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에 빠진 北…진짜 개혁·개방 되면 독재정권의 권력유지는 어려워진다
'70년 공산주의 실험' 실패 후 존속한 北, 외부정보 차단과 폭압정치 강화때문
北 정권은 유지했으나 2500만 주민 노예상태…개혁개방보다 세습권력 집착
장마당 확산이 가장 큰 내부변화, 생필품 공급능력 상실한 정권 마지못해 묵인
김대중式 햇볕정책은 '전쟁보다 평화' 이상한 이분법으로 對北 대량지원 정당화
北 개혁개방 없는 대량지원, 세습독재권력 연장·평화 파괴활동 길 열어주는 것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

고르바초프는 공산주의의 한계를 깨닫고 1985년 개혁·개방 정책을 선언하였다. 그 결과 주변부의 동유럽 공산국가들이 1989년 도미노처럼 무너졌고, 소연방도 1991년 12월 해체되었다. 공산주의의 70년 실험이 실패로 끝난 것이다.

종주국 소련이 무너졌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의 김씨 세습정권이 아직까지 지탱해온 것은 기적이라 할 수 있다. 동유럽 공산권의 몰락과정을 숨죽이면서 분석한 김일성과 김정일이 외부정보를 철저하게 차단하고 폭압정치를 강화하는 대응책을 썼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권은 그렇게 해서 유지되었으나, 주민의 고통은 오히려 가중되었다. 2500만 주민들을 노예상태로 몰아넣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박탈하는 포악한 독재를 자행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민주적 선거는 아예 없다. 주민들은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자유도 없고, 마음대로 이동할 자유도 없다. 정치범 수용소에 10만명 이상의 무고한 주민들을 감금, 고문, 학대하고 수시로 공개처형을 집행하여 숨도 제대로 못 쉬게 한다. 당연히 경제는 침체상태에 빠졌고 주민들은 만성적 기아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많은 청소년들이 심각한 발육장애를 겪는다.

난국을 벗어날 유일한 길은 중국이나 베트남 식의 개혁·개방이다. 그들은 정치적으로는 공산당 1당 체제를 유지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를 도입하였다. 중국은 1978년 중국공산당 11기3중전회에서 덩샤오핑의 주도로 개혁·개방정책을 채택한 결과 연간 10퍼센트 가까운 고도성장을 달성하였다. 2010년에는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 되었고, 개인소득은 연 8000달러를 넘어섰다. 1975년 통일을 달성한 베트남은 공산주의 생산방식을 고수하다가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졌다. 농업국이 식량 부족을 겪는 실패였다. 1986년 응우옌반린 총서기의 주도로 공산당 제6차대회에서 개혁·개방의 신경제정책을 채택하였다. 그 후 연 6%대의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한국의 기업들도 달려가 베트남 경제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 모두 개혁·개방으로 중앙통제 경제를 시장경제로 대체하고, 동시에 과감하게 대외개방을 한 것이다.

그러한 개혁·개방을 북한정권은 왜 못하는가? 세습정권의 유지와 정면충돌하기 때문이다. 2001년 김정일이 상하이를 방문해 “상전벽해가 되었다”고 하였고, 그에 앞서 1984년 김일성이 광둥성 선전을 방문해서도 똑같은 말을 했다. 끝내 개혁·개방 결단을 내리지 못했고, 절대 권력을 김정일과 김정은에게 세습시켰다.

김정일이 후계자로 공식화된 시기인 1974년 7월14일 선포한 ‘당의 유일사상체계 10대원칙’은 김일성 일가의 절대 권력을 신격화하였다. 그 절대 권력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개혁·개방을 못하는 것이다. 개혁·개방보다는 절대 권력의 유지가 훨씬 중요하다.

중국의 덩샤오핑 지도자나 베트남의 공산당 총서기가 아들이나 손자에게 절대 권력을 세습시키지 않았다. 집단지도체제에 의해 선정된 후계자에게 권력을 넘겼다. 북한의 오도 가도 못하는 비참한 현실은 정책실패와 민생파탄의 책임자가 계속 절대 권력을 독점하는데서 일어나는 비극이다.

한국사회에서도 북한정권에 동정하는 인사들은 북한 정권이 개혁개방을 할 거라는 기대를 접지 않는다. 특히 김정은이 어렸을 때 스위스 유학도 하였기 때문에 개혁·개방으로 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그 길로 들어섰다고 우기는 사람도 있다. 아무리 폐쇄적 독재국가라도 조금씩의 변화는 일어난다.

가장 큰 변화는 400개를 넘는 장마당의 확산이다. 북한주민의 7,8할이 이곳에서 생활필수품을 구입한다. 문제는 이것이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정권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주민들에게 생필품 공급능력이 없는 정권이 주민들 간의 상거래를 마지못해 묵인하는 것이다. 북한정권은 기회와 능력이 있는 한 개혁·개방의 틈을 막으려 한다. 남한에서 대량의 대북지원을 할 때 정권이 힘을 회복하자 장마당 이용시간을 대폭 줄이는 조치를 취했다. 진짜 개혁·개방이 되면 독재정권의 권력유지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딜레마에 빠진 북한의 세습독재정권은 정권 유지를 위해 비상식적인 일탈을 서슴치 않는다. 국제사회에서 용납되지 않는 불법행위와 테러 행위도 예사로 저지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핵·미사일과 같은 대량살상무기 개발이다. 온갖 속임수를 써가면서 추진해왔다.

햇볕정책 기간 막대한 대북지원은 결과적으로 북한정권의 수명만 연장시키고 일탈행위를 조장한 셈이다. 북한주민은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고 황장엽 선생은 곧 망하게 된 북한정권이 김대중의 햇볕정책으로 되살아났다고 탄식하였다. 북한주민들을 위해 보낸 식량을 군대와 당 간부들이 우선적으로 소비하여 기운을 회복해가지고 주민통제를 강화하여 정권을 유지하게 만들었다.

실은 그 때, 북한정권에게 개혁·개방을 강하게 요구하여 북한사회가 변했더라면, 지금의 북핵이나 미사일과 같은 무력을 키우지 못했을 것이다. 북한정권은 수시로 도발과 협박으로 긴장을 조성하면서 날강도처럼 외부지원을 뜯어내려 했다. 한국정부도 햇볕정책 당시 북한을 지원하면서도 오히려 북한에 질질 끌려 다니곤 했다. '전쟁보다 평화가 낫다'는 이상한 이분법으로 위협론을 강조하면서 북한정권에 대한 대량지원을 정당화하였다.

지금 다시 김정은 정권은 유엔안보리의 강력한 제재 때문에 제2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때야말로 김정은에게 개혁·개방을 촉구해야 한다. 북한정권의 선의만을 기대하여 다시금 햇볕정책으로 돌아간다면 새로운 위기를 초래하는 지름길이다. 북한의 개혁·개방 없이는 남북철도연결을 비롯한 사회간접 인프라 건설 지원 등 어떠한 것도 우리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북한 주민들의 민생에는 도움을 주지 않고, 독재세습권력의 수명만 연장해주는 것이다. 나아가 그들이 평화 파괴활동을 계속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원장·前 통일원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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