 자신이 당 소속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 특별위원회(헌정특위) 위원들에게 지방선거-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염두에 두고 의원내각제 개헌 협상을 주문했다는 당일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서는 "(나는) 헌정특위 위원장만 알고 위원 어느 누구도 만난 적이 없다"며 "오늘 처음으로 개헌 관련 논의를 시작한다"고 못박은 뒤 이처럼 밝혔다.

홍 대표는 중앙일보를 겨냥 "왜 언론이 이런 식으로 우리를 음해하고 허위보도를 하는지 참 의심스럽다"고 지적한 뒤 "특히 개헌과 같은 것은 개인 소신의 문제가 아닌 당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두발언 막바지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을 의제로 한 '권력기관 개편' 현안까지 아울러 "저들(정부·여당)의 속셈이 무엇이고, 저들이 하고자 하는 길이 무엇인지 우리가 명확히 인식해야만 막을 수 있다. 꼭 부탁 말씀드린다"면서 일치된 대응을 주문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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