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식으로 되어 있든 간에 공산주의자의 약속은 믿지 말고, 공산주의자의 행동만 믿어라. 공산주의자들에게 힘처럼 설득력이 있는 것은 없다. 힘이 결정적인 요소이며, 공산측이 진실로 알아듣는 논리는 오직 힘뿐이다. 필요하다면 노골적이고 엄청난 무력을 사용한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줘라.”

 

하늘도 무심하시지 않은지 트럼프 미 대통령과 북한의 3대 세습 군주 김정은의 하노이 회담은 개판이 났다. 무려 66시간 ‘고난의 기차 행군’ 끝에 하노이에 도착한 김정은은 이제 귀가 교통편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 ‘결렬’을 환호해야 하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귀국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과의 중재 역할”을 부탁했기 때문이다. 위기가 닥쳤을 때 문-김은 판문점에서 깜짝 정상회담 이벤트를 벌여 여론의 주도권을 회복한 바 있다.
코너에 몰린 김정은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또 한 번의 핵실험을 재개하여 공갈 외교로 복귀하거나, 미사일 발사 쇼, 남한의 일부 지역(특히 서해 5도가 위험하다)에 포격, 함정 공격 등 대남 도발 카드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전 세계적인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하여 한국 사회를 ‘김정은 신드롬’으로 몰아넣는 선택지도 고려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얻은 성과라면 기존의 영변 핵시설 외에 새로 밝혀진 ‘은닉된 우라늄 농축시설’ 문제다. 트럼프의 발언으로 지금까지의 북핵 폐기 쇼가 완벽한 허구임이 적나라하게 밝혀졌다. 이제 이 위험천만한 핵 미치광이 김정은을 어쩔 것인가. 정신 제대로 박힌 대한민국 지도자라면 이 문제를 밤새 고민해야 정상일 터인데,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보면 그럴 의지나 능력, 혹은 생각이 1%도 없는 것 같다.
북핵 폐기를 담보로 김정은과 벌이는 어떤 협상도 의미가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공산 전체주의자들이 협상 테이블로 나온다는 것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는 메타포어다. 그들은 투쟁 동력을 상실하면 물리력으로 얻을 수 있는 성과를 테이블에서 말로 얻어내기 위해 협상장에 나오는 것이다.
거짓 선전선동과 위협, 공갈로 남의 것을 빼앗는 데 이골이 난 공산주의자들이기에 그들은 협상에 관해서는 거의 달인(達人) 수준이다. 중국의 국공합작, 6·25 정전협상, 베트남 휴전협상 등 지금까지 공산 진영과 자유민주 진영의 협상 결과를 정밀 분석하면 자유민주 진영이 백전백패였다. 때문에 그들과의 협상은 테이블에 앉는 순간부터 영혼을 털리고 목숨을 저당 잡히는 행위가 된다.
그들은 협상 과정에서 거짓말, 호통치기, 약속 어기기, 진실을 비틀고 왜곡하고 부인하기, 지연하기, 위협하기, 합의한 내용 파기하기 등 모든 비열한 수단을 총체적으로 동원하여 진짜 쟁점을 연막으로 가리고 자기들이 유리한 결과를 기술적으로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가 하노이에서 김정은을 일거에 박살 내고 협상을 파토 낸 것은 그가 『거래의 기술』이란 책의 저자답게 협상 전문가여서가 아니다. 북한을 상대로 너무나 파격적인 양보를 하여 내정 위기를 타개하려는 트럼프의 꼼수에 대해 미국 내 여론이 싸늘하게 돌아섰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 내에서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가 양호했다면, 북한은 하노이에서 종전선언, 대북 제재 해제, 미북 연락사무소 설치, 한국으로부터의 현금 지원 등 엄청난 선물을 챙기는 데 성공했을 것이다.
공산 전체주의자들의 협상 수법의 교활함을 적나라하게 체험한 인물이 있다. 1953년 판문점에서 공산 측과 정전협상을 진행해야 했던 찰스 터너 조이 미 해군 중장이다. 그는 10개월 12일 동안 유엔군 측 정전회담 수석대표로서 실무회담을 진행하며 느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공산주의자는 어떻게 협상하는가?』(How Communist Negotiate?)란 책을 저술했다. 이 책을 중심으로 하노이 회담을 복기해 본다.

