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특감반원 폭로 파문' 확산...김태우 前수사관 '첩보보고서'에 前총리 아들·민간은행장 등 사찰정황
'문재인 개헌' 관련 부처 동향파악·외교부 관련보도 '취재원 색출' 목적 사찰까지
집권후 前정권 '사찰'로 단죄하던 靑 "권한 밖 보고들은 폐기되거나 차단했다" 해명
김 수사관, 우윤근 주러대사 금품수수 의혹 보고한 당사자…임종석-우윤근 말 달라
"2015년 檢수사때 문제없었다"는 靑…野 "2016년 첩보를 반박?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무차별 사찰 의혹엔 "내로남불도 이런 내로남불이" "그들 잣대면 靑 민정라인 다 감옥가야"
감찰 無用…금융위 '국장' 비위 적발후 '차관보급' 黨職 영전→모 광역단체 경제부시장 발탁

문재인 정권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반(反)부패비서관실 소속 특별감찰반이 그동안 직무범위를 넘어선 '무차별 사찰'을 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대통령발(發) 헌법개정 등 국내정치·외교 현안과 맞물려 정부부처를 감찰하거나, '민간인'인 전직 국무총리 아들이나 은행장 등 동향까지 수집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정보·감찰 기관의 국내정보 수집을 일절 막겠다고 공약했고, 취임 석달째에 덜컥 국가정보원의 국내정보담당관(IO) 제도를 폐지한 바 있다. 올해 들어서는 옛 국군기무사령부에 '세월호 유족 사찰' 등 프레임을 씌워 대통령 특별지시로 망신주기 식·별건 수사를 벌인 과정에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투신하기에 이른 정황과도 이같은 사찰 의혹은 크게 대조된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은 유례 없는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소속 특별감찰반원 '전원 교체' 이후에도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오른쪽) 유임을 결정한 바 있다.(사진=연합뉴스)

조선일보는 17일 청와대가 '지인 수사 상황을 경찰에 묻는 등 비위행위를 벌였다'고 지목한 전(前) 특감반원 김태우 수사관으로부터, 특감반원 시절 본인이 작성해 상관에게 보고했다는 '첩보 보고서' 목록을 입수해 그 내용을 보도했다.

이 첩보보고서 파일엔 전직 총리 아들의 개인 사업 현황, 개헌에 대한 각 부처들의 동향, 민간인인 은행장 동향 등 특감반 소관 업무와 무관한 보고 내용이 적지 않게 포함됐다고 한다. "전직 총리나 민간은행장은 순수 민간인으로 특감반의 감찰 대상이 아니며 부처 동향 파악도 직무 범위 밖"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대통령비서실 직제에 따르면 특감반은 고위공직자와 공공기관·단체의 장(長) 및 임원, 대통령 친·인척 등에 한정해 비리 관련 감찰 활동을 하도록 돼 있다. 민심 동향 및 분석은 특감반이 소속된 반부패비서관실이 아니라 민정비서관실 소관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청와대 특감반에서 근무했던 김 수사관은 "고위공직자 첩보 외에도 매일 첩보활동을 하면서 들었던 정보나 동향들을 A4용지 한장 짜리에 정리한 '일일 보고'를 제출하는 것이 관례였고, 이번 정부에서도 그 관행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 수사관은 “나는 비리 첩보 생산에 특화되어 있는 수사관으로서, 특감반 창설 이후 최초로 3개 정권 연속으로 특감반에서 근무했던 사람”이라며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비리 첩보를 작성하였던 관계로 박근혜 정부에서도 우병우 비서관에게 쫓겨났고, 현 정부에서도 친여권 출신 고위공직자 비리보고서를 다수 작성했다가 미움을 받은 전력이 있다”고 본인을 소개했다. 

