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호치민 등을 '위인'이라는 그레이트북스...인물사전에는 여운형 전태일 김대중 있지만 박정희는 없어
여운형 서술 칭찬 일색인 데 반해 이승만엔 "한국전쟁을 막지 못했으며" 부정적 기술로 일관
그레이트북스, 한국 근현대사 부분은 '독립군'과 '민주화'에만 방점 찍어...건국과 산업화 역사는 없다
김경택 그레이트북스 대표, 2010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난 혁명 꿈꾸던 사람" 글 남기기도
출판업계 좌편향, 어제오늘 일 아니지만 관계자 "생계형 좌파, 어쩔 수 없다"

'그레이트북스'가 아동용 위인전으로 낸 책 중 일부. (사진 = 펜앤드마이크 독자 제공)
'그레이트북스'가 아동용 위인전으로 낸 책 중 일부. (사진 = 펜앤드마이크 독자 제공)

펜앤드마이크 독자인 회사원 서모 씨는 최근 부인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두 아이의 교육을 위해 구입한 아동용 위인전 목차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중견 출판사인 그레이트북스의 ‘지인지기 인물이야기‘라는 위인 전집이었다. 그는 ”전반적으로 좌편향이 두드러져 이런 책들을 읽고 자란 아이들이 과연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어떤 생각을 갖게 될지 걱정되고 분노를 느낀다”고 알려왔다.

펜앤드마이크가 독자 서 씨의 제보를 바탕으로 19일 추가 취재한 결과, 그레이트북스에서 아동을 상대로 낸 위인전 ‘지인지기 인물이야기’와 역사 관련 도서들의 좌편향은 간과할 수 없는 정도로 확인됐다. 위인전에 수록된 총 70명의 인물 중, 해외 인물은 46명, 고대~현대까지 한반도에서 활동한 인물은 24명이었다. 국내 ‘위인’에는 노골적인 친북 행위를 한 음악가 ‘윤이상’, 북한 김일성 정권과의 협력과 단일 정부를 주장하기도 한 ‘김구‘, 민노총 등에서 신봉하다시피 하는 동학농민운동의 주역 ‘전봉준‘ 등이 포함됐다. 또 해외 '위인'에는 베트남 공산주의자인 호치민이 들어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을 건국한 ‘이승만‘이나, 대한민국을 빈곤에서 탈출시킨 ‘박정희‘는 ‘위인‘에서 빠져있었다. 기업인 역시 이병철·박태준·구인회 등 세계적 기업을 만든 인물들은 빠져있고,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한 정주영이 국내 기업인 ‘위인‘으로는 유일하다. 그런데 빌게이츠와 스티브잡스, 에디슨 등의 해외 기업인들은 ‘위인‘으로 수록돼 있다.

위인전의 별책부록이라는 ‘한국인물사전 ½‘은 좀 더 노골적이다. 소위 ‘민주 인사‘라 불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기술돼 있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은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었다. 대신 여운형, 전태일, 장준하, 조영래 등의 인사들은 기재돼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 항목은 없는 그레이트북스 '한국인물사전 1/2'. (사진 = 펜앤드마이크 독자 제공)
'지인지기 인물이야기' 구성(좌)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 항목은 없는 그레이트북스 '한국인물사전 1/2' 구성(우). (사진 = 펜앤드마이크 독자 제공)

이 사전에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인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항목은 존재했지만, “이승만은 고종의 밀서를 가지고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을 만나 일본이 한반도에서 물러나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지요. 물론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지요” “한국전쟁을 막지 못했으며” 따위로 폄훼한 기술을 한 점이 확인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서술과 달리, 북한 김씨 정권이 들어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여운형에 대한 서술에서는 칭찬 일색이다. 그레이트북스는 여운형에 대해 “일제의 탄압과 회유에도 불구하고 독립운동을 활발히 펼쳤어요” “8.15 해방 후에는 안재홍 등과 건국준비위원회를 조직, 조선인민공화국을 선포했어요. 하지만 사회주의를 싫어하는 우익 진영의 반대와 함께, 미군정이 인정하지 않는 바람에 실패하고 말았답니다” “여운형은 김구와 함께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손꼽혔지만 사회주의운동을 벌인 경력 때문에, 그 업적을 아직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어요” 따위로 적었다.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벌이는 ‘좌익활동자 독립유공자 서훈’과 비슷한 맥락인 셈이다.

