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집권세력, 야당 시절 그렇게 "헬조선' 주장하더니 집권後 경제 다 망쳐놓고 '해피조선' 운운하나
김현철, '할일 없는 50~60대' 동남아로 진출하라고 권고...청년들에게도 한국은 '해피조선'이라 강조
경제계에서는 "현 정권, 고용참사 만들어놓고 이런 소리 하나"
정규재 대표 "너희들은 그말을 할 자격 없다...무식한 주제에 아는척 하면서 폼잡는 것은 지금 청와대의 고약한 버릇"
김 보좌관, 파문 커지자 "마음 상하신 모든 분들께 사과"

김현철 신남방특별위원장

 

급진 좌파 성향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고용참사와 실업률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김현철 경제보좌관 겸 신남방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우리나라는 ‘해피조선’이라 강조하며, 50~60대는 할일 없다고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동남아로 가서 일을 하라고 권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 조찬 간담회 강연에서 김 보좌관은 "지금 50~60대는 한국에서 할 일 없다고 산에 가거나 SNS(소셜네트워크)에서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ASEAN), 인도로 가셔야 돼요. 박항서 감독도 (한국에서) 구조조정되고 베트남으로 건너가 인생 이모작 대박을 터뜨리지 않았습니까”라고 발언했다.

그는 이날 인도·아세안 시장 진출 확대를 추진하는 이른바 '신남방(新南方)' 정책 전략에 대해 강연을 했다. 김 보좌관은 "신남방 국가들의 소비시장이 연 평균 15%씩 성장하고 있다"며 '퇴직 인구'인 50~60대의 동남아 진출을 '독려'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보좌관은 젊은이들에게도 충고를 했다. 그는 "젊은이들은 여기(한국) 앉아서 취직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고 하지 마라"며 "신남방 국가를 가면 '해피조선'이다"라고 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태국에 가면 한국어 시험 응시생이 넘쳐나서 교실을 못 구할 정도"라며 "국내 국립대학 국어국문과 취직 못하는 학생들을 왕창 뽑아서 인도네시아 등에 한글 선생님으로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박근혜 정부 당시 ‘헬조선 프레임’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던 현 집권세력이 잘못된 경제 정책으로 경제가 추락하고 있는 지금 ‘해피조선’을 부르짖는 것은 심각한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국 당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는 2015년 말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을 “청년 착취 체제 ‘헬조선’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경제 투톱의 한 축이었던 장하성 전 정책실장도 비슷한 시기 중앙일보에 기고한 ‘헬조선을 헤븐 대한민국으로’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헬조선으로 분노한 2030이여, 이제 행동하자"라고 촉구했다.

당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세계가 대한민국의 성장을 부러워하는데 정작 나라 안에선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유행한다”고 개탄하자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여당 대표의 발언이 경악스럽다"며 "헬조선의 책임은 정치의 실패, 특히 집권 여당(새누리당)의 책임이 크다”고 받아쳤었다.

한편 김 보좌관은 북한과의 '해빙 무드'를 가장 반길 국가들이 신남방이라고도 했다. 그는 "북한하고 미국하고 정상회담 할 때 돈 대줄 테니까 자기 나라에 와서 정상회담 하라는 국가가 싱가포르였다"며 "아세안은 제2차세계대전, 중국과의 전쟁을 통해서 강대국의 위협을 가장 잘 아는 국가들이라서 평화를 원한다"고 했다.

김 보좌관의 발언에 대해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물론 (한국이 헬조선이 아니라는) 김현철의 말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김현철에게는 '네가, 그리고 너희들이 그 말을 하면 안되지'라고 말해줄 수 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바보들에게 주술처럼 헬 조선론을 떠들면서 정권을 잡았던 너희들이기에, 그리고 자유무역과 해외투자와 자유시장을 반대하면서 국수주의로, 그리고 우물안 개구리 식으로 정권을 잡은 너희들이기에 '너희들은 그말을 할 자격이 없다'는 말을 들려주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또 "무식한 주제에 아는척 하면서 폼잡는 것은 지금 청와대의 고약한 버릇이기도 하다"며 "선동을 잘 해 어쩌다 권력을 잡은 아이들의 아무말 대잔치를, 오로지 국민된 죄로 듣고 있어야 하는 것도 죽을 맛"이라고 밝혔다.

김 보좌관은 자신의 발언을 둘러싼 파문이 커지자 이날 오후 "저의 발언으로 마음이 상하신 모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리다"고 밝혔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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