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靑대변인 "檢 조사했으나 2015년 불입건 처리" 주장했지만 조사 자체가 없었다
조모 변호사, 건설업자 장모씨에 사기혐의 피소件 종결되자 '우윤근 1000만원' 진정서 내
진정서 받아든 檢, "수사 원하면 정식 고소하라"…고소장 안 날아오자 불입건
檢 조사없이 靑이 자의적 판단…우윤근도 "檢에서 불러 다 조사했다" 사실과 다른 해명
김태우 수사관 명예훼손 고발한다던 우윤근, 17일 모자 푹 눌러쓴 채 러시아行

우윤근 주(駐)러시아 대사의 '1000만원 수수 의혹'에 대해 문재인 정권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 당시 검찰이 조사했지만 불입건 처리됐다'는 논리로 "허위 주장"이라고 치부했지만, 검찰은 정작 '고소장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사조차 하지 않고 종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반(反)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이었으나 정권 핵심부가 '비위행위자'로 지목, 축출한 김태우 수사관이 지난해 작성한 '첩보보고서'에 대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반응이 논란이 발단이다.

보고서 내용은 '우윤근 대사가 2009년 건설업자 장모씨로부터 조카 취업 청탁과 함께 1000만원을 받았다가 2016년 돌려줬다'는 것이었다. 우 대사가 아무런 조치도 받지 않고 얼마 뒤 대사로 임명됐다는 게 김태우 수사관 주장이다.

(왼쪽부터) 노영민 주중대사와 우윤근 주러대사, 조윤제 주미대사가 지난 12월1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8 재외 공관장 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 16일 "(우 대사 관련 의혹을) 검찰이 조사했으나 불입건 처리했다"고 했다. 그는 "2017년 8월 청와대 민정이 김 수사관의 첩보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할 때는 검찰 수사 결과가 중요한 판단 근거였다"면서 당시 나온 기사 링크를 첨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대변인이 제시한 기사엔 검찰이 당시 국회의원이던 우 대사 금품 수수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는 내용이 있으나, 처분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검찰이 결국 우 대사에 대해 불입건 처리했으니 의혹은 사실무근이며, 지난해 8월 우 대사 관련 비리 첩보 처리에 문제가 없다'는 게 청와대의 논리다.

검찰에 따르면 장씨는 2014년 조모 변호사에게 수십억원 사기를 당했다면서 고소장을 냈다. 고소장엔 우 대사 관련 부분은 없었다고 한다. 장씨는 검찰에 나와 고소인 조사를 받으면서도 우 대사 관련 의혹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장씨는 2015년 3월말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가 자신의 고소 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당일, 중앙지검 민원실에 진정서를 냈다. '2009년에 조 변호사 소개로 우 대사에게 조카의 취업청탁과 함께 1000만원을 건넸다'는 취지였다. 검찰에 따르면 장씨는 그 진정서에 처음으로 우 대사(당시 국회의원)의 1000만원 수수 의혹을 언급했다. 

이후 진정서를 받은 수사 검사는 장씨에게 전화해 "본(本)사건(사기 혐의)에 대해 이미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진정서 안의 내용은 새로운 사건이기 때문에 수사를 원하면 정식으로 고소하라"고 한 뒤 진정서를 사기 사건 수사 기록에 첨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장씨는 정작 고소장을 내지 않아 사기 혐의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장씨가 조 변호사에 대한 검찰 처분에 대해선 항고와 재정신청 등 불복 절차를 밟았지만 우 대사 관련 부분에 대해선 고소장을 다시 내지 않아 정식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은 유력 정치인의 금품수수 의혹을 인지하고도 수사를 전개하지 않은 셈이다. 이에 따라 우 대사는 절차상 문제로 입건조차 하지 않았고, 1000만원 수수 의혹도 검찰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묻혔다는 것이다.

모자를 푹 눌러쓴 우윤근 주러시아대사가 12월17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출국수속을 밟고 있다. 우 대사는 지난주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서울에 왔었다. 우윤근 대사는 자신의 비리 의혹을 언급한 '첩보보고서'를 언론사에 제보한 전 청와대 특감반원 김태우 수사관을 명예훼손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라고 했다.(사진=연합뉴스)
모자를 푹 눌러쓴 우윤근 주러시아대사가 12월17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출국수속을 밟고 있다. 우 대사는 지난주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서울에 왔었다. 우윤근 대사는 자신의 비리 의혹을 언급한 '첩보보고서'를 언론사에 제보한 전 청와대 특감반원 김태우 수사관을 명예훼손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라고 했다.(사진=연합뉴스)

이 때문에 청와대가 김 수사관의 첩보 내용을 사실 확인 없이 뭉갠 뒤 뒤늦게 문제가 발생하자 언론에 졸속 해명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조선일보에 "검찰이 조사도 하지 않은 의혹을 청와대가 어떻게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의문" 이라고 했다. 

우 대사 관련 수사 불입건 경위를 직접 보도한 한국일보는 "검찰이 두차례나 본보 보도내용 등을 통해 사실확인이 충분히 가능한 사안임에도 부실한 확인작업 내지 의도된 거짓 해명으로 사안을 호도한 셈"이라며 "청와대가 오만해진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한 "우 대사 역시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가 야당 원내대표로 있던 시절 검찰에서 다 불러서 조사하고, 나는 부를 필요도 없다며 종결한 사안'이라며 검찰 입장과 다른 해명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 수사관 폭로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사실관계 확인 없이 대응을 한 셈"이라는 말이 나왔다.

한편 우 대사는 17일 오전 10시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출국하는 모습이 취재진에 의해 포착됐다. 지난 9일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귀국했었다가, 17일 오후 1시쯤 이륙하는 러시아 모스크바행 항공편을 이용하기 위해 나타났다.

우 대사는 입국 기간 김 수사관의 '첩보보고서' 폭로로 제기된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 수사관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방침이라고 한 바 있다. 출국 당일 인천공항에는 우 대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취재진이 대기 중이었으나, 그는 별도의 발언 없이 조용히 출국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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