문재인 정권으로 교체된 이후에도 광범위한 첩보 수집에 일일보고까지 그대로 해 왔다는 이야기다. 그는 다만 "(보고서가) 청와대 민정라인 어디까지 보고가 됐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광범위한 정보가 취합될 수 있지만 "권한 밖의 정보들은 특감반장(반부패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반부패비서관 선에서 걸러진다"는 입장이라고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청와대가 언론 보도에 대한 정부부처 내 '취재원 색출' 업무까지 특감반에 하달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 수사관은 "작년 말 청와대 민정 고위라인으로부터 '외교부에서 민감한 정보가 계속 언론에 유출되니 특별 감찰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나를 포함한 상당수 특감반원은 두달 가까이 서울 외교부 청사를 오가면서 외교부 실·국장들을 상대로 '언론 유출 경위'를 조사했다"고 신문에 전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감찰 명분으로 일부 간부의 사생활 문제까지 조사·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현장을 뛰는 감찰반원들이 다양한 정보를 취합할 수 있지만, 보고 과정에서 불법적이거나 권한을 넘어선 보고들은 폐기되거나 차단했다"며 "일부 문제가 되는 보고들에 대해선 '더 이상 취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을 거울삼아 수사, 감찰, 인사검증의 구분을 명확히 하고 법에 근거해 활동해왔다"고 자평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 관계자는 정부부처 내 개헌 관련 동향 수집에 대해선 "민정비서관실 업무에 대한 지원"이라는 명분을 댔고, 외교부 간부 조사에 대해선 "특감반 고유 업무"라고 말했다.

사진=12월15일자 SBS 보도화면 캡처

한편 첩보 보고서를 제공한 김 수사관은 자신이 현 정권 '4강(强) 대사' 중 일원인 우윤근 주러시아대사에 대한 금품수수 의혹 첩보 등을 지난해 9월 입수·보고하자 상부가 이를 무마하려 원대복귀시켰다는 취지로 폭로한 바 있다. 

우윤근 주러대사는 더불어민주당 3선 의원 출신에 정권 출범 전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을 만큼 문 대통령 최측근 일원으로 꼽힌다.

청와대 측은 우 대사의 비위 의혹을 묵살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특별감찰반은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 공무원 및 친족 및 특수관계인을 감찰 대상으로 한다"는 잣대를 댔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감찰) 당시 국회 사무총장이었던 우 대사는 감찰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이 때문에 김씨에게 감찰 중단을 지시하고, 우 대사 문제를 인사 검증 절차로 넘겼다"고 했다.

청와대는 2009년 1000만원 수수 의혹과 김찬경 전 미래저축회장으로부터의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됐으나 과거 검찰 조사를 근거로 '문제 없다'는 결론을 냈다고 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우 대사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2015년 당시 검찰도 저축은행 사건 및 1000만원 수령 부분을 조사했으나 모두 불입건 처리됐다"며 "당시는 박근혜 정부 때였고 우 대사는 야당 의원이었다"는 논리를 댔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야권에선 이를 두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우 대사의 측근인 J모씨가 돈 1000만원을 반환한 건 2016년의 일이다. 2016년의 일을 2015년 검찰 수사를 이유로 의혹제기가 허구라는 건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임종석 비서실장은 이것(김 수사관의 우 대사 비위 첩보)에 대해 보고받은 적이 없다면서 차단하기 급급하나, 모 방송에 나온 우 대사 인터뷰를 보면 주러대사 임명 당시 이 의혹을 질문받고, 이에 대해 설명하고 전혀 문제 없이 결론 난 사안이라고 말했다"며 "결국 임 실장이 보고 받지 않았다는 부분도 명백한 허위임을 알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 당시 '박관천(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사건' 터졌을 때 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국기문란은 남이 한 게 아니라 청와대 비서실이 한 것이며 그 사실만으로 박근혜 당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이번 사건이 박관천 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고 데자뷰를 본다는 생각"이라며 "한국당은 이번 의혹을 '국기문란 행위'로 규정하고 조속히 국회 운영위원회르 소집해 명명백백하게 사실을 밝힐 것"이라고 예고했다.