여운형 서술 내용(좌)과 이승만 전 대통령 서술내용(우). (사진 = 펜앤드마이크 독자 제공)
여운형 서술 내용(좌)과 이승만 전 대통령 서술내용(우). (사진 = 펜앤드마이크 독자 제공)

다른 전집에도 비슷한 구성이 이어진다. ‘으랏차차! 이야기 한국사’라는 시리즈 전집의 근현대사 항목은 ‘개화기’ ‘일제강점기’ ‘대한민국’으로 돼 있다. 그런데 그레이트북스가 전하는 역사 구성만을 본다면, 한국 근현대사에는 ‘독립군’과 ‘민주화’ 역사만 있을 뿐이다.

'으랏차차! 이야기 한국사' 책 중 일부. (사진 = 그레이트북스 홈페이지 캡처)
'으랏차차! 이야기 한국사' 책 중 일부. (사진 = 그레이트북스 홈페이지 캡처)

‘일제강점기’ 항목 책에는 ‘온 겨레가 독립 만세를 외치다’ ‘총칼을 들어 일본에 맞서다’ 등의 책이 있는데, 이는 현재 정부가 인정하는 광복군 560여명의 규모를 부풀린 내용이다. ‘대한민국’ 항목의 책들은 ‘소리높여 민주주의를 외치다’ 따위의 민주화 항목들만을 기술한 내용 뿐이다. ‘잿더미에서 일어나다’라는 책이 있지만, 대한민국의 산업화가 일어난 것으로 평가되는 1970~80년대에 대한 서술의 비중은 적다.

그런데 ‘그레이트북스’ 측은 역사와 관련한 이 출판물이 “역사학자들이 만든 진짜 역사책”이라고 자찬한다. 홈페이지에는 “‘으랏차차! 이야기 한국사’는 역사학과 교수진으로 구성된 시대별 기획 위원들이 기획과 최종 감수를 담당하였고, 역사 연구자들이 직접 필자로 참여해 정확성과 전문성을 높였습니다”라며 “충실한 고증을 거쳐 재현한 어린이 한국사 전집은 '으랏차차! 이야기 한국사'뿐”이라는 글이 적혀있다.

김경택 그레이트북스 대표(좌)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측에 전달한 내용. (사진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페이지 캡처)
김경택 그레이트북스 대표(좌)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측에 전달한 내용. (사진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페이지 캡처)

대표의 정치적 성향이 아동용 출판도서에까지 반영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레이트북스’ 대표인 김경택은 2010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나는 청년시절에 이 사회의 혁명을 꿈꾸었던 사람이다. 그래서 혁명을 부르짖고 우리 사회의 정의를 부르짖고 징역도 살았던 사람이다”라며 “이제 50대 중반의 나이에 현재 하고 있는 이 교육사업, 출판사업을 통해 우리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따위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출판업계에서는 이런 지적에도 “어쩔 수 없다“는 자조섞인 반응이 적지 않다. 좌파 성향 인사들로 가득한 출판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생계형 좌파 코스프레’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레이트북스보다 더 영향력있는 출판사에 다닌다는 한 20대 출판업계 관계자는 “고위 간부직으로 올라갈 수록 이같은 정치 편향성이 더 두드러진다. 이른바 ‘586세대’가 좌편향 경향이 강하다”며 “이같은 점은 업무 상(출판되는 책)으로나 일상생활로나 드러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 조금이라도 자유우파 성향을 내비치면, 즉각 마녀사냥을 당해 퇴사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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