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김정은, 시진핑과 평화협정 추진 논의 가능"
북중 정상회담 이어 만찬, 생일잔치 이어질 전망
35번째 생일날(8일) 리설주와 함께 특별열차로 중국 도착
김영철·리수용·박태성·리용호·노광철 수행
2차 美北정상회담 앞두고 시진핑과 전략 논의할 듯...北中동맹 과시도

김정은이 리설주와 함께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 7일 오후 평양을 떠났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면에 보도했다. 김정은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을 받았으며 이달 10일까지 중국에 머물 예정이라고 신문은 전했다(연합뉴스)
김정은이 리설주와 함께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 7일 오후 평양을 떠났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면에 보도했다. 김정은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을 받았으며 이달 10일까지 중국에 머물 예정이라고 신문은 전했다(연합뉴스)

중국을 방문 중인 김정은이 8일 오후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회담을 가졌다. 김정은의 이번 방중은 올해 첫 외교행보이자, 작년의 세 차례 방중에 이은 네 번째 중국 방문이다. 2차 미북정상회담 개최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북한의 혈맹인 중국과 회담 전략을 논의하고 북중동맹을 과시하기 위한 행보란 지적이다. 

8일 오전 특별열차 편으로 베이징역에 도착한 김정은은 이날 오후 4시 30분께(현지시간) 인민대회당에 도착해 시진핑 주석과 1시간 정도 회담했다. 이후 이날 오후 6시께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가 인민대회당에 도착했다. 김정은 부부는 시진핑 부부가 주최한 환영 만찬 겸 생일 축하 연회에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국정원은 김정은이 이번 방중 기간에 시진핑과 평화협정 추진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합의가 진전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시 주석과 중국까지 참여하는 평화협정 추진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김정은은 2차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제재 완화나 비핵화 문제 등에 대해서도 시진핑과 협의할 것으로 국정원은 전망했다. 정보당국은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중국의 북한인 후견인 역할을 재확인하고, 양국 간 우호 관계를 강화해 체제 안전 보장을 더 확고히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정원은 또 김정은이 방중 기간 중 중국의 발전된 산업시설을 참관하고 톈진 지역을 중심으로 개혁개방 현장을 답사할 것으로 분석했다. 김정은은 중국의 전력 시설이나 관광과 건설 분야 인프라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7일 김정은은 부인 리설주, 여동생 김여정, 대남 및 외교 정책 책임자인 김영철,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과 박태성 과학기술·교육 담당 부위원장, 노광철 인민무력상 등과 특별열차로 평양을 떠나 8일 오전 10시 55분(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역에 도착했다. 베이징역에는 중국 공산당 서열 5위인 왕후닝 정치국 상무위원급이 직접 마중을 나왔다. 작년 3월 1차 방중 때도 베이징역에서 왕 상무위원이 김정은을 맞이했다.

김정은이 지난 7일부터 4차 방중에 나선 가운데 8일 김정은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동한 중국 인민대회당으로 북한 방문단 차량이 줄을 지어 들어가고 있다(연합뉴스).
김정은이 지난 7일부터 4차 방중에 나선 가운데 8일 김정은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동한 중국 인민대회당으로 북한 방문단 차량이 줄을 지어 들어가고 있다(연합뉴스).

김정은 일행이 탄 차량은 수십 대의 사이드카의 호위를 받으며 오전 11시 16분께 중국의 국빈숙소인 베이징 댜오위타이(조어대)로 향했다. 김정은 일행이 이날 오후 4시 30분께 인민대회당에 도착해 공식 방중 행사에 돌입했다. 김정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4차 정상회담을 가진 후 부부동반 생일 축하 겸 환영 만찬을 하고 공연을 관람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의 관영 선전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조선중앙방송, 중국중앙(CC)TV 등은 8일 김정은의 방중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김정은의 이번 방중은 시진핑 중국 주석의 초청에 의한 것이다. 김정은은 미북 정상회담 등 중요한 국면 변화가 있을 때마다 중국을 방문했다. 특히 김정은은 6.12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을 전후한 지난해 5월 7~8일, 6월 19~20일 방중해 시 주석과 2, 3차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정은은 2차 미북회담에 앞서 시진핑과 회담 전략을 논의하고 북중 동맹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이시며 중화인민공화국 주석이신 습근평(시진핑) 동지의 초청에 의하여 2019년 1월 7일부터 10일까지 중화인민공화국을 방문하시게 됩니다"라고 김정은의 방중 사실을 전했다. 우리 정부는 김정은의 방중 여부에 대해 사전 통보를 받았는지는 확실치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밤까지도 국내 언론에 “북한 열차 행선지가 베이징일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김정은의 중국 방문 가능성이 있는 만큼 관련 기관과 움직임을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사진은 중앙TV가 공개한 김정은의 출발 영상으로,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붉은색 원)이 동행한 사실이 확인됐다(연합뉴스).
사진은 중앙TV가 공개한 김정은의 출발 영상으로,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붉은색 원)이 동행한 사실이 확인됐다(연합뉴스).