#1. 유리한 협상 장소 선점하기

언론을 떠들썩하게 도배질한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은 회담 장소부터가 대단히 불길했다. 대체 하노이가 어떤 곳인가? 거리 곳곳에 호치민의 동상이 서 있고, 베트남의 붉은 깃발이 나부끼는 곳 아닌가. 세계 최강의 미군을 상대로 승리를 자축하는 기념물과, 전쟁 중 노획한 미군 무기 전시장, 미군 포로수용소를 관광지로 만들어 돈을 버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낯 뜨거운 도시다.
미군 5만 8,220명이 전사하고, 한국군도 5,099명 전사, 1만 1,232명이 부상당한 곳, 그러고도 미국이 비참하게 퇴각하여 공산통일에 성공한 역사적 현장이다. 이곳을 제2차 미북 회담 장소로 선택했고, 미국은 토를 달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였다. 공산주의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협상 전술 제1번은 자기들 유리한 곳을 협상 장소로 선정한다는 사실이다.
“공산주의자들은 엉겁결에 회의에 참여하거나 황급하게 협상에 들어가는 일이 없다. 먼저, 그들은 주의 깊게 무대를 설정한다. 체면을 유지하기 위하여, 그리고 유리한 협상 환경을 만들어서 실리를 챙기기 위하여, 교섭이 진행될 장소의 환경을 세심하게 고려한다.”
이것이 정전협상 당시 유엔군 측 수석대표였던 터너 조이 제독의 토로다. 1951년 6월 하순, 유엔 주재 소련대사가 6·25 전쟁의 정전협정 체결 제안을 해 왔다. 당시는 유엔군의 강력한 반격으로 중공군이 그로기 상태에 빠진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유엔군 사령관 리지웨이 장군은 덴마크 병원선 유틀란티아호를 원산항에 입항시켜 이 배 선상에서 정전협정을 열자고 제안했다. 공산 측은 7월 1일 “정전을 원하면 개성으로 오라. 그러면 우리는 대화 하겠다”고 유엔군 제안을 걷어찼다.
유엔군 측은 개성에서 회담을 열기로 했다. 공산 측은 왜 개성을 협상 장소로 정했을까? 순진한 유엔군 측은 공산주의자들의 복잡한 정치적 의미를 해독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어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개성은 38도선상에 위치해 있는 도시였다. 당시 개성은 중공군 통제 하에 있었다. 유엔군사령부 대표들이 개성에 들어가 협상한다는 것은 유엔군이 공산군 측 거점에 굽신거리며 찾아오는 모습을 연출하는 데 더없이 유리한 지역이었다. 이런 기막힌 의도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유엔군 측은 나중에야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칼자루는 저들이 쥔 다음에 말이다.
회담장에서 공산 측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완벽하게 연출해 냈다. 대표단 첫 회의에서 유엔군 수석대표 터너 조이 제독이 회담장 의자에 앉았을 때의 일이다. 조이 제독의 모습이 테이블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공산진영이 일부러 조이 수석 대표 자리에 낮은 의자를 가져다 놓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공산 측 단장 남일은 보통보다 훨씬 높은 의자에 앉아 조이 제독을 거만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차 속았구나” 하고 까달은 조이 제독은 재빨리 정상 높이 의자로 바꿔 앉았다. 하자만 공산 측 사진사들이 남일이 조이 제독을 내려다보는 장면을 촬영한 다음이었다.
유엔군 측은 회담장 테이블 위에 손수건 크기의 유엔기를 매단 기치(旗幟)를 올려놓았다. 이것을 목격한 공산 측은 유엔기보다 두 배 정도나 되는 북한기를 매단 기치를 가져다 놓았다. 이런 계략들은 언뜻 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장면들이 누적되면 엄청난 선전효과를 나타낸다. 공산 측은 개성, 판문점 회담장에서의 치밀한 연출을 통해 유엔군사령부가 정전을 구걸하는 패배자로 보이도록 선전하는 데 성공했다.
김정은은 의도적으로 미국이 수치스러운 패전을 기록한 전쟁, 그 전쟁의 지휘부 역할을 했던 하노이를 협상 장소로 선택했다. 베트남은 그들의 국기인 금성홍기(金星紅旗)가 상징하듯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다. 김정은은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치러 승리한 지도부의 소굴로 미국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김정은은 비행기를 이용하면 몇 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를 60시간이 넘는 기차 여행 쇼를 통해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하노이에 도착했다.
김정은은 싱가포르 회담에 이어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을 ‘핵보유국’ 승자로, 미국은 자신들의 핵 보유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패자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모든 수단방법을 총동원했다. 그는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가진 것만으로도 목적 달성에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미북 정상회담은 NPT(핵확산방지조약)라는 무소불위의 강펀치를 마구 휘두르던 미국을 간단히 무력화하는 데 성공한 김정은의 승리였다. 미국 대통령과 역사상 최초로 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아 악수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김정은은 얻을 것을 다 얻었다. 나머지 수확은 덤이었다. 

