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철 反부패비서관보다 '윗선'은 조국 민정수석, 임종석 비서실장, 문재인 대통령 해당
'민간인' 된 前정권 관계자들에 특감반 직무범위 밖 불법 감찰…김태우 수사관 폭로
고건 前총리 아들, 변양균 前정책실장, 진대제 前정통부 장관, 변양호 前재경부 국장 등
"일부 특감반원 개인적 일탈로 민간인 동향 파악" 靑 최초 해명과 달라
일각에선 법무부 주도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前 '우리 편 챙기기' 의혹도
反부패비서관 박형철, 文정권 보은한 윤석열 '국정원 댓글' 수사팀 출신

문재인 정권 청와대가 문 대통령이 비서실장과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일했던 노무현 정권 고위 인사들의 '가상화폐' 보유 정보를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대상이 된 사람들은 현재 민간인 신분이어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조사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특감반의 조사는 불법 논란 소지가 크다.

특히 청와대 특감반을 관할하는 민정수석 산하 박형철 반(反)부패비서관은 이같은 지시를 내리면서 '윗선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박형철 비서관에게 지시를 내린 '윗선'이 누구인지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또 이같은 지시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법무부 주도의 비트가상화폐 거래소 폐지설로 관련 시장에 혼란이 확산될 동안 하달된 것이어서, 일각에선 '친노(親노무현) 인사 챙기기' 목적의 조사행위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사진=연합뉴스)

조선일보는 18일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이 지난해 말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의 지시에 따라 민간인인 전직 고위 공직자들의 가상화폐 보유 정보를 수집해 민정수석실에 보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박형철 비서관은 당시 '윗선' 지침에 따라 이 같은 지시를 내린다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서관보다 윗선이라면 직속 상사인 조국 민정수석, 조 수석의 상사인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문재인 대통령 등이 해당된다.

조선일보는 "'일부 특감반원이 개인적 일탈 행위로 민간인 동향 파악을 했다'는 청와대의 해명과 다르다"며 "'민간 사찰은 없다'고 했던 현 정부에서 민정수석실 차원의 지시에 따라 민간인 정보 수집이 진행됐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핵심부가 '비위행위자'로 지목하고 특감반에서 축출한 뒤 검찰에서 감찰 조사까지 받게 된 전(前) 특감반원 김태우 수사관은 17일 조선일보에 "작년 말 비트코인 등 가상 화폐 거래소 폐지 여부를 두고 국민 여론이 들끓었을 때 박 비서관의 지시를 받고 참여정부(노무현 정권 지칭) 인사들의 가상 화폐 소유 여부를 조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태우 수사관은 이 지시에 따라 고건 전(前) 국무총리 아들 고진씨, 변양균 전 정책실장,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등 노무현 정부 고위 공직자나 그 가족의 가상 화폐 투자 동향 정보를 수집해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감반의 첩보 수집 당시 민간인 신분이었다.

김 수사관은 "'(민정의) 윗선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박 비서관의 전언도 있었다"고 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가, 가상 화폐 가격이 폭락하고 투자자들이 반발하자 청와대가 나서서 번복하며 원안이 결국 보류된 바 있다.

문재인 정권 전신 격인 노무현 정권 공직자 출신 '민간인'들에 대한 정보 수집 활동은 특감반의 적법한 업무 범위를 넘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비서실 직제에 따르면 특감반은 현직 고위 공직자와 공공기관·단체의 장(長) 및 임원, 대통령 친·인척 등에 한정해 비리 관련 감찰 활동을 하게 돼 있다. 전직 공무원을 비롯한 민간인들의 재산 정보 수집과 동향 파악은 법적으로 규정된 권한을 넘어선 일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비트코인 관련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반부패비서관실 차원에서 보고서를 작성했고 특감반도 여기에 협업(協業) 차원에서 지원한 것"이라며 "이는 직무 범위 안의 일"이라고 강변했다.

특감반에 민간인 정보 수집 지시는 했지만, '반부패비서관실 행정요원 자격'이었다는 명분을 댄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당시 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가상화폐 시장과 관련됐다는 이야기가 많아 확인 차원에서 한 것"이라고 했다.

'노무현 정권 인사들과의 관계성'에 의해 조사했다는 점에 대해 일각에선 "'우리 편 보호' 또는 '내부 반발 염려' 등을 목적으로 조사를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18일 "(지난해 12월말) 당시 시점은 이 정부가 비트코인 시장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시장 폐쇄, 심지어 이익 환수와 처벌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때"라며 "누가 보더라도 이 정부의 비트코인의 관련 정책으로 '우리 편 안에서의 피해자'가 발생할 것을 염려해 미리 정보를 파악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른쪽부터) 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으로 활동했을 당시 팀장인 윤석열 현 서울중앙지검장과 박형철 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사진=연합뉴스)
(오른쪽부터) 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으로 활동했을 당시 팀장인 윤석열 현 서울중앙지검장과 박형철 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사진=연합뉴스)

한편 특감반을 지휘했던 '검사 출신'의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시작부터 고위공직자 비위 감찰을 기대하기 어려운 보은성 인사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 비서관은 지난 2012년 박근혜 정부 초기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 지휘 하에, 현 정권에서 '기수파괴'로 승진시킨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이른바 '국정원 댓글 의혹' 수사를 벌인 인물이다. 당시 팀장이었던 윤석열 지검장과 함께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구속영장 청구 등을 놓고 검찰 상부와 마찰을 빚다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후 좌천성 인사 발령 통보를 받고 지난해 사표를 냈다.

국정원 댓글 의혹은 현 여권 진영이 야당 시절 줄곧 '대선 개입'으로 확장시키며 전임 박근혜 정부를 공격하는 데 활용한 프레임이었다. 청와대는 지난해 5월 정부 출범 직후 그를 반부패비서관에 임명하면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하며 권력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꼿꼿하게 수사를 진행했다"고 평가했다.

김 수사관의 보고를 실무선에서 받아 온 이인걸 선임행정관(특감반장)은 수사·기획통 검사 출신이다. 2012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연구관 등으로 근무한 뒤 2016년부터는 김앤장에서 근무했다. 그는 검사 시절 통진당 해산 과정에 정부 대리인으로 참여하고, 김앤장 변호사 시절엔 최순실 사건에 연루된 롯데그룹 변호를 맡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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