선중앙방송은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 중화인민공화국을 방문하시기 위하여 리설주 여사와 함께 1월 7일 오후 평양을 출발하셨다"며 "김영철 동지, 리수용, 박태성, 리용호, 노광철 동지를 비롯한 당과 정부 무력기관의 간부들과 함께 떠났다"고 전했다. 김정은의 방중 수행원들은 현재 미북관계와 핵협상을 주도하는 인물들로 구성돼 김정은과 시진핑이 이번 회담에서 중국과 한반도 정세에 대해 포괄적인 논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방송은 "최고 영도자 동지를 역에서 당과 정부 무력기관의 간부들이 뜨겁게 환송했다"고 밝혀 김정은이 열차 편으로 중국을 방문했음을 확인했다. 김정은은 작년 3월 첫 중국 방문 때도 전용열차를 이용했다. 김정은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발 열차는 앞서 7일 밤 북중 접경 지역인 단둥역을 통과해 중국 베이징을 향해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차가 지나가기 전 단둥역 앞에는 중국 공안 차량 수십 대가 배치돼 도로가 통제되고 삼엄한 경비가 펼쳐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열차는 선양역에 도착해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등 중국 측의 환영을 받고 곧바로 베이징으로 향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북한과 2차 정상회담 개최 장소를 협상하고 있으며, 조만간 장소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미북 양측의 교착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다소 뜻밖으로 받아들여졌다. 

김정은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미북정상회담에 대한 바람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을 만날 것'이라며 적극 호응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북한은 더 이상 핵을 개발하거나 실험하거나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김정은이 '새로운 길'을 언급한 지 이틀 뒤인 3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서 진정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조건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한 폼페이오 장관은 "앞으로 짧은 기간 안에 두 정상이 다시 만날 기회를 가질 것으로 확신한다"며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서 진정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조건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북한과 "매우 좋은 대화를 진행 중"이라며 "매우 잘 하고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북 짧은 기간 안에 의제 조율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으며 특히 '진정한 진전'을 이룰 조건에 합의에 이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았다.  

다만 일각에선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처럼 시기와 장소를 먼저 발표하고 이후 의제를 조율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북 정상 간 담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방식의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생각한다면 회담은 1월이나 2월 중에 개최도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외교부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항구적 평화정착 기여 기대"

외교부는 8일 김정은 방중과 관련해 "정부는 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 간 회동 등 중북 간 고위급 교류가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정부로서는 남북, 북중, 북미 간 교류와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상호 선순환해 추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경주해 나가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정은의 방중에 대해 사전 통보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한중 양국 정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공유하면서 협조를 계속해오고 있으며 남북, 북중 간 교류를 포함한 관련 사항에 대해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 중"이라고 했다. 

나경원 "김정은, 핵보유국으로 중국 후원 받으로 간 것" VS. 홍영표 "김정은 답방, 국회방문 환영 결의안 추진 요청"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8일 김정은의 중국 방문에 대해 "겉으로는 비핵화를 외치지만 결국은 핵보유국으로서 중국의 후원을 받으러 간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은 중국에 든든한 후원자가 돼 달라는 요청을 하러 간 것이고 이러한 행보는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한미동맹을 약화함으로써 그들이 외치는 조선반도 비핵화를 꾀하기 위한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그런데도 우리 정부가 실질적인 북한 비핵화는 외면하고 김정은의 한국 방문만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그들이 주장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로 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국회 차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과 국회 방문을 환영하는 결의안을 함께 추진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민족사적인 대전환기에 국회가 평화를 앞당기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 등 주변국을 상대로 초당적인 의회 외교에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며 "여야 구분 없는 초당적 협력을 간국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의 중국 방문에 대해선 "4차 방중을 통해 조만간 있을 북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새로운 모멘텀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美 언론 "김정은, 2차 미북정상회담 앞두고 시진핑과 전략 논의하고 북중동맹 과시할 듯"

미국 언론들은 김정은의 이번 방중이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점에 주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은 북한의 주요 후원자"라며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에 관해 미국에 혼합된 신호들을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김정은의 이번 방중은 북한이 정체된 비핵화 대화에 대해 미국에 좌절감을 표현한 직후에 이뤄졌다"며 "북한은 중국의 경제적 외교적 원조에 의존하지만 중국이 원조를 통해 북한을 조종하는 것에는 분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의 입장에서는 김정은의 이번 방중이 미국과 중국이 한창 무역분쟁 중인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7일 미국과 중국은 첫째 면대면 실무협상을 수 개월만에 열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은 이날 미 해군 미사일 구축함을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대만 등이 영유권 분쟁 중인 파라셀 군도 보내 중국의 반발을 샀다.

이와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은 7일 중국이 무역과 북한 비핵화 문제를 분리해서 다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미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해결되기 전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중국은 그것(무역분쟁과 북핵 문제)이 별개의 사안임을 매우 분명히 해왔다"고 대답했다. 이어 "중국의 행동 또한 그런 사실을 보여주며 미국은 이 점에 대해 중국에 감사한다. 중국은 북한의 핵 역량이 전 세계에 가하는 위험을 줄이려는 미국의 노력에 매우 좋은 파트너가 돼 왔으며 중국이 계속 그렇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김정은의 방중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또다른 회담을 준비하는는 과정에서 시진핑 주석의 조언을 구하거나 북중 간 동맹을 과시하겠다는 신호일 것"이라며 김정은이 지난해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전후 중국을 방문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어 "지난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새로운 미북관계 수립에 합의했지만 곧이어 실무회담은 중단됐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엄청난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향후 사찰에 대비해 북한에 정확한 보유 핵무기의 숫자와 핵무기 프로그램의 구체적 내용을 신고하는 등 중요한 비핵화 단계를 취할 것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미국이 먼저 제재를 완화함으로써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설명이었다.  

AP통신은 김정은의 방중 시점에 주목했다. AP 통신은 "이번 방중 보도는 북미 관료들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를 논의하기 위해 베트남에서 만난 것으로 전해지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8일이 김정은의 생일이라는 점을 언급한 뒤 "김정은은 지난해 일련의 정상회담들을 시 주석과의 회담으로 시작했다. 중국은 북한의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이자 워싱턴의 압박에 대한 핵심적 완충장치"라며 "김 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전에 시 주석을 만나 입장을 조율하기를 희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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