#2. 협상 의제 속이기

공산주의자들이 유리한 장소를 선점하여 무대설정이 완료되면 협상의 두 번째 원칙에 돌입한다. 자기들이 원하는 결론을 얻을 수 있도록 복잡한 의제를 협상 테이블에 내놓는 전술이다. 조이 제독은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의 의제 설정이 얼마나 다른지를 야구경기를 위한 준비회의로 설명한다.

공산 측은 시작부터 이처럼 일방적으로 자기들에게 유리한 의제를 내놓아 협상 상대를 수세로 몰아넣는다. 그리고 자신들이 내놓은 의제를 채택해야 한다고 밀고 당기기, 위협하기, 설득하기, 공갈협박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한다. 그들이 교묘하게 조작하여 내놓은 의제를 자유진영이 부주의로, 해석상의 실수로, 혹은 속전속결로 빨리 성과를 얻기 위해 덥썩 수락하면 협상은 하나마나다. 협상이 진행되면 될수록 저들이 파놓은 함정 속으로 빨려들게 된다.
다음 단계에서는 경기가 진행될 장소는 상하이의 어느 곳으로 할 것인가(장소는 이미 상하이로 정해졌다), 경기 시작시간을 야간 몇 시로 할 것인가(야간은 이미 정해졌다), 심판은 정확히 어느 중국인으로 할 것인가(중국인은 이미 정해졌다)를 정한다.
경기장소를 상하이로 못 박은 의제를 내놓음으로써 다른 장소 문제는 거론도 하지 못하도록 봉쇄하고, 경기는 무조건 야간에 열려야 하며, 심판은 중국 관리 외에 다른 주장은 나오지 못하도록 봉쇄하는 데 성공한다. 완벽한 공산 측 의도대로 의제가 세팅되고, 그 의제대로 협상이 진행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북핵과 관련한 미국 정부의 확고한 원칙은 CVID,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였다. 그냥 CVID가 아니라, 한꺼번에 북한의 모든 핵시설을 파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반면에 북한을 비롯하여 그들의 우방인 중국, 러시아, 문재인 정부의 주장은 ‘단계적 비핵화’다. 일시적 비핵화는 단호히 거부하며 여러 단계로 나누어서, 각 단계마다 북한의 일부 비핵화와 유엔의 일부 경제제재 해제를 맞교환하자고 주장한다. 일시적인 CVID는 비핵화의 완료가 아니며, 각 단계로 이행할 때마다 유엔과 국제사회로부터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겠다는 것이 공산 측 전술이다.
그런데 2018년 6월 미북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이 회담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CVID만이 우리가 용납할 수 있는 회담 결과”라고 큰소리 쳤다. 하지만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CVID가 실종되고, 정체불명의 CD(Complete Denuclearization), 즉 ‘완전한 비핵화’가 덜렁 들어갔다. 이것은 명백하게 북한이 내놓은 의제를 미국이 조급하게 받아들임으로서 파생된 치명적 자만이었다.
싱가포르 회담이 웃기지도 않는, 정체불명의 CD로 귀결되면서, 그 직후부터 미국은 자신들의 원칙으로 떠받들던 CVID를 팽개치고 FFVD(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 즉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들고 나왔다. 최초의 목표와 비교하면 현저히 물러터진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입으로는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미국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염불처럼 되뇌었다.