'민간인 사찰 의혹'을 둘러싼 문재인 정권의 이중잣대와 그 심각성을 꼬집는 목소리 역시 나왔다.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이 정권의 위선적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동안 전임 정부 사찰 의혹에 대해 이 정권에 계신 분들이 얼마나 거세게 몰아붙였나", "얼마 전 돌아가신 이재수 장군도 결국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을 덮어씌우려다 그렇게 된 게 아니었나"라고 반문을 거듭했다.

그는 "정치적 반대세력을 향해선 적폐청산의 칼을 들이댔지만 뒤로는 청와대 특감반이 민간인 사찰을 하면서 새로운 적폐를 쌓아가고 있는 것인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도 이런 내로남불이 어디 있나"라며 "'정보를 수집하고 난 다음에 권한 밖 정보는 다 걸러냈다'고 (청와대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건 사냥개 잔뜩 풀어놓고 물어오라고 다그쳐놓고 물어온 사냥감 중 잘못된 것 버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나. 성역없이 수사하라는 요청도 하지 않겠다. 청와대 계신 분들이 정말 전 정권에 대해 한 것만큼 자기검열을 해 보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 차명진 전 재선 의원(경기 부천시 소사구 당협위원장)도 17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특감반이 민간인 동향보고를 매일 했단다. 그거 잘잘못을 떠나 이자들이 또 '내로남불'하는가 보자"라며 "얘네들은 야당 때 'MB(이명박 전 대통령) 청와대 노동비서관이 민간인 사찰했다'고 난리쳤고, '박근혜 정부 기무사가 세월호 민간인 사찰했다'고 범죄로 몰아붙여서 사령관 목숨까지 빼앗아 갔다. 법관 동향보고서가 오간 것을 사찰한 거라고 엄단해야 한다며 펄펄 뛰었다"고 짚었다.

차명진 전 의원은 "문가(文家)들아 답하라. 전직 총리 아들이나 민간은행장이 고위공무원이거나 대통령 측근이더냐. 특감반이 왜 그런 민간인한테 관심 갖냐. 당신들 주장대로라면 동향보고도 사찰이다. 이걸 2년 동안 매일 했으면 청와대 민정라인은 다 감옥 가야하는 것 아니냐"며 "2년 후 보자"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특감반이 공직자 비위를 적발했더니 오히려 '영전(더 좋은 직위로 옮김)'하는 등 여권을 아우른 졸속 감찰 논란도 일고 있다.

17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특감반은 지난해 금융위원회 한 국장급 인사의 비위를 적발했으나, 이 공직자는 자리에서 물러난 뒤 5개월 만에 민주당 소속 국회 수석전문위원(차관보급)으로 이동했고, 6.13 지방선거 이후에는 한 광역자치단체의 부시장으로 임명돼 현재까지 재직 중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특감반원이 지난해 당시 금융위 국장A 씨와 관련한 비위 첩보가 있어 감찰을 실시했고 그 결과 비위가 일부 확인돼 인사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자리에서 물러난 뒤 올해 4월 민주당 당직자 신분으로 차관보급인 국회 한 상임위 수석전문위원으로 선임됐다. 직급만으로 보면 국장급에서 차관보급으로 더 높은 자리에 오른 것이다.

6월 지방선거가 끝난 뒤 7월에는 모 광역단체 경제부시장으로 발탁됐다. A씨는 보통의 경제 관료들과 달리 노무현 정부 청와대 파견 당시 이호철 민정수석비서관 밑에서 근무했으며, 노 전 대통령 부속실에서도 근무해 친노(親노무현)그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호철 전 민정수석은 현재는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3철(전해철·양정철·이호철)' 중 한명이다.

청와대는 A씨에 대한 '봐주기 감찰' 의혹에 대해 "자세한 감찰 사안은 공개할 수 없지만 비위 정도를 고려해 인사 조치를 한 것일 뿐"이라며 "어떻게 수석전문위원으로 가게 됐는지는 우리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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