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이사회에서 최태원 회장, SK(주) 이사회 의장직 물러날 듯
임종석 후임으로 거론되던 염재호, SK(주) 이사회 의장에 유력

최태원 SK그룹 회장.(연합뉴스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지주회사인 SK(주)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SK그룹에 따르면 SK(주)가 내달 5일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최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안건을 상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최 회장은 2016년부터 SK(주)의 대표이사 회장직과 이사회 의장직을 겸임하고 있고 임기는 3월 18일까지다. 

SK그룹 관계자는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최 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직만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SK(주)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날 경우,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는 내부 인사보다 외부 인물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부 인사 중에는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염 총장이 내정됐고 사외이사로 영입되면서 이사회 의장직을 맡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면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다고 SK그룹은 설명했고 업계 일각에서도 상당수 글로벌 기업들이 주주 신뢰를 높이기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의 분리운영제를 선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경영진을 대표하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겸임하면 경영진을 감시하는 이사회가 독립적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워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겸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견해도 존재한다. 

삼성전자가 작년 3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안건을 통과시켰고 현재까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언급하면서 대표이사와 이사회의 분리운영제가 대세라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SK(주)의 경우는 차이가 크다.

현재 삼성전자 이사회를 이끌고 있는 이상훈 의장은 삼성전자 출신으로 SK(주)와 같이 외부인사를 의장으로 고려하는 경우와는 다르다.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은 1982년 삼성전자 입사 후 재무관리분야에서 일했던 재무전문가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연합뉴스 제공)

SK(주) 이사회 의장직에 최 회장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이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라는 점에서도 기업의 실무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이사회의 의장으로 경력이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다. 염 총장은 행정학 전공자로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행정부 산하 단체에서 두루 활동했던 인사다.

기획예산처 공기업 경영 점검 및 평가단 위원, 중앙인사위원회 인사정책자문회의 자문위원, 외교통상자원부 정책자문위원회 자문위원, 우정사업운영위원회 위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고 산업 분야에서 쌓은 경력은 많지 않다. 이사회는 기업의 투자 등 각종 판단을 해야하는 의사결정기구다. 

염 총장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후임으로도 물망에 오른 바 있는 인사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임 전 비서실장의 후임으로는 노영민 전 주중대사가 임명됐지만 지난달 초에 다수의 언론에서는 임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염 총장도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업계는 SK그룹이 지주회사인 SK(주)뿐 아니라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에서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 등 SK그룹의 대표 계열사에서 최 회장은 미등기임원이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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