로이터 통신은 2018년 7월 4일, 복수의 미 정부 관리의 발언을 인용하여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측 조언을 받아들여 CVID 요구에서 한걸음 물러났다”고 보도했다. 즉 CVID에서 문재인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여 “돌이킬 수 없는 폐기”라는 부분을 삭제하여 유화적 입장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작년 싱가포르 회담 직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년 안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까지 해체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인터뷰가 나온 지 이틀 후인 2018년 7월 3일, 미 국무부는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그런 해체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존 볼턴의 발언을 정면에서 뒤집었다. 
기세등등했던 미국의 CVID는 제1차 미북 정상회담(싱가포르)을 기점으로 발톱과 이빨 빠진 고양이 신세로 전락했다. 알고 보니 CVID 무력화의 일등공신은 다름아닌 문재인 정부였다. 대한민국 정부가 스스로 자살적 이적행위에 앞장 선 셈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북한 김혁철 대미 특별대표는 지난 2월 21일부터 하노이에서 제2차 미북 정상회담 의제를 정하기 위한 실무협상을 진행했다. 미안한 얘기지만 하노이 회담 의제 세팅은 지금까지 미국이 목청껏 외쳐왔던 CVID, FFVD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핵 동결’로 귀결되었다.
‘동결’과 폐기는 무지막지하게 다른 용어다. 폐기는 핵무기와 핵시설, 인력, 인프라, 노하우까지 깡그리 없애버리는 것을 뜻한다. 동결이란 지금 상태 그대로 놔두고 더 이상 핵개발 활동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저들이 개발 보유하여 은폐시켜놓은 핵무기와 핵시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겠다는 뜻이 된다. 이따위 개차반 같은 의제 세팅 결과를 지켜본 외신들은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통 큰 비핵화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 “완전하고 검증가능 한 비핵화(FFVD)는 거론조차 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제 설정부터 김정은이 깔아놓은 멍석 위에서 춤을 추도록 프로그램이 설정되었으니 하노이 회담은 하나마나였다. 회담이 깨졌기에 망정이지 이 의제대로 협상이 진행되었다면 ‘거래의 달인(達人)’을 자처했던 트럼프는 스스로 탈인(脫人), 즉 공산 전체주의자 김정인에게 영혼을 탈탈 털린 인간으로 전락했을 것이다. 트럼프는 영혼을 털리는 것으로 끝났을지 모르겠으나 대한민국은 일부 종북 주사파 전체주의자들을 제외하고 5,000만 국민의 목숨을 탈탈 털리게 되었을 운명이 될 뻔했다.

#3. 양보는 패배이고 죽음이다

공산 전체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유리한 장소와 의제를 세팅한 후 협상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되지 않도록 수많은 사건 사고들을 의도적으로 도발한다. 치밀하게 기획된 사건 사고들을 통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고, 선전선동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서방 측 인사들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이기 때문에 시간은 곧 비용이고,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협상이 시작되면 일사천리로 협상을 끝내 비용을 줄이고 한 사람이라도 희생을 줄이려 한다. 공산진영은 이러한 자유진영의 조급성을 자극하여 ‘덜컥수’를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협상을 지연시킨다.
협상 지연은 공산 진영의 강력한 무기가 된다. 자신들이 시간을 지연시키면 시킬수록 자유진영은 초조해진다. 이 답답한 정체 상태를 타개하고 진전을 이루기 위해 그동안 철통같이 고수하던 입장을 일정 정도 양보한다. 이것이 공산진영의 노림수다.
공산 측은 협상 과정에서 가짜 쟁점들을 끼워 넣은 다음, 이것을 지렛대로 하여 협상의 본질을 혼란시킨다. 예를 들면 이런 방식이다. 승용차를 놓고 거래를 할 때 판매자는 1,000달러를 내라, 구매자는 900달러에 사자고 맞선다. 판매자가 공산주의 수법을 따른다면 다음과 같은 거래가 진행될 것이다.
판매자는 구매자에게 “일생동안 나에게만 자동차를 구입한다고 서면으로 동의하라”고 제안한다. 구매자가 이를 거부하면 판매자가 이 제안을 수용해야 거래가 가능하다고 벼랑 끝 전술로 몰아간다. 일정한 단계에 이르러 판매자는 통 크게 양보하는 척 하면서 “1,000달러에 이 차를 사면 나머지 제안은 철회하겠다”고 타협안을 내놓는다. 구매자가 항의하면 “나머지 제안 철회는 큰 양보이기 때문에 자동차 가격은 한 푼도 깎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공산주의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논점회피 수법이다.
공산주의자들은 또 진실을 부인하고 왜곡하는 수법을 즐겨 사용한다. 그들은 완전한 진실이 드러나도록 방치하지 않는다. 그들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진실을 공격한다.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전체의 진실 가운데 일부분만을 선택한 다음, 선택된 부분들을 짜 맞춰 전체의 진실과 정반대되는 결론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본다.
어떤 사람이 길에서 싸움을 하다가 상대방 귀를 물어뜯어 상해죄로 피소되었다. 이 싸움의 목격자는 한 사람 뿐이었다. 그 목격자는 피고 측 변호인의 신청으로 증언대에 섰다.

