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민간인을 사찰하고 여권 유력 인사의 비리 첩보를 알고도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온 김태우 수사관이 3일 오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문재인 정권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의 전방위적인 민간인・공직자 불법사찰 실태를 폭로한 김태우 검찰 수사관의 여권(與圈) 정치인 고소-고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착수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김 수사관이 지난달 31일 고소한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최민희 민주당 경기도당 남양주시병 지역위원장을 모욕죄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최근 형사 1부(김남우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김 수사관의 폭로 이후, 윤 전 수석은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고 했고, 홍 수석대변인은 “‘꼴뚜기(김 수사관)’가 뛰니 망둥이(신재민 전 기획재정부)도 뛴다”는 등의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 최 위원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미꾸라지도 안 되는 것 같다. 범죄 혐의자고, ‘피래미’에 불과하다”고 한 바 있다.

김 수사관은 고소장을 제출하며 “여권 실세들이 공익제보를 했다는 이유로 내게 무자비한 언어폭력을 가했다. 사과를 하면 용서하겠다고 충분한 시간을 줬음에도 아무런 연락이 없는 것을 보니까 반성의 기미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김 수사관의 모친은 홍 수석대변인의 비난으로 앓아누웠다고도 했다.

검찰은 김 수사관의 고발 건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김 수사관은 모욕죄 관련 고소 이전인 지난달 10일에는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과 이인걸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을 서울동부지검에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이에 청와대는 김 수사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했는데, 이는 수원지검이 맡아 수사하고 있다. 추가로, 서울동부지검은 자유한국당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등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사건, 환경부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김 전 수사관은 오는 12일 오전 10시 수원지검에 소환돼 조사받을 예정이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