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투신자살 이재수 前기무사령관,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힘들다' 토로
영장실질심사 당시 이례적으로 수갑 채워...아들 방까지 압수수색
변호인들에게 "나를 도와준 사람들이 피해 입는다" 토로
빈소 찾은 정치인들 정부와 검찰 질타
김진태 의원 "표적수사, 먼지떨이식 수사가 초래한 비극"

9일 고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 빈소가 마련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9일 고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 빈소가 마련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검찰 수사를 받아 투신자살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극단적 선택 뒤에 검찰의 '모욕주기' 수사가 있었던 정황이 잇달아 드러나고 있다.

이 전 사령관은 지난 7일 송파구 한 오피스텔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세월호 유가족 사찰 혐의를 벗는 듯 보였지만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그는 지난 3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전 "군인에게는 '모든 공은 부하에게, 책임은 나에게' 라는 말이 있다"고 말한 바 있고, 유서에도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것으로 하고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고 썼지만 이 전 사령관의 변호인과 지인들은 그가 검찰의 별건(別件) 수사 압박, 모욕 주기 수사 등에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 전 사령관은 지난달 27일 검찰에 소환돼 12시간 넘는 조사를 받았다. 그의 변호인에 따르면 당시 수사검사는 "당신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며 "기무사 서버 안에서 찾은 수백 가지도 넘는 범죄 증거를 갖고 있다"고 이 전 사령관을 몰아세웠다. 별건 수사 압박으로 비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검찰은 3일 이 전 사령관이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법원에 나올 때 이례적으로 수갑을 채웠다. 보통 영장실질심사를 하면 체포된 피의자이거나 도주 우려가 있는 흉악범을 제외하고 수갑을 채우는 일은 드물다. 일각에선 검찰의 이런 행동이 평소 명예를 중시하던 이 전 사령관을 벼랑 끝으로 몰았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검찰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전 사령관의 주거지는 물론 아들 방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들은 "이 전 사령관이 이런 과잉 수사에 큰 부담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전 사령관은 그 이후 "나를 도와준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 수사가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며 괴로워했다고 한다. 4일 평소 절친했던 박 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을 만나서도 "검찰 수사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인사들은 이 전 사령관의 빈소를 찾아 문재인 정부와 검찰을 질타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조문을 마치고 "옛날에도 하명수사는 있었다고 하지만 저렇게까지 하지는 않았다"며 "검찰이 주구(走狗)를 넘어 광견(狂犬)이 된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3성 장군 출신이 수갑을 차고 (검찰에) 끌려갔었다"며 "군인의 명예는 이런 거다. 인격살인의 참혹한 말로"라고 말했다. 이어 "표적수사, 먼지떨이식 수사가 초래한 비극"이라며 "수사는 사람을 살리는 것이지 사람을 잡는 게 아니다. 말이 적폐수사지 반동분자 숙청"이라고 성토했다.

한편 이 전 사령관의 빈소는 서울삼성병원에 차려졌다. 11일 오전 영결식과 발인을 마친 뒤 대전국립현충원에 안장된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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