변호인 : 나의 의뢰인이 싸우면서 이 사람의 귀를 물어뜯는 것을 보았습니까?
증인 : 보지 못했습니다.
변호인 : 당신은 싸움 전체를 목격했습니다. 그런데도 나의 의뢰인이 상대편의 귀를 물어뜯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말이지요?
증인 : 그렇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가 자신의 입에서 물어뜯은 귀를 뱉어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공산주의자라면 첫 증언만으로 끝나도록 유도하고, 마지막 진술이 증언으로 채택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이렇게 되면 듣는 사람은 사실과는 정반대의 거짓된 결론에 이르게 된다.
공산주의자들과의 협상 과정에서 양보는 곧 패배이고 죽음이다. 그들은 양보하면 고마워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약하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그리하여 더 많은 것을 뜯어내기 위해 파상공격을 감행한다. 이런 수법을 통해 자신들은 아무 것도 양보하지 않고 더 큰 것을 얻어낸다. 터너 조이 제독은 “공산주의자에게 1인치를 내주면 그들은 1마일을 차지하려 한다”고 토로했다.

#4. 합의 내용 파기하기

공산 전체주의자들의 협상 수법 중 주목할 부분은 그들이 협정을 특별한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이미 합의한 내용을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뒤엎는다. 합의 내용이 문서화 되어 있어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합의 문서의 일부를 변조·위조하거나, “당신들이 그 문서의 해석을 잘못한 것”이라고 역공한다.
그들의 철학에 의하면 협정이란 공산주의자들에게 유리하게 시행될 때만 구속력을 가진다. 공산 전체주의자들은 약속을 어기는 행위가 아무리 불명예스러운 일이어도, 협정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면 양심에 거리낌없이 그것을 무효화하거나 즉각 파기한다.
때문에 공산주의자들이 협정을 지킬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낡은 동아줄에 위험천만하게 매달리는 행위와 같다. 자신들 입장을 수시로 속이고 뒤집고, 합의문을 변조·위조하거나 해석을 제멋대로 하는 존재들과 서류상 합의는 아무 의미가 없다.
이런 분석의 틀로 북한의 핵개발 및 한국을 비롯한 자유우방 세계와의 협상 과정을 복기해 보자. 1985년 12월 12일 북한은 NPT 협약에 가입했다. 1989년 미국 정찰위성이 영변 원자력연구소의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을 탐지하면서 북한은 자신들이 비밀리에 핵 개발을 진행한 사실이 탄로났다. 궁지에 몰린 북한은 1993년 3월 12일 NPT 탈퇴를 선언하는 등 벼랑 끝 전술을 구사했다.
클린턴 정부는 1994년 6월 영변 일대의 북핵 시설 정밀 타격작전을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남북 무력충돌로 심각한 인명피해가 예상되자 실행 일보 직전에 취소했다. 이후 지금까지 북한의 핵개발 일지를 보면 이해당사자인 한국 정부는 물론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관계자들이 북한에 이처럼 관대할 수가 있을까 신비할 생각이 들 정도다.
1994년 10월 21일 미국과 북한은 제네바 합의에 서명했다. 미국은 핵개발 포기 대가로 북한에 경수로 원전 2기를 건설해 주며(소요 자금은 한국 정부가 거의 다 부담), 경수로가 완공될 때까지 난방과 전력생산을 위한 중유 공급,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선언과 NPT 복귀를 약속했다.
제네바 합의 8년 후인 2002년, 북한은 우라늄 원폭 제조 사실을 시인했다. 제네바 합의는 휴지조각이 되었고, 2002년 12월 12일 북한은 핵 동결 해제를 발표했다. 북핵 개발 저지를 위해 2003년 8월부터 6자회담이 시작되었으나 이것도 북핵 고도화를 위한 시간만을 벌어주었을 뿐이다.
북한은 2006년 10월 9일 제1차 핵실험을 실시한 이래 총 6차례 핵실험을 통해 수소폭탄 기술까지 확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와중에 영변 원자로 폐쇄 쇼(2007. 7.15),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2008. 6.27) 등 저질 코미디를 방불케 하는 북핵 동결 쇼가 펼쳐졌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 폐기를 둘러싸고 진행해 온 한국, 미국, 국제사회와의 협상에서 의도적 지연전술, 계획적으로 사건 일으키기, 논점 회피, 진실 부인 및 왜곡, “1인치를 내주면 1마일 차지하기” 전술, 이미 합의한 내용 파기하기 수법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협상 때마다 칼자루를 쥐는 데 성공했다. 

