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고위인사 비위묵살-무차별 사찰-公기관 블랙리스트 특감반 폭로정국속 불편한 침묵
野정치인 문재인, 이명박 정부시절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민간인 사찰논란에 "탄핵감" 단언
'블랙리스트 의심' 고은 "구역질나는 朴정부"에 "다시는 그런일 없게 하겠다"며 장단 맞추기도

문재인 정권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을 둘러싸고 ▲여권 고위인사 비위감찰 묵살 ▲월권적인 민관(民官) 무차별 사찰에 이어 ▲환경부 등 정부 산하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이행 의혹에까지 직면하고 있다. 일련의 의혹에 청와대는 특감반 보고라인과 대변인 등 참모진의 '물증 없는' 해명으로 일관하고 말 바꾸기 논란까지 자초하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만큼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전직 특감반원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폭로전(戰)을 이어갈수록 청와대 '윗선' 책임론이 집중되자, 27일 문 대통령은 특감반 총책인 조국 민정수석에게 오는 31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라는 지시를 내렸을 뿐이다. 야권의 운영위 출석 요구를 청와대 윗선의 비리·탈법 의혹 소명책임이 아니고 일명 '김용균법' 입법 거래대상으로 삼는 논리를 대며 받아들였다.

환경부는 청와대 특감반에 사실상 8개 산하기관 임직원 사퇴압박용 문건은 물론,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10년보다도 더 전에 부처에서 퇴직한 현 야권 인사들의 출마 동향을 사찰한 문건까지 작성해 전달한 것으로 드러나 블랙리스트에 선거개입 의혹까지 받고 있다.

그러나 28일까지도 관련 현안에 문 대통령은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집권 이후 ▲비위행위자 고위공직 배제 인사원칙 파기 ▲'캠코더(선거캠프·좌파코드·더불어민주당)'로 불리는 광범위한 코드인사 ▲유튜브·SNS 표현의 자유 규제시도 등 언론자유 침해 면에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과거 '야당 정치인 문재인'의 발언이 '대통령 문재인'을 도마 위에 올린다는 지적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7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 "문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무총리실 산하에서 일어난 사찰을 보고 '국기문란 행위로 탄핵이 가능한 사안'이라고 했는데, 이번 사안은 탄핵감이 아닌지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번 사안은 총리실이 아닌 청와대에서 일어난 걸 보면 더 중하다"고 전제한 뒤 "민간인 사찰 증거가 나오더니, 이제 공무원들(외교부 등) 사찰한 게 나오기 시작했다. 26일에는 환경부가 작성한 블랙리스트까지 발견됐다"며 "문 대통령이 그때(야당 정치인 때)와 지금 입장이 똑같은지 묻고 싶다"고 추궁했다.

사진=오마이뉴스 보도 일부 캡처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제19대 총선을 앞둔 4월4일, 민주통합당 부산 사상구 국회의원 후보 자격으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을 두고 "우선 지금 드러난 사실만 갖고도 다수 민간인에 대한 불법사찰을 한 것이고, 국가의 기본을 무너뜨리는 범죄행위"라고 단언한 바 있다.

그는 이어 "개인에 의해 우발적으로 벌어진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가 정부 안에 범죄조직을 운영한 셈"이라며 "그것이 드러나니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해 증거를 인멸하고 검찰이 축소수사하도록 하고 돈으로 입막음까지 한 사건"이라고 미확인 주장까지 덧붙였다.

아울러 "현재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실제 지시를 하고 보고받고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면 그땐 법적인 책임도 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탄핵도 가능한 사안으로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그렇다"고 했다.

당시 서울대 교수 신분이던 조국 수석은 트위터에 "공직과 공무와 관련이 없는 민간인을 사찰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불법"이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 청와대는 김 수사관을 "한마리 미꾸라지"로, 그가 폭로한 불법사찰 정황들을 "불순물"로 치부하며 이중잣대를 발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환경부가 문건 작성 사실을 직접 시인한 블랙리스트 논란에도 줄곧 입을 닫고 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있던 2016년 12월28일,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계기로 자신의 트위터에 "(시인) 고은 선생님, 그리고 수많은 문화예술인들께 미안합니다"라고 적었다. 더불어민주당 전직 대표로서 야인(野人)임에도 박근혜 정부를 향해 제기됐던 의혹을 '대신 사과'하는 형태로 관심을 모았던 것이다.

고은이 '자신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전제 아래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영광이다.우리 정부가 얼마나 구역질나는 정부인가 알 수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 데 따른 대응이었다. 이 인터뷰에 앞서서 일부 언론은 그동안의 세월호 관련 시국선언, 문재인·박원순 등 민주당 측 인사 지지선언에 나섰던 문화예술계 인사 약 1만명이 전부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주장했는데, 물증이 상세히 공개되지는 않았다.

사진=SBS 보도화면 캡처
사진=SBS 보도화면 캡처
사진=문재인 대통령 트위터 캡처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때 "가장 아름다운 복수는, 우리가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에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문 대통령의 과거 발언대로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특감반을 이용해 집권 직후부터 ▲공직자들을 상대로 직무·비위와 거리가 먼 '언론 취재원 색출' 등 목적으로 강압수사에 가까운 감찰을 벌였고 ▲언론·기업·대학교수 등 민간을 대상으로 한 특감반 첩보보고서가 만들어져 상부에 보고됐으며 ▲정부부처가 공공기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집행했다는 의혹 폭로와 물증 공개가 줄을 잇고 있다.

일련의 정황은 문 대통령이 집권 중 국가정보원 및 국군기무사령부, 사정(司政)당국 권력기관 대공수사·국내첩보 기능 무력화로 반(反)사찰 이미지를 쌓아올린 것과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전 정부를 겨냥해서는 "정부 안에 범죄조직을 운영"하고 있다고 쏘아붙이던 그가 김 수사관의 폭로에는 잠잠하다. '침묵이 곧 내로남불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미투 폭로에 직면했던 제기된 시인 고은, 연극연출가 이윤택, 오태석(사진=연합뉴스)

한편 고은을 비롯한 친문(親文)성향 문화예술인들은 해당 분야 여성 인사들로부터 성폭행 피해 폭로(일명 '미투')에 줄줄이 직면했고, 현 정권에선 블랙리스트의 반대 격인 '화이트리스트' 인사로 대우받았다는 정황까지 제기됐다.

지난 2월 곽상도 한국당 의원이 문체부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 성추문 문화예술인사들에 대한 정부지원 내역'에 따르면 친문·좌파성향 문화예술인 중 이윤택은 6차례에 걸쳐 총 4억4600만원, 오태석은 총 7차례에 걸쳐 4억87만원, 고은은 2차례에 걸쳐 2100만원과 7개 작품에 대한 출판·번역을 지원받은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자료 공개 당시 곽상도 의원은 "진보인사를 자처해온 문화계 권력자들의 추악한 뒷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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