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A4용지 수십만쪽 분량 만드는 속칭 '트럭 기소'에 거액 소송비 필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가족과 함께 살던 전 재산인 집 팔아 돈 마련
구속 수감중인 朴 전 대통령도 삼성동 자택 마련해 재판 비용 확충
김기춘 前 靑비서실장, 예금으로 버티다 결국 집 두채 모두 내놓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연합뉴스 제공]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 인사들을 겨냥한 소위 ‘적폐 청산’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재판에 넘겨진 전(前) 정부 인사들이 소송비를 대려고 줄줄이 집을 매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최근 가족들과 함께 살던 서울 서초동에 있는 12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팔고 작은 집으로 이사했다고 한다. 구속기소된 임 전 차장의 변호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검찰이 임 전 차장에게 구형하기 위해 만든 수사 기록은 20만쪽에 달한다. 이 신문에 따르면 그의 가족이 최근 한 법무 법인을 접촉해 사건을 맡아 달라고 했더니 “수사 기록이 방대하다”며 수십억원을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다른 로펌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전 재산인 집을 파는 것 외엔 다른 수가 없었다.

신문은 현 정권 검찰이 전 정부의 행정부 인사들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인사들 신상을 샅샅이 캐 재판에 넘기면서 임 전 차장과 같이 집을 매각해 소송비를 마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변호사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검찰이 트럭에나 실을 수 있는 분량의 기록으로 특정인을 기소하고 이후 재판이 1년 넘게 이어지면 웬만한 부자도 빈털터리가 된다"고 했다.

이처럼 검찰이 인력을 대거 투입해 전 정부 인사들을 탈탈 털 듯 수사한 뒤 트럭 분량의 방대한 수사 기록을 만들어 피의자 재판에 넘기는 행태를 두고 법조계에선 ‘트럭 기소(起訴)라는 말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으로,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 30여명을 동원해 8개월간 수사를 벌여 A4용지 17만 5,000쪽의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박근혜 전 대통령도 ‘트럭 기소’를 당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 기록은 12만쪽에 달한다. 높이로 환산하면 12m고 무게는 600kg이 나간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록(8만 5,000쪽)도 아파트 3층 높이에 달한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이른바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서울 삼성동 자택을 팔고 이사해 30억원을 마련했다. 이를 두고 변호사 비용을 염두에 둔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박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김기춘 전 실장도 2년 넘게 ‘문화계 블랙리스트’사건, ‘화이트리스트’ 사건 등 4건이 넘는 민·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김 전 실장의 재산은 2015년 기준 38억원 정도였다.

조선일보와 인터뷰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이 처음에는 예금으로 버티다가 수사·재판이 길어지자 집 두 채를 모두 내놓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는 서울 평창동에 10억여 원짜리 단독주택, 경남 거제시에 1억여 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중 거제도 아파트는 매각됐다. 마련된 비용은 주로 변호사 비용으로 사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평창동 주택은 아직 팔리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연합뉴스 제공]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연합뉴스 제공]

신문은 또 “검찰 지난달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며 박 전 대법관 역시 검찰 수사 단계에서 이미 가진 돈을 거의 다 써 집을 팔 처지에 몰렸다고 소개했다.

한 법원 관계자는 "그의 대학, 사법연수원 동기인 변호사들이 변호사비에 보태라고 수천만원을 모아 준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2016년 구속돼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소송 비용의 압박을 받아 서울 강남 아파트를 팔려고 생각 중이라는 지인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도 서울 삼성동 아파트를 잃을 뻔했다고 전했다. 검찰 수사를 거쳐 지금까지 재판을 받으며 아파트 대출금을 제때 내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신문과 인터뷰한 정씨의 지인은 헤드헌터(인재 스카우트) 사업을 하는 그의 아내 힘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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