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칼날과 같아 가볍게 잡아야 한다...힘주어 잡으면 손을 벤다

복거일 객원 칼럼니스트
복거일 객원 칼럼니스트

[권력은 칼날과 같습니다. 가볍게 잡아야 합니다. 힘주어 잡으면, 손을 벱니다. 위대한 지도자들은 권력은 가볍게 쥐고 대신 덕을 두텁게 해서 자신의 도덕적 권위를 키웠습니다.

대통령 선거에서 ‘적폐 청산’을 공약으로 내걸면, 권력을 가볍게 쥘 수가 없습니다. 저항이 거세니, 칼날을 잡은 손에 힘을 점점 더 주어야 합니다.

권력을 잡은 대통령에게 ‘적폐’의 상징은 전임자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전임자들을 핍박하고 궁극적으로 초라하게 만듭니다. 당장은 보복으로 속이 시원할 터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위험한 일입니다.

“왕은 왕을 죽이지 않는다.” 십자군 전쟁 때 이교도들에게도 너그럽고 신의를 지켜서 기독교권에 ‘살라딘(Saladin)’이란 이름으로 널이 알려진 회교도 현군이 남긴 말입니다. 왕이 죽는 것을 보면, 사람들의 마음에서 왕의 권위가 줄어들어, 결국 칼을 든 왕 자신이 위험해진다는 얘기입니다.]

인공지능의 발전 (상)

인공지능은 합리적으로 계산하고 행동하는 ‘합리적 주체(rational agent)’다. 주체(agent)는 지능과 그것이 깃들 인공물(artifact)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 컴퓨터는 인공지능의 발명에 나선 인류가 선택한 인공물이었다. 자연히, 컴퓨터 인공지능의 지능은 소프트웨어의 형태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컴퓨터의 빠른 발전은 인공지능의 빠른 발전을 가능하게 했다.

현대적 컴퓨터의 발명

컴퓨터의 수학적 모형은 1936년에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Allen Turing)이 제시한 튜링 기계(Turing machine)였다. 이것은 시간과 공간과 자원에서 제약을 받지 않는 추상적 기계였다. 따라서 그것은 계산기(computer)의 모형이라기보다 계산(computation)의 모형이었다. 튜링 기계가 발명되면서, 현대적 컴퓨터의 이론적 바탕이 마련되었다.

현대적인 디지털 전자 컴퓨터(digital electronic computer)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군사적 필요에 따라 주요 참전국들인 영국, 독일 및 미국에서 독립적으로 그리고 거의 동시에 개발되었다. 서글프게도, 인류 문명은 사람들이 서로 싸울 때 가장 빨리 나아간다. 전쟁을 하는 종은 사람과 침팬지뿐이다.

첫 연산 컴퓨터(operational computer)는 독일군의 복잡한 ‘에니그마(Enigma)’ 암호를 해독하려는 목적으로 튜링이 지휘한 영국 팀이 1940년에 만든 전자기계식 컴퓨터였다.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연산 컴퓨터(operational programmable computer)는 독일 발명가 콘라트 추제(Konrad Zuse)가 1941년에 발명했다. 첫 전자 컴퓨터(electronic computer)는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의 존 애터너소프(John V. Atanasoff)와 클리포드 베리(Clifford Berry)가 1940년에서 1942년까지 조립한 ABC였다.

그러나 현대 컴퓨터의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마친 것은 비밀 군사 사업으로 펜실배니어 대학에서 존 모칠리(John W. Mauchly)와 존 에커트(John P. Eckert)가 이끄는 팀이 개발한 ENIAC (Electronic Numerical Integrator and Calculator)이었다.

ENIAC이 가동된 지 3년이 지났을 때, 잡지 ‘포퓰러 미캐닉스(Popular Mechanics)’는 미래의 컴퓨터에 관해 “ENIAC의 계산기는 18,000개의 진공관을 갖추었고 30톤이 나가는데, 미래의 컴퓨터들은 진공관을 1,000개만 갖추고 아마도 1.5톤 정도 나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제 모든 사람들이 일상적 정보처리에 쓰는 휴대전화는 1969년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갖추었던 컴퓨터들보다 정보처리 능력이 월등하다.

슈퍼컴퓨터의 발전

컴퓨터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범용 컴퓨터보다 성능이 월등히 뛰어난 컴퓨터들이 따로 제작되게 되었다. 1964년에 미국 기업 Control Data Corporation(CDC)가 내놓은 CDC6600은 게르마니움 반도체에서 실리콘 반도체로 전환했고 냉동 장치로 열 발생 문제를 해결했다. 아울러, 저장된 정보들이 빨리 검색되어 중앙처리장치가 자료들을 기다리는 시간이 작아지도록 설계를 바꾸었다. 덕분에 당시 가장 성능이 뛰어난 기종보다 10곱절 가량 나았고 ‘슈퍼컴퓨터(supercomputer)’라 불렸다. 이 기종은 대량 생산된 슈퍼컴퓨터의 효시였다.

CDC6600을 설계한 시머 크레이(Seymour Cray)는 1976년에 Cray-1을 내놓아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기종은 특별히 설계된 수학 장치가 많은 자료들을 처리하는 벡터 계산(vector computing) 개념에 바탕을 두었고, 1990년대까지 이런 설계가 슈퍼컴퓨터 분야에서 압도적 지위를 누렸다.

그러나 처리 장치(processor)의 성능이 폭발적으로 향상되자, 상용화된 처리 장치들을 이용한 대량 병렬 처리(massively parallel processing) 방식이 대세가 되었다. 그래서 슈퍼컴퓨터들은 시계 속도(clock speed)를 늘리는 대신 중앙처리장치 핵심(CPU core)의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이런 대량 평행주의(massive parallelism)는 뇌의 중심적 특질과 점근하는 현상이어서, 무척 흥미롭다.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재는 단위는 FLOPS(floating-point operations per second)이다. 현재 가장 빠른 기종은 122.3 PFLOPS(petaflops)의 최고 속도를 지닌 IBM Summit이다. [동양식 표기로는 12.23경(京)이다.] 슈퍼컴퓨터는 원래 미국이 가장 앞섰는데 20세기 말엽에 일본이 큰 발전을 보였고 근년엔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발전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슈퍼컴퓨터는 능력 계산(capability computing)을 지향하며 용량 계산(capacity computing)은 부차적 목표라는 점이다. 즉 슈퍼컴퓨터는 최대한의 계산 능력을 동원해서 최단시간에 단일 거대 문제를 푸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비교적 수월한 문제들을 많이 푸는 용량 계산에 바쳐진 컴퓨터는 그래서 용량이 크더라도 슈퍼컴퓨터로 여겨지지 않는다.

슈퍼컴퓨터는 계산 과학(computational science)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통적으로 암호 해독에서 큰 역할을 했고, 점점 너른 분야들에서 집중적 계산들에 이용된다. 특히 양자 역학, 물리학적 시뮬레이션 (초기 우주의 모형, 항공기와 우주선의 유체역학 모형, 핵분열과 핵융합의 모형), 분자 모형 연구 (화합물, 생물적 거대분자들, 폴리머 및 결정체들의 구조와 특질들), 기상 예보, 기후 연구, 광물 탐사와 같은 일들에서 결정적 공헌을 한다.

복거일 객원 칼럼니스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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