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중국 정조준...대미 흑자 3배인 일본은 빠져
산업계-정부 충격...정부 긴급 대책 논의
김현종 통합교섭본부장 "WTO 제소하면 우리가 이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 실현을 위해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할 것을 지시했다. 미국정부는 22일 (현지시간) 미국의 산업과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하겠다고 발표했다. 관세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한국산 세탁기를 정조준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에 대해 비판적이면서도 작년에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은 중국이 북한의 핵 개발을 막는데 협조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을 결정한 데 대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관련 업계는 23일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정부 또한 당초 내달 초쯤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했던 것에 반해 발표 시점이 빠르고 관세 부과 수위도 높아진 것으로 파악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이에 따라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해 대책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결정을 하기 닷새 전인 지난 17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한때 좋은 일자리를 창출했던 우리 산업을 파괴하며 세탁기를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고 말해 세이프 가드 발동을 시사했다.

미국정부는 물량이 120만대를 초과하는 세탁기에 무려 50%의 고율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면서 "이후에 정부와 함께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의 대수는 연간 약 300만대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어 이번 고율 관세 부과가 상당한 피해를 불러올 전망이다.

특히 당초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근거로 LG전자가 한국 창원 공장에서 생산하는 세탁기를 세이프가드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미국 정부는 최종적으로 이마저도 포함시켰다.

창원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세탁기는 LG전자의 대미 수출 물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 대해 삼성·LG전자는 각각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와 테네시주에 현지 가전 공장을 계획보다 빨리 가동하기로 했으나 '풀가동'까지는 시일이 걸리는데다 이곳에서 연간 수출물량을 모두 커버하기는 어렵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현지 시장에서 일정 부분 경쟁력이 훼손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큐셀 등 태양광 업계의 피해도 막대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 없이 수출하던 태양광 제품에 최대 30%의 관세가 붙으면 가격 경쟁력 저하로 최악의 경우 미국 수출량이 최대 3분의 1가량 줄어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부당한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23일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민관대책회의에서  "과거 WTO 상소기구 재판관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번에 제소할 경우 승소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2013년 세탁기 반덤핑 관세, 2014년 유정용 강관 반덤핑 관세 등 미국의 과도한 조치를 제소해서 여러 번 승소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승소를 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경우 우리 기업에 피해가 누적되고, 미국이 판정 결과를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WTO가 미국 우선주의를 방해한다며 WTO의 권위를 부정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한편 일본은 대미 무역 흑자가 한국의 3배인데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보복을 당하지 않고 있어 의문이 제기 되고 있다. 일본이 중국 견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과, 아베 신조 총리의 한 발 앞선 통상 외교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