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에 괜찮았으니 2018년도 괜찮을 것이라는 정부
-산업 현장 “그때와 상황 전혀 달라”
-농가에까지 타격

올해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16,4%나 인상된 데 대해 정부는 “고용과 물가에 미치는 부정적 영양은 적고 성장률과 내수 진작에 긍정적”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산업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근로자의 4분의 1이 영향을 받을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최저임금 인상 대상이 많고, 임금 인상 폭도 크다. 이로 인해 기업과 소상공인뿐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를 많이 고용하는 농가까지 큰 부담을 지게 되었다.

●2000년대에 괜찮았으니 올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정부

지난 11일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저임금이 2000년 16.6%, 2007년 12.3% 크게 올랐을 때도 몇 달 사이 안정이 됐다"며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낙관론을 펼쳤다.

고형권 기재부 제1차관도 같은 날 제1차 물가관계차관회의 겸 제14차 최저임금 태크스포스(TF) 회의에서 "과거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 인상된 2000년과 2007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며 김 부총리와 똑같은 주장을 했다.

하지만 최근 재계의 분석은 정부 측 주장이 너무 안일 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우선 올해 최저임금 인상 영향 근로자는 약 463만 명으로 2007년(178만 명)의 2.6배, 2000년(14만 명)의 32.8배에 달한다. 전체 근로자 가운데 최저임금 변동에 영향을 받는 비율(영향률)도 23.6%로, 2000년(2.1%)과 2007년(11.9%)의 2~10배에 달하다.

올해 최저임금(시급 7천530원)과 2000년(1천865원)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크고,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을 나타내는 임금총액 중위수(가운데 값) 대비 최저임금 비율도 2000년 25.7%에서 2016년 52.4%로 오른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경제성장률도 2.9%(한국은행 전망)로 2000년 8.9%, 2007년 5.5%보다 크게 낮다”며 “올해 최저임금의 큰 폭 인상이 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2000년대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고 주장했다.

●농민들 "우리 다 죽일 작정이냐"

농업은 최저임금 측면에서 2000년, 2007년과의 비교가 무의미하다.

농가는 최근 국내 인력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외국인 근로자를 대거 고용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특성상 숙식이 제공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최저임금에 숙박·식비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농가는 최저임금 절대액 인상에 숙박·식비 지원까지 이중 부담을 하게 될 상황에 놓여있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지난해 8월 최저임금 인상에 앞서 농촌 현장의 의견을 수집·정리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우려와 고충이 드러난다.

경북 지역 한 자영농은 "농업 인건비 상승에 대해 정부 보조가 절실하다"고 호소했고, 경남 과수원 경영자는 "정부에서 농산물 가격을 인상해서라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막대한 농업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축산업도 마찬가지다. 김홍길 한우협회장은 "그렇지 않아도 한우 농가의 경우 자유무역협정(FTA)과 김영란법(부정청탁 방지법)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힘든 상황에서 인건비까지 뛰니 경영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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