#5. 노골적이고 엄청난 무력을 사용하라

자유진영 인사들은 문제해결 방도가 막히면 서로 양보해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공산 측의 지연전술은 늘 약발이 세게 먹힌다. 협상 과정에서 공산 측은 자신들에게 유리하지 않은 부분을 합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경우, 일단 합의한다. 그 다음 합의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그 합의를 깨 버린다.
“공산 측은 2+2=6이라고 제안한 다음 합의를 끝없이 지연시켜 우리가 2+2=5라고 동의하도록 만든다. 단순히 회담을 진척시키기 위해 공산 측으로부터 아무 것도 받지 않고 양보만 해서는 안 된다. 당신이 공산 측 견해를 받아들인다면 공산 측도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 당신의 양보와 동등한 것을 요구하라.”
이것이 공산 측과 정전협상에 임했던 조이 제독의 경고다. 조이 제독은 또 공산주의자들의 협상 수법을 놀랍도록 냉철하게 분석한 후 적이 협상을 청할 때 압력을 낮춰서는 안 되며, 오히려 압력을 증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냐. 공산주의자들은 싸울 힘이 완전히 바닥났을 때 협상 테이블에 나오기 때문이다.
북핵 폐기를 위한 협상은 자유를 추구하는 인류 사회와 지구상 마지막 남은 공산 전체주의자 김정은 간에 벌이는 아마겟돈의 전쟁이다. 북핵이 폐기되면 김정은은 그날로 권좌에서 쫓겨난다. 자신의 권력과 목숨이 핵무기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적나라하게 꿰뚫어 보고 있는 김정은이 자기 권력과 목숨을 스스로 포기할 수 있다고 믿는가?
맥아더 장군은 “전쟁에서 승리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지구상 마지막 남은 공산 전체주의를 붕괴시키고 대한민국 주도의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세계사적인 전쟁이 바로 북핵 폐기 전쟁이다. 공산주의자들과의 협상은 곧 지는 싸움이므로, 필요한 것은 협상이 아니라 전쟁이다. 이 전쟁에서 자유민주 세력이 승리하려면 비장한 전술이 요구된다. 공산주의자들의 협상 전술을 처절하게 경험한 조이 제독은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
“어떤 식으로 되어 있든 간에 공산주의자의 약속은 믿지 말고, 공산주의자의 행동만 믿어라. 공산주의자들에게 힘처럼 설득력이 있는 것은 없다. 힘이 결정적인 요소이며, 공산측이 진실로 알아듣는 논리는 오직 힘뿐이다. 필요하다면 노골적이고 엄청난 무력을 사용한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줘라.”
조이 제독의 체험기는 하노이에서 파탄 난 미북 합의가 앞으로 어떤 쪽으로 나가야 할 것인지를 냉정하게 보여주는 이성적 경고다. 앞으로 북핵 폐기와 관련한 협상에서 문재인과 트럼프 대통령은 터너 조이 제독의 체험과 교훈을 제대로 따를 수 있을까?

김용삼 대기자 